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프> 작은 참새의 불꽃 같은 삶

체구는 작지만 내 딛는 발걸음이 꿋꿋했던 여인이 노래를 부르다 말고 쓰러진다. 다시 마이크를 붙잡고 일어선다. 그러나 노래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비극이다. 우리는 결말이 비극임을 알고서 시작을 맞이한다.

따라서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 가수였던 에디트 피아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길이 불안하고 애잔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어린 시절 거리에서 지냈으며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수 많은 남자들을 원하고 가까이 했으며 또 그들과 이별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랑을 잃었고, 순간의 위로 밖에 되지 않는 술과 약 등을 가까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최고였다.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담은 연극 <피아프>는 그녀의 삶을 충실히 담아내고자 애쓴다. 별 다른 장면을 더하지 않아도 대단히 극적인 그녀의 삶 자체가 어찌 보면 한 편의 완벽한 ‘극’일 수도 있겠지만, 극으로 우리 앞에 서고 있는 무대는 그 삶을 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48세의 길지 않은 생을 100분에 담기에는, 그녀가 겪어내야 했던 수 많은 시련과 위기, 사랑과 열정의 고비들이 많아서일까. 피아프 일생의 요점정리가 되어 버린 무대에서 우리들은 이야기의 흐름 보단 그녀가 처한 상황과 그녀의 격분된 감정에 마음이 흔들린다.

극의 구조적 아쉬움을 단번에 전복시켜 박수를 이끌어내고야 마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피아프 역을 맡은 최정원은 기구한 한 여가수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진심과 노련함의 배우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 주며, 피아프의 친구 뜨완 역의 정재은을 비롯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배우들은 연극 <피아프>의 조화에 역할을 다 하고 있다.

1979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이 국내 무대에 서기 위해 반드시 번역을 거쳐야 했지만, 의미보다 더 큰 음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불어로 노래하는 ‘라 비 앙 로즈(La Vie En Rose)’가 그립기는 했다. 하지만 지저귀는 작은 참새(‘피아프’는 불어로 참새를 뜻한다)가 아니라 울부짖는 피아프로, 힘 있고도 가녀린 떨리는 목소리와 삶에 대한 열정이, 무대에서 다시 살아난 피아프를 또 한번 잊지 못하게 만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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