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뒤틀린 욕망이 낳은 두 남자의 게임

“당신이 내 아내와 결혼 하려는 것을 이해해요.” 희끗한 머리의 중년을 넘어선 남자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젊은 남자에게 이야기한다. 젊은 남자는 바로 아내의 정부다. 이 대화를 시작한 이들의 심리게임은,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에쿠우스>로 잘 알려진 피터셰퍼의 형 안소니 셰퍼가 1970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여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한 연극 <추적>이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고 있다. 영국 귀족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는, 한 물 간 추리소설 작가 앤드류 와이크가 아무도 없는 자신의 화려한 시골 저택에 한 사람을 초대한다. 자신의 아내와 내연 관계인 마일로 틴들이다. 예의보단 자신감이 충만한 젊은 남자와 한 때 잘 나간 지적이고 품위 있어 보이는 황혼의 남자. 호기 있게 자신의 아내를 뺏은 남자를 초대한 이 늙은 추리 작가는 여유롭고 이성적으로 아내의 정부를 대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치스러운 아내와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할 테니 자신의 보석을 훔쳐 가라고 제의한다. 솔깃한 제의를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마일로. 보험사를 속여야 한다는 앤드류의 말에 점점 우수꽝스러운 도둑으로 변해가지만, 그 웃음을 즐기기도 전에 반전을 맞이한다. 연극 <추적>에는 세 번의 반전이 등장한다. 두 번은 겉은 우아하지만 속은 비열하고 황폐한 늙은 작가에 의해, 한번은 죽음의 문턱까지 간 뒤 인생이 바뀐 젊은 정부에 의해서다. 이 두 남자의 시소 놀이 같은 심리 게임은 깊이 숨어 있는 교만함, 자존심, 비열함과 나약함을 낱낱이 드러낸다.‘게임’이라고 통칭하는 그들의 치열한 기싸움에서 말이다. 이 작품이 서슬퍼런 스릴러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1막과 2막으로 나눠진 그들의 게임은 두 사람의 심리를 천천히 파헤치며 뒤틀린 욕망을 내보이는데는 부족하지 않다. 그들이 게임 중 점점 우스꽝스러워지는 모습은 인간의 나약함을 묘사하는 듯 하다. 이 작품은 지난 1972년 마이클 케인과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한 영화로 리메이크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추리소설작가 앤듀류 역엔 무대와 방송을 오가는 양재성과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전노민이 맡았고, 마일로 역은 연극과 뮤지컬에서 기량을 선보이는 박정환과 이승주가 맡아 열연한다. 연극 <추적>은 오는 6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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