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낭독 공연의 멋이란

공연장에 들어서면 은은한 커피 향이 관객들의 마음을 먼저 맞이한다. 여유롭게 도착해 갓 내린 커피를 받아 들고 앉아 오감을 열어 한 낮의 소박한 공연장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특권을 만끽해 본다. 짜릿한 설렘보다는 은근한 편안함이 더욱 어울리는 건 낭독 공연만의 매력일 것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에겐 낭독이 친숙하다. ‘이야기’의 뜻으로는 스토리(Story)보단 내레이션(narration)이 더욱 어울리겠다. 현대판 전기수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21세기, 공연 무대에서도 낭독의 힘은 여전히 강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올 1월말까지 요일 별로 각기 다른 단편 소설과 배우들로 꾸며 온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이 2월부터 3월 26일까지 재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면 위에 쓰여진 글자가 3차원의 현실로 펼쳐짐과 동시에 4차원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주게 하는 기묘한 능력이 발휘 중이다.

낭독 배우들은 결코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지 않으면서도 문자에 생명을 넣어 무대 위에 그들을 서성이게 한다. 한 역에 매이지 않고 번갈아 혹은 홀로 차분히 읽어 내려가는 한 줄 한 줄엔 혼을 빼 놓는 현란한 음악과 꽉 찬 시각 효과가 주는 것 보다 더 큰 진동이 꿈틀댄다. 어느 새 흐르는 파도 소리엔 내 귀에 올랐지만 문득 방황하던 이미지를 머리와 마음 속에 생경하게 떠오르게 한다.

객석에 가만 앉아 있으나, 관객들은 가장 이완된 몸과 마음으로 가장 활발히 공연을 즐기게 된다. 마침표도 쉼표도 그냥 지나침이 없는 이 무대를 보고 나면 정오 주변이 된다. 그날의 남은 하루는 ‘한 줄, 두 줄, 세 줄 띄고’ 천천히 걸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선돌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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