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왓아이워너씨> 진실은, 있기나 한걸까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는 관객이나 배우에게나 쉬운 작품은 아니다. 관객은 독특한 형식과 관념적인 주제를 가진 세 개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하고, 배우는 사방으로 공개된 무대에서 쉽지 않은 인물들을, 별로 쉴 틈 없이 연기해야 하기 때문.

공연장에 들어가 우선 눈에 띄는 건 사방으로 공개된 무대와 4개의 스크린이다. 무대와 영상과의 결합은 이전에도 종종 봐왔고 여러 양념 역할을 했지만 여기에서는 인물들의 심리를 나타내고 배경으로 활용되는 등 시공간의 변화와 심리에 활용,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관객으로 둘러싸인 무대는 항상 관객을 향해 연기하던 정형성에서 벗어나고 이 작품의 제목인 '씨왓아이워너씨'(내가 원하는 것만 본다)를 관객이 느끼게 하는 장치로써도 이용된다.

이제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세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소설 ‘덤불 속에서’와 ‘용’, ‘케사와 모리토’를 원작으로 1막 ‘라쇼몽’, 2막 ‘영광의 날’, 1막과 2막 도입부에 삽입되는 ‘케사와 모리토’로 각색했다. 특히 1막 ‘라쇼몽’은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데다, 연극으로도 인기를 얻어 관객에게는 익숙할 이야기다.

영화와 연극의 정석적인 연출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관념적인 표현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압축시켰다. 한 남자가 살해된 사건을 두고, 그의 아내, 강도, 영매에 의해 전달하는 죽은 남자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다르다. 2막에서도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한 신부의 거짓 신의 계시로 일어나는 소동으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해 알 수 없는 혼란을 이야기 한다.

나의 진실이 다른 이에게는 터무니 없는 거짓이 되고, ‘진짜’ 진실이 모든 사람에게는 거짓이 될 수 있는 것,작품은 알려고 들수록 숨어버리는 이 진실에 대해 간결하게 이야기 한다. 세상은 모든 개인을 위한 각각의 진실을 마련해 놓았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보면 그렇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그게 곧 진실이 되어버린다.


형식에 있어 새로움을 시도한 무대에 신선함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건 관객의 몫이다. 간결하고 관념적인 장면은 친절하고 장황한 설명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이를 원치 않았던 관객에게는 단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사소하긴 하지만 배우들의 등장과 퇴장이 눈에 거슬리는 건 새로운 시도의 부작용 정도일 것.

배우들은 모두 고른 기량으로 무대를 채운다. 김선영은 비련의 여인, 착한 아내, 요부, 한물 가서 서러운 배우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펼쳐 보인다. 이외에도 양준모, 홍광호 등도 제 역할을 다해준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강필석이다. 1막에서 살인 사건을 목격하는 경비원 역으로 극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던 그는 2막에서 고뇌하는 신부 역에 몰입, 자연스럽게 강필석이 아닌 신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별 다른 무대장치 없이, 일인 다역에 등장과 퇴장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노출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배우들이기에 그들의 활약이 더 눈에 띄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또 하나, 이 작품은 손드하임의 후계자로 손꼽히는 마이클 존 리카우사의 최신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노래 하나하나는 불협화음 속에서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최근 한국을 방한한 그는 우리 배우들의 무대를 보고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씨왓아이워너씨>는 강력한 원작의 힘이 바탕이 돼있다. 새로운 무대와 영상, 연출이 산뜻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이런 요소도 한 몫 할 듯. 여러 가지 시도와 함축이 있는 이 작품에서 어쨌든 관객은 보고 싶은 부분을 받아들여 즐기면 된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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