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착한 여자> 착하게? 악하게? 어떻게 살고 싶나요?

절대로 작품 속에 관객들이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혹여 그럴까 연주자가 등장해 노래하며 깨우고, 사회자가 객석에 끼어들어 질문하며 또 깨운다. ‘정신차려! 이건 현실이 아니야. 다만 현실의 모습을 비슷하게 담은 공연일 뿐이지!’

극단 여행자의 연극 <서울의 착한 여자>는 브레히트의 생소화 효과를 접하기 쉽고도 착실하게 실천해 보이고 있다. 무대와 객석 사이를 철저히 분리해, 공연을 보는 관객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다. 인간이 가진 선과 악, 삶을 살아감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매 순간의 선택들. 작품이 담은 주제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원작인 <사천의 여인>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중국의 사천을 한국 전쟁 이후 서울 변두리 동네로 바꾸었다. 가난한 창녀이지만 착하게 살려는 주인공 순이는, 속고 속이며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헐거운 주머니를 약탈하려는 악인들로 괴로운 날들을 보낸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은 착한 사람에게 더한 것인가. 견디다 못한 순이가 타인의 탈을 쓰고 나타나자 사람들의 태도도, 주변의 상황도 바뀌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삶의 불확실한 공식이 이렇게 증명되는 것인가.


북, 드럼,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대들의 연주는 작품의 흥을 돋구기도 할 뿐더러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브레히트 작품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공연 연습에 언제나 악기 연주도 들어가는 여행자답게 배우들이 돌아가며 무대 뒤 악사 자리에 앉는 것도 흥미롭다. 재치있고도 또렷한 대사가 반갑다.

사회자로 나서는 물장수 김씨, 건물주 마여사 등 1인 다역으로 변신해 익살스레 웃음을 전하는 정해균을 비롯, 여행자 단원들의 노련한 모습은 이 작품이 2003년 초연 이후 재공연 무대라 해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극단 작은 신화의 단원이나 이번 작품에서 확연히 돋보이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재판관 및 양여사 역의 최현숙도 놓칠 수 없다.

1, 2부로 나뉘어 2시간 넘게 작품이 계속되지만 지루한 감은 전혀 없다. 순이처럼 살 것인가, 강사장처럼 살 것인가, 한판 놀고 나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둘러 앉아 질문과 대답을 나눈다. 대답은 가지각색이다. 브레히트도 서울의 순이도, 사천의 착한 여자도, 누구도 한 가지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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