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를 찾아서> 할머니 둘, 동물 셋의 식구 만들기

작지만 알찬 창작 뮤지컬을 만나는 것이 화려한 대극장 뮤지컬을 만나는 일보다 쉽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이런 점에서 <식구를 찾아서>는 참 반가운 뮤지컬이다. 남녀간의 알콩달콩 로맨스도, 어떠한 자극적 첨가물도 들어 있지 않지만, 사람이 있고 정이 담긴 무대는 감동을 선사한다. <식구를 찾아서>는 의지할 곳 없는 두 할머니가 서로의 식구가 돼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고 허름한 집에 사는 박복녀 할머니. 이 무뚝뚝하고 거친 할머니 집에 어느 날 또 다른 할머니 지화자가 찾아온다. 소식이 끊긴 아들이 보낸 편지에 이 집 주소가 적혀있기 때문에 자기 아들 집이라는 뻔뻔한 할머니 때문에 박복녀 할머니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두 할머니의 투닥거림은 지화자의 아들을 찾아나서는 데서도 이어진다. 한 할머니는 빨리 아들을 찾아 집에서 내보내고자 하고, 한 할머니는 조금이라도 버티고자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에 목말랐던 이 두 여인은 어느새 친구가 되고, 식구가 되어 간다. 혈연 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생판 남인 두 할머니가 서로 의지해가는 모습은 신선하고 인간적이다.‘검은 머리 짐승’이라며 핏줄이 아니면 받아들이기를 터부시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머리가 하얗게 샌 두 여인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팍팍한 삶을 보듬는다. 젊은 시절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투박하게 사가는 박복녀와 집이 너무 가난해 후처로 들어가 그 집 아이를 길렀지만 버림 받은 지화자.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말하지 않지만 그 상처는 넋두리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특히 사진관에서 영정 사진을 찍는 씬은 서로를 이해하는 큰 계기가 된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잔잔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극 시작부터 박복녀 할머니가 키우는 세 동물이 등장하면서 왁자지껄 소란스런 마당 풍경을 만든다. 사람이 등장 하지 않을 땐 의인화돼 ‘말’도 하는 이들은 털이 빠진다는 이유로 혹은 개 장수에게 잡혀 풍족하고 화려한 생활과 작별을 한, 나름 사연 있는 동물들. 작품의 웃음 코드를 톡톡히 책임지는 동물들이기도 하다. 특히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꼬(닭)의 한탄(?)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아직 초반 30분은 산만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든다. 남녀간의 로맨스가 없이도 웃음과 감동을 준다는 점은 <식구를 찾아서>의 특색이자 강점. 부모님과 친구 등 연인이 아니어도 함께 가서 볼만한 소극장 뮤지컬로 추천될 만 하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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