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프리마돈나 신영옥 - 2005 신년음악회

전 세계에서 노래하는 수 많은 성악가들 중에 벨 칸토를 제대로 소화하는 가수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먼저 기교적으로 완벽에 가까워도 감성적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단순히 노래하는 꾀꼬리로 전락되고, 감성은 풍부하나 기교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으면 청중에게 이처럼 지루한 공연은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유수의 세계 무대에서 신영옥이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가녀린 듯하나 그 속에 포함된 다른 가수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음부에서의 현란하리만큼 아름다운 기교와 민첩성 그리고 이러한 기교를 흡수한 상태에서 배역의 주인공과 일치감을 보여주는 연기력과 감성적인 표현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모여든 1월의 추운 겨울 저녁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신년음악회에서의 수 많은 청중들은 이를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절제되며 정돈된 중,저음과 진공상태에서의 한 줄기 빛 같은 고급스럽고 청아한 고음부는 이 날 공연의 모차르트와 헨델의 바로크음악에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했으며, 후반부에 부른 벨리니의 아리아와 도니제티의 루치아를 통해 그녀가 소유한 폭 넓은 음역대는 세계에서 벨 칸토를 제대로 구사하는 몇 안 되는 가수로써의 명성을 가히 실감케 했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되는 그녀의 질다와 루치아는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보석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 바로크 합주단의 음색은 강물이 리듬을 타며 유유히 흘러가는 느낌과 이러한 조합된 선율들의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주었고,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제3번 바장조와 리드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체르탄테 모음곡은 실내악의 진수를 훌륭히 선사하였다. 올 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호암아트홀의 연주회장 규모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소규모 실내악 편성과 신영옥의 고급스러운 맑은 음색을 소화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한 장소였고,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음색들은 숨죽이며 지켜볼 수 있었던 청중들에겐 신영옥이 선사한 새해의 작은 선물이 아니였을까 한다. 최수명(클래식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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