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콘서트 - 두번째 봄> 새로운 창법으로 채우다

2년 만에 돌아온 소극장 무대, 2m도 되지 않은 관객과 무대의 거리, 세상이 외쳐대던 ‘소통’을 ‘감동’으로 완성시킨 무대였다. “안녕하세요, 이소라에요.” 어눌한 말투를 가진, 기대했던 이소라는 없었다. 공연 초반,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등 7집 위주의 레퍼토리로 담백해진 창법을 보여준 그녀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현란한 무대 장치, 연출 없이 무대를 꽉 채우며 가수가 가져야 할 아우라가 무엇인지를 짧고 굵게 설명했다. 멘트 없이 연이어 세곡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녀의 표정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싶었어요’라는 고집이 느껴졌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 동안 스무 곡 가까운 노래를 부른 그녀는 이소라로 채워진 매끄러운 공연을 이끌었다. 음악프로 MC와 DJ로 다져진 진행능력은 숨길 수 없었다. “전 조금 예민하잖아요. 조금은 변해야 하는데”라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적인 이소라의 향을 풍겼다. 어색한 듯 연신 머리를 매만지며 쑥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모습에 관객들은 그녀의 공간에 초대받은 즐거운 떨림을 선물 받았다.


공연의 중심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건반의 이승환, 베이스의 변화무쌍함을 선보인 최인성 등 이소라에게 묻히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았던 세션들의 조합이었다. 세션의 안정된 사운드는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3집에 실린 ‘피해의식’을 선보일 때는 완벽하게 달라진 창법으로 록을 부르는 이소라와 그들의 호흡이 빛을 발했다. 앉아서 록을 부르는 그녀의 폭발하는 음색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넬’과 ‘엘리엇 스미스’ 등 평소 그녀가 좋아했던 국내외 가수들의 노래를 이소라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맛도 있다. 기타를 치며‘I will Survive'를 부르는 그녀의 변신에서, 다른 무엇보다 색다른 레퍼토리 구성으로 자신의 최대한을 끌어내려한 그녀의 고민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빠져드는 그녀의 몰입은 ‘제발’을 부르며 흔들리는 표정에서 절정을 달렸다. 작은 숨소리도 크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들은 집중했고, 그녀의 옛사랑과 기억으로 함께 빠져들었다.

관객들의 신청곡으로 구성한 ‘처음 느낌 그대로’, ‘난 행복해’ 등 친숙한 그녀의 노래들도 빠짐없이 들을 수 있다. 그녀의 노래와 이야기에 맞춰 웃고 숨죽인 듯 노래에 집중한 관객들은 그 흔한 형광봉 하나 없이 가수와 호흡하는 관객의 정석을 보여줬다.

7집의 ‘씨앗’(제목 없는 노래들이지만 이소라는 공연에서 이렇게 소개했다)을 부르며 쏟아지는 씨앗과 우주를 표현한 무대효과와 함께 감동의 무대를 마무리 했다. 앞으로 남아있는 공연에서도 그녀의 칼날 같은 감성이 무뎌지지 않고,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를, 소라표 아름다운 멜로디가 얼마 남지 않은 봄을 꾹꾹 채워주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4월 30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시작한 <이소라 소극장 콘서트 - 두 번째 봄>은 5월 17일까지 서울 공연을 마무리하고, 6월 13일 제주공연을 시작으로 거제, 대구 지역의 전국투어를 이어나간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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