<캣츠> 젤리클 고양이들의 못 말리는 매력

살금살금 두리번 거리며 걷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고양이다. 고양이들이 특유의 가뿐한 캣워크로 객석 사이를 누비면 관객들은 놀라기는커녕 특수분장을 한 배우들을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즐거움에 환호성을 보낸다.
지난 5월 30일 개막, 3개월간의 오리지널 공연기간 중 한 달이 지난 현재 뮤지컬 <캣츠>는 또 다시 서울을 달구고 있다. 지난해 내한공연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공연 때마다 ‘통하는’ 이 작품의 인기는 끝이 보이지 않아 보인다.

고양이 축제,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

뮤지컬 <캣츠>는 1981년 영국에서 초연됐지만, 화려함으로 따지면 요즘 선보이는 공연들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고양이 눈높이로 제작한 집채만한 무대에는 시계, 우산, 깡통 등의 쓰레기들이 본래 크기보다 5~6배로 제작돼 쌓여있고 달빛이 은은한 조명은 신비롭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배우들의 특수 분장은 이 작품의 백미. 진짜를 방불케 하는 고양이 의상과 더 실감나는 배우들의 ‘고양이 동작’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들은 고양이의 유연하고 가벼운 몸동작을 위해 아크로바틱과 발레, 체조 등을 이용하는데 네발이나 두발로 느긋하게 인간(관객)에게 다가오면, 여기 저기서 놀라운 탄성이 터지곤 한다.

젤리클 고양이들 펼치는 젤리클 축제는 여러 캐릭터들의 고양이들이 펼치는 옴니버스 쇼라고 봐도 무방하다. 각 고양이의 캐릭터에 따라 펼쳐지는, 훈련된 배우들의 화려한 춤동작은 2시간 내내 이어지며 1막 마지막 부분에서는 화려한 안무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분장뿐만 아니라 안무와 발레 동작은 이 뮤지컬 화려하게 만드는 진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를 통해 본 인간사 
하지만 <캣츠>에는 특별한 드라마가 없다. 고양이들이 1년에 한번 여는 젤리클 축제. 이 축젯날에 선지자 고양이 듀터노로미가 새로 태어날 고양이를 선택한다는 간단한 줄거리가 있을 뿐이다. 기승전결 식 드라마를 기대하고 간다면 2시간 내내 이어지는 고양이 소개에 당황할 수도 있다. 드라마를 대신해 채우는 건 캐릭터다.

부자, 도둑, 악당, 할머니, 배우 고양이들이 축제날 모인 고양이들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들려준다. 한물간 늙은 배우가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기도 하고, 꼼꼼하고 세심한 기관사 고양이도 있다. 천방지축 좀도둑, 돈이 많아 어디에서든 환영받는 뚱뚱한 부자 고양이 이야기는 인간사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한 없이 추락한 매혹의 고양이도 보인다. 고양이 캐릭터를 빌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인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거다. T.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화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다.

캐릭터에 따라 터져 나오는 노래들은 이 작품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사랑 받은 수 있는 진짜 힘이 아닐까. 가장 잘 알려진 노래는 매혹의 고양이가 부르는 ‘메모리(Mwmory)’.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마지막에 급하게 추가했다는 이 노래는 뮤지컬 넘버를 넘어선 사랑을 받으며 세계 유명 가수들에 의해 180 차례나 불려지기도 했다. ‘메모리’ 이외에도 웨버의 감성과 스타일이 돋보이는 20여곡의 넘버는 계속해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되고 있다.

이번 <캣츠> 공연은 오리지널 공연 후에 라이선스 공연이 이어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한국어 공연의 캐스팅 소식이 하나씩 전해지고 있어 벌써부터 라이선스 공연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게 사실. 오리지널에 이어 바로 한국어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배우들의 부담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뮤지컬 <캣츠> 팬에게는 쉽게 오지 않는 즐거운 보너스인 건 틀림없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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