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 펼쳐보니...빛나지 못한 매력들

매력적인 소재와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데스노트>가 일본 공연을 마치고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트에 이름이 적힌 자는 죽게 되는 미스터리한 '데스노트'를 손에 쥔 천재 대학생 라이토와, 라이토가 얽힌 범죄자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천재 수사관 엘의 팽팽한 두뇌싸움을 그린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데스노트>를 마주하자니 다소 김이 빠진다. 극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에 배우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더욱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말았다. '스타일'이라고 말하기엔 근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품 속 여러 요소와 설정들의 아쉬움이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의 주요 장면들로 점핑하는 이야기는 서서히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원작의 숨막히는 아찔한 매력을 덜어냈고, 예열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과 성격 변화는 강렬하기보단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책'을 '뮤지컬'로 담아내는 과정에서의 이야기 전개 효율성이나 장르적 특징을 그 이유로 들기엔, 뮤지컬 자체로의 이음새는 헐겁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미니멀한 무대는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설정이나 효과적으로 구현되진 못한 듯하다. 오케스트라 피트를 품은 돌출무대는 사신들의 등퇴장에 효과적이나 그 밖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의지할 곳 없이 빈 무대 위에 무리 지어 서 있는 경찰들과 앙상블의 모습은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에 어울리지 않는다. 회전무대는 단순하지만 라이토와 엘의 테니스 장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배우들이다. 엘 역의 김준수는 다시 한번 자신의 매력을 십분 살려 극을 빛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다. 구부정한 자세, 독특한 걸음걸이, 그리고 그만의 날카로운 창법이 엘 뿐 아니라 <데스노트>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두 사신 류크와 렘에게서도 시선을 쉽게 거둘 수 없다. 강홍석은 데스노트를 일부러 인간계에 떨어트린 류크 캐릭터에 맞게 엉뚱한 매력을 리드미컬하게 펼쳐내고 있다. 렘 역을 맡은 박혜나처럼 자신의 에너지를 과시하지 않으면서 중심을 단단히 잡고 극과 하나가 되어 섬세하게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내는 젊은 여배우는 분명 드물다.

홍광호의 가창력이야 두말 할 필요가 없다지만, 그의 성량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음향상태는 종종 스피커를 통해 파열음을 내보냈다. 때론 가사 전달도 잘 되지 않는다. 엘과 라이토가 부르는 강렬한 넘버들 사이에서 미사나 렘의 솔로, 듀엣곡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감미로운 리듬은 <데스노트>의 귀한 수확이다. <데스노트>는 개막 전 대부분의 티켓이 팔렸고 최근 5회 공연 연장을 발표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씨제스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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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1

  • mark** 2016.09.19

    매진된 거 맞는데요. 공연보고 취소한 분들 보다, 입소문이 나서 더 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홍샤정박강 어벤져스 팀이라고 불리는 원캐로 갈수록 공연의 질이 더 높아졌고, 내년 초에 예당에서 재연 올라올 정도로 흥행했던 극이었죠. 15년 초연극으로 상도 받았는데 너무 후려치셔서 댓글 답니다.

  • koss13** 2015.07.20

    매진이라고 기사 떠서 매진인줄 알았는데 공연보고 취소한 분들이 많나봐요.저도 영상보고 낚여서 홍 노래나 듣자하고 좋은자리 양도도 많길래 받아서 갔더니 취소할만 하더군요. 휑하단 소리는 들었지만 직접보니 너무나도 휑하고 단조로운 구성이더군요. 음향도 들쭉날쭉 답답하고 조명활용은 1퍼센트고..그나마 홍광호가 많이 나와서 참고 봤습니다. 제작자분들은 다른공연 답사좀 하셔야 할듯..

  • inners** 2015.07.03

    까보니 의외로 연극적인 작품이라 좋게 봤습니다. 주제 의식이 있는 작품이고, 공연의 전반적인 방향성이 주제와 어우러져 목적을 갖고 돌아가는 것 같았어요. 대극장이라면 무대를 넘치게 꾸며야 한다는 건 촌스러운 도식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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