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커피 가배두림과 함께하는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장르
연극 - 연극
일시
2010.02.23 ~ 2010.03.26
장소
대학로 선돌극장
관람시간
0분
관람등급
만 14세이상

전문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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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유난히도 추웠던 올 겨올, 진한 커피 향과 정겨운 책 내음으로 아침마다 선돌극장 작은 무대를 따뜻하게 채웠던 소설 낭독공연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이 다시한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요일별로 만나는 네 편의 소설! 변함없이 꿈의 커피 가배두림이 제공하는 핸드드립 커피가 함께합니다.


화요일 - 위험한 독서
나를 읽어봐,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를 고르다
책장 가득 보물처럼 애지중지하던 책들을 모두 내다버렸다는 친구가 있었다. 이유는 ‘진짜로 살고 싶어서’라 했다. 어쩌면 만용이거나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기에 다다른 자포자기거나······, 그렇게 넘겨짚었지만 비슷한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서는 현실과 도피 그 중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인지도 모른다. 삶을, 그리고 사람을 읽어내기 위해서, 라고 말하며 책을 펼쳐들지만 내가 책 속에서 읽은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읽기 위해 우린 책을 읽고 또 읽고 계속해서 읽고 있는 걸까?
소설 <위험한 독서>에서는 사람이 책을 읽고 책이 사람을 읽고 사람이 사람을 읽는다는 차원이 마치 쫓고 쫓기는 게임처럼 진행된다. 동시대적 삶의 패턴을 예리하게 포섭하면서도 독서라는 소재를 통해 묵직한 사유의 깊이를 함께 끌고 가는 이 소설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재밌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이야기란 ‘도대체 어떻게 끝이 날까?’를 궁금해 하며 읽는 맛이 아니던가? 그래서 독서는 위험하다.

<위험한 독서> 어떤 소설일까?
‘나’는 독서치료사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듯 ‘나’는 피상담자의 심리상태를 체크한 뒤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한다.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밥벌레라며, 어떤 책을 읽으면 칠 년 사귄 남자친구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를 묻던 당신. 서툴게 번역된 책처럼 문장이 아리송하고 문맥은 요령부득이던, 여러모로 읽어내기 쉽지 않던 당신이 어느새 ‘나’에게 속삭인다. ‘나를 읽어봐.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라고.


수요일 - 천지간
슬픔이 슬픔을 알아보고 사랑이 사랑을 알아보듯
죽음 또한 죽음과 만나면 별 수 없이
서로를 알아보게 마련인가 보다

윤대녕의 <천지간>을 고르다
이 소설은 무겁다. 이 소설이 우리를 끄는 힘은 재미난 줄거리도 흥미로운 인물도 아니다. 누구나의 가슴 속 가장 깊숙한 곳에 가라앉힌 어두움이 어떤 자력에 의해 일렁이는 까닭이다. 천지간이라는 제목처럼,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의 그 무엇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천지간 사람이 한번 들고 나는데 무슨 자취가 있을까?’ 아무 자취가 없을지언정, 아니 그 아무 자취가 없음으로 인해 천지간, 하늘과 땅 사이는 더 강렬하다.


목요일 -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마지막 일 년은 참으로 아까운 시절이었다.
세월의 흐름이 빠른 물살처럼 느껴지고 자주자주 시간이 빛났다.
여덟 개의 모자에는 그 빛나는 시간의 추억이 있다.
나만이 아는.

박완서의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을 고르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한다. 모든 인생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잊는다. 사별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죽음’을 인식하고 어쩔 줄 몰라 하게 된다.
박완서의 단편소설《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수십 년을 같이 지내온 인생의 반려자를 잃은 이야기를 과장없이 담담하게 전해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죽음을 선고받고 그 어떤 수선스러운 저항을 하기보다는 그동안 지내온 일상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했다는 남편의 이야기는 죽음을 눈앞에 둔 인간의 너무나 범상하면서도 가장 비범한 저항이 아닐까 한다.
배우의 깨끗하고 절제된 낭독과 그 목소리에 얹혀질 음악이며 이미지들은 배우자와의 사별을 통해 슬픈 감정과 센티멘탈한 감상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죽음을 새삼스러이 느끼고 그 죽음과 맞닿아 있는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이끄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금요일 - 대 바람 소리
아침 10시, 짙은 화장에 옷단장을 한 여든 한 살의 오동례 여사가
어디론가 향한다.
그녀는 매일 어디로 가는 걸까?

문순태의 <대 바람 소리>를 고르다
이 소설은 문순태 작가가 55년 만에 귀향하여 무등산 뒷자락에 자리 잡은 ‘생오지’ 마을에서 창작한 작품집 <생오지 뜸부기>에 실려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이 모두 다정하게 다가왔지만, 그 중에서도 어느 날 여든한 살의 오동례 여사의 마음속에 피어난 사랑은 몹시도 간절하고 사랑스러웠다.
소설 <대 바람 소리>는 특히 작가가 언급한 ‘소리풍경(사운드스케이프)’가 선연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 즉 ‘랜드스케이프’에만 신경을 썼지, ‘소리풍경’(사운드스케이프)에는 무심했다. 생명 가진 것들이 가장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은 자연의 소리가 70% 이상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도시는 기계음이 점령해버려 자연의 소리인 ‘사운드스케이프’ 공간이 줄어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생오지’는 아직 오염되지 않은 ‘소리풍경’의 세상이다. <생오지 뜸부기>는 자연의 소리가 옴씰하게 살아 있는 건강한 생명의 공간을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앞으로도 나는 문명의 고속 변화 속에서 사라져간 옛것의 원형을 복원하고 생명이 갖고 있는 본디 모습을 되찾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우리 마음 속 오래된 그리움 같은 그 어떤 속삭임이 깊은 울림으로, 소리풍경으로 선돌극장에 가득하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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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20자평

  • 평점 9
    김일송플레이빌 편집장

    낭독 공연의 재발견. 은은한 커피향처럼 잔향이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