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열전 1st 남자넌센스 A-Men!
작성일200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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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수녀로 뭉쳤다.
< King & I >, < Crazy for You >, < Jykill & Hyde >등을 제작한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지난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7편의 뮤지컬을 올리게 되었다. 이른바 뮤지컬열전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지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 < 남자넌센스 A-Men! >이다. 이미 1999년 서울뮤지컬컴퍼니에서 < 남자 넌센스 A-Men! >으로 이정섭, 송영태, 남경주, 김민수, 김장섭, 김도형 등 뮤지컬 스타군단으로 이루어져 한국에서 초연으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올려졌었다. 이후 대학로 인간소극장으로 옮겨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 후 5년 만에 다시 올려지게 된 < 남자 넌센스 A-Men! >은 한국 정서에 맞게 새로 각색 되어졌고, 더욱 더 탄탄한 구성으로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느낌을 받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혼자 공연장을 찾는 일 즈음은 이제 일도 아니게 되어버린 난 오늘도 대학로 거리를 혼자 활보하면서 공연장을 찾았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공연장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원미솔과 만나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예전 동호회에서 잠시 < 넌센스 >를 연주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하면서. 음악감독이 그날 연주자들을 챙기는 모습을 뒤로 하고, 무대 뒤를 통해 들어간 분장실에서는 분주히 수녀복을 차려 입은 뭍 남성들의 야한(?) 속살을 볼 수 있었다. “오늘 별로 상태 안 좋은데!~” 한다. 그렇지만 난 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들은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사가 되어버렸다. 잘 보겠노라는 약속을 하고 공연시간 임박해서 객석으로 들어왔다. 본의 아니게 내 자리는 앞에서 2번째 중간 줄. 부담되는 자리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원장수녀가 등장할 때 내지르는 환호성 교육(?)부터 시작된 남자넌센스는 5명의 수녀복을 입은 남자들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남자 수녀라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 버리고 극에 몰두하도록 하여 주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를 살펴 보면 이렇다.
평화로운 호보켄 수녀원. 어느 날 주방 일을 맡은 수녀가 만든 감자 수제비를 먹고 52명의 수녀들이 식중독에 걸려 죽고 만다. 윷놀이를 하러 외출 중이었던 몇 명의 수녀들만 다행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원장수녀는 기도 중에 환상을 보게 되고 카드를 팔아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48명의 수녀의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이유는 원장수녀의 계산착오로 VTR을 사는 바람에 나머지 4명의 장례식을 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4명의 수녀 시체를 냉동실에 보관하고, 원장수녀(서영주), 휴버트수녀(김태한), 엠네지아수녀(김성기),메리 리오 수녀(조정석), 로버트 앤 수녀(김수용) 이렇게 5명은 자선모금 쇼에 나서게 된다.
공연은 기도와 노래로 시작하여 나병환자 수용소에서 호보켄으로 돌아왔던 힘든 과정을 소개하고 로버트 앤 수녀는 언더스터디 역이 아닌 자신만의 솔로무대를 달라고 원장수녀에게 항의하지만 원장수녀는 결국 엠네지아를 무대에 세운다. 엠네지아 수녀는 수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놀랍게도 메리 아네트라는 인형을 설정하여 공연을 해 원장수녀를 화나게 한다. 원장수녀는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비추라고 명령하고 자신이 수녀가 된 사연을 이야기한다. 한 여성단체에서 받은 라일락 곷다발을 받자 엠네지아 수녀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에 이용해 보려고 한다. 그러나 라일락은 엠네지아에게 효과가 없었다. 로버트 앤은 이상한 병을 원장수녀에게 빼앗기고 다음 장면을 준비하러 다른 수녀와 나가고 원장수녀는 이상한 병의 냄새를 맡고 맛이 간다. 휴버트 수녀는 상황을 수습하고 모두 댄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도록 유도하면서 1막이 끝난다.
2막에서는 원장수녀의 등장이 늦어지자 로버트 앤 수녀는 카톨릭 신자로서 성장하게 되는 내용을 관객에게 전한다. 곧 원장수녀가 황급히 돌아와 뉴저지 보건당국에서 온 소환장 내용에 대해서 논의하고 냉동실의 시체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말하며 휴버트와 함게 ‘한 쌍의 수녀’를 노래한다. 끝으로 원장수녀는 로버트 앤 수녀에게 솔로로 공연할 것을 허락하며 로버트 앤은 ‘스타되길 원하네’를 부른다.
엠네지아 수녀는 무대에 홀로 남아 그 뒤를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녀가 내쉬빌로 가서 컨트리 싱어가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을 전할 때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게 된다. 그녀는 출판업자와의 내기 경마에서 우승했던 메리 폴 수녀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필요한 모든 돈은 해결되고 수녀들은 매우 기뻐한다. 모든 이들이 즐거워하는 와중에 휴버트 수녀가 마지막으로 성자가 되는 길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막은 내린다.
원장수녀의 서영주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원장수녀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마치 미스 다웃파이어에서 로빈 윌리암스를 보는 듯한 몸짓과 코 땡김, 입술 포인트 등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본드를 하게 되는 그 상황은 민망한 신이기도 하다. 전개하는 신부터 마무리하는 신까지 어색하지 않게 계산된 동선과 속도로 완곡을 조절하면서 소화해 내고 있었다. 그녀라고 믿을 만큼 씩씩한 원장수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엠네지아 수녀는 김성기가 맡았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더니 무대에서 본 엠네지아의 모습은 지금까지는 다른 엠네지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은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 더 웃긴 것은 수염이 난 수녀가 어리버리까지 하고 예수십자가상에 맞아 기억상실증까지 걸렸다는 설정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든다. 1막에 퀴즈시간이 있는데 거의 에드립이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신인데 김성기는 능청스럽기까지 한 문제내기와 정답 맞추기를 잘 이끌었다. 관객들에게 사탕을 주면서 “세례요한의 사리입니다. 피부가 좋아져요.”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모습. “자신들이 여기까지 오게 될 때 도착했던 섬 이름은?”라고 하는 문제에 어떤 관객이 “독도”요. 했다가 맴매(?)를 당했다는. 그럼 답이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 독도”였습니다. 때로는 어수룩한 말씨와 몸놀림, 어느 때는 멋진 가수로 또 수녀로 변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휴버트 수녀의 김태한은 은근히 재미있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사사건건 원장수녀와 티격태격. 원장수녀를 견재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언도 하고, 꾸짖기도 하는 재기 발랄한 교육담당 수녀였다. 입담이 보통이 넘는다. 평상시에도 그럴 것 같은 모습의 그가 할아버지들과 윷놀이한 상황을 어찌나 생생히 전하던지 그 생생함이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원장수녀와 얼굴을 때리는 모션 등등. 치밀한 계산들이 곳곳에 보여지고 있었다.
로버트 앤의 김수용은 그 재치와 끼를 무대에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장난기 많고 말괄랑이 수녀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의 과거사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 주었다. 똘망한 눈빛을 보여주며 쑥스러울 수도 있는 몇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정확하고 명백한 대의명분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오수녀 조정석은 우선 미모로 승부수를 걸었다. KO승. 두 번째로 승부수를 던진 건 막내수녀로서의 애교작전. KO승. 조정석은 예쁜 수녀로 변신했고, 귀여운 자태로 모든 신들을 잘 마무리하였다. 발레를 추는 모습이나 죽은 수녀들을 위한 발레도, 여자와 같은 몸짓도 어색하지 않게 다른 수녀들과 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오프닝부터 피날레까지 볼거리가 다양한 쇼였다. 남자들이 모여 일을 내긴 냈다. 그들이 가는 곳엔 언제나 웃음이 한 보따리 준비되어 지고 있는 까닭에 꼭 사고를 치고 말 것이다. 회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그녀들(?)의 쇼는 재미있고 유익한 쇼가 될 것이다. 그들의 몸짓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또 한 번 기회를 봐서 다시 보고 싶은 < 남자 넌센스 A-Men!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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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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