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직 뭘 모를 때? <청춘의 등짝을 때려라>

세상에 혼란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10대는 학업의 압박과 성(性)적 충동에 휘청거리고, 20대는 갑자기 주어진 자유, 그 속에서의 마주한 사랑의 설렘임과 불안함을 껴안고 밥벌이를 찾느라 좌충우돌이다. 30대는 어떤가? 직장도, 가족도, 그리고 나의 길과 이상도 어느 정도의 윤곽이 잡힌 때인가? 이제는 달려가거나 쥐고 있는 것을 온전히 보듬기 시작하면 되는 나이인가?

‘그렇지 않다’고 이 작품은 말한다. 연극 <청춘의 등짝을 때려라>는 여전히 청춘인 30대, 그리하여 여전히 온전하지 못해 세상 속에 번민하는 사람 중 30대도 단단히 한 자리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30대 중반의 인물들은 일주일에 한번 사우나 욕탕에 모인다. 고등학교 교사, 만화가, 대학 강사, 와인바 주인 등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은 모두 사회에 한 자리를 채우는 평범한 30대들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뿌옇게 두 눈을 가리고 숨 막히게 하는 욕실 안과 같다.

결혼, 일, 섹스, 사회적 위치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매 순간 크고 작은 약속들과 다짐들이 맺어지고 깨어진다. 고등학생 때 제대로 축구 한번 해 보지 못했던, 골 한번 넣어 보지 못했던 이들의 모습은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시간은 이들에게 또 다른 과제를 주었다. 해결하지 못해 여전히 물음으로 남아 있다. 불 꺼진 학교 운동장에 다시 모인 이들은, 예전에 차 보지 못했던, 혹은 차려고 하지 않았단 축구공을 들었다. 뻥. 공이 튕겨 뻗어나가는 소리가 시원하다. 청춘의 등짝을 호기롭게 때리고 이들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대부분의 장면은 일상의 한 부분을 엿보는 듯 자연스럽다. 줄기차게 받아 치는 막역한 사이에서의 말장난도 재미있다. 밝진 않지만 불편하지 않은 ‘리얼’을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본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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