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틀담의 꼽추> 로의 시간 여행을 마치고...

얼마 전 21세기를, 2천년대를 살아가는 내가 <노틀담의 꼽추>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500년 전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오백년 전에도 아름다웠을 도시 파리로 가서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 속에 빠져서 같이 숨쉬고, 그들 옆에서 그들의 삶과 고통과 사랑을 함께 하면서 말이다. 빅토르 위고가 태워준 노틀담의 꼽추로의 여행은 내리면서 슬픔에 잠긴 나를 발견했었는데, 디즈니가 태워준 노틀담의 꼽추에는 내게 희망을 안겨줬다. 비록 추한 외모지만 그를 스스럼없이 대해준 에스메랄다를 향한 순수하고 희생적인 콰지모도의 사랑과, 푀버스와 에스메랄다의 솔직하고 가슴 아픈 사랑, 그리고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남자, 가진 명예와 권력에 비해 마음이 너무나 가난한 프롤로의 이기적인 사랑은 시공간을 넘어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고 그 가운데 어디선가에도 존재할 우리 삶의 주제이고 우리들의 사는 모습인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은 가졌지만. 자유를 향해 세상을 향해 떠나는 콰지모도가 던져준 메시지는 희망이였다. 다가올 위험이나 고통을 알면서도 종지기로써의 삶을 접고 자유를 향해 떠난 콰지모도는 내게 펼쳐질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다가갈 용기를 전해줬다. 콰지모도가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라는 엔딩에 감사한다. 이번 디즈니의 <노틀담의 꼽추>라는 여행에서 콰지모도, 에스메랄다, 푀비스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사랑도 아름다웠지만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이야말로 또 다른 확실한 수확이였다. 맨 발로 무대를 뛰어 다니며 정열의 향기를, 정열의 냄새를 전해준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의 슬픔과, 맑은 영혼, 사랑을 전해준 배우 이진규, 푀비스, 끌로팽 ..그리고 이들을 잘 이끌어주었을 것만 같은 프롤로. 이들이 만들어낸 호흡은 감히 누가 끼어들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대개가 이런 대작의 경우엔 속셋말로 안전빵이라는, 이미 실력과 명성이 있는 중견 배우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첫 작품은 아닐지라도 아직 젊은 그들이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와 노래, 춤은 자기 역할을 100% 이상 보여주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젊은 열기와 열정, 그리고 그들을 무대에 서게 한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 역시 또 다른 뮤지컬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희망이 아닐까? 또한 주연만으로는 어떤 극도 이루도 질 수 없듯이 세 명의 석상들이 보여준 연기와 노래 역시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석상들로 인해 더 빛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번 여행에 전혀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500년 전이라고는 하나, 설정이 노틀담의 성당과 , 집시, 거리 뿐이였지만 아름다운 도시 파리를 표현하기엔 너무 어둡지 않았나 싶다. 어둡고 지루해 보이는 듯한 배경들은 좀 더 리얼하게 시대를 담아냈는지는 몰라도 여행의 볼거리를 제공하기엔 좀 부족했다. 인간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동물인가? 늘 어떤 여행에도, 늘 어떤 작품에도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노틀담의 꼽추>로의 여행은 내 영혼을 좀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었음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노틀담의 꼽추로 시간 여행 떠나보시길... ------- 글 : 김은미(KBS 개그콘서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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