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아름답고 처절한 독백 "넌 누구니?"



허름한 리버뷰(Riverview) 모텔의 작은 무대. 그곳에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화려한 화장과 풍성하다 못해 부풀려진 듯한 금발의 여성이 느릿느릿 걸어 무대로 올라간다. “내가 누군지 알아?” 콧소리 섞인 나른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관객에게 묻는다.
그는 ‘헤드윅’.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을 지니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랑들로부터 여러 번 버림받은 사람. 락밴드 앵그리 인치와 유태인 이츠악과 떠돌면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녀는 과장되게 웃으며 갑자기 짜증을 내기도 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 속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버림받은 자의 슬픔, 이도 저도 아닌 성에 대한 혼란으로 헤메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있는 작은 무대 옆에서는 성공한 락커 토미가 공연을 한다.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곡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서글픈 현실을 노래하며,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 베를린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셀. 미군 라디오 방송에 심취하면서 '데이빗 보위', '루 리드' 등 음악에 열광하는 섬세한 소년이다. 좁은 아파트에서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엄마를 피해 오븐 속에서 미국 음악을 듣는 것.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미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미군 병사가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한 것. 이에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로 하지만, 수술은 실패하고 그에게는 일인치의 살덩어리만이 남게 된다.
미국으로 건너간 여성도, 남성도 아닌 ‘헤드윅’은 남자에게 버림받고 변두리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때 헤드윅은 16살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헤드윅의 ‘1인치 살덩이’에 질려 떠나가고, 그녀의 곡으로 명실 부상한 스타가 된다.

헤드윅이 무대에 등장해 자신의 엄마를 추억하며 부르는 노래 ‘The Origin of Love’. 자신의 손도 잡아준 적이 없는 차가운 엄마였지만, 어느날 밤 어린 한셀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준다. 원래는 한 몸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떨어진 반쪽의 아이들 이야기. 어린 한셀은 자문한다. 내 반쪽은 누구일까? 아빠일까? 엄마일까? 남자? 여자?

The Origin of Love
아주 오랜 옛날. 구름은 물을 뿜고 하늘 넘어 솟은 산. 오랜 옛날. 두쌍의 팔과 두쌍의 다리를 가진 사람.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 한번에 세상보고 한번에 읽고 말하고 한없이 큰 이 세상 굴러다니며 아무 것도 몰랐던 시절. 사랑 그 이전 uhm-.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그 옛날 세 종류의 사람 중, 등이 붙어 하나된 두 소년. 그래서 해님의 아이. 같은 듯 다른 모습 중 돌돌 말려 하나된 두 소녀. 그들은 땅님의 아이. 마지막 달님의 아이들. 소년과 소녀 하나된. 그들은 해님 달닐 땅님의 아이. 아-아- the origin of love.

이제 불안해진 신들. 아이들의 저항이 두려워 말하길. “너희들을 망치로 쳐죽이리라 거인족처럼” 그때 제우스는 “됐어! 내게 맡겨 그들을 번개 가위로 자르리라. 저항하다 다리 잘린 고래들처럼”. 그리고 벼락 꽉 잡고, 크게 웃어대며 말하길 “너희 모두 반쪽으로 갈려 못 만나리 영원토록”. 검은 먹-구름 몰려들어 거대한 불꽃되고.

타오른 불꽃 벼락되어 내리치며 번뜩이는 칼날되어. 함께 붙은 모. 가운데를 잘라내 버렸지. 해님 달님 땅님 아이들. 어떤 인디안 신. 토막난 몸을 꿰메고 매듭을 배꼽 만들어. 우리 죄 다시 생각케 해. 오사이러스 그 나일의 여신 폭풍 일으켜 세워 거대한 허리케인, 갈라지는 하늘. 검케 쏟아지는 폭우, 거침없이 파도에 흩어져버린 우리. 끝없는 절망 속. 마지막 애절한 소원. 한쪽 다리와 눈만은 제발 남겨 주시길.

나는 기억해 두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피 묻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하지만 난 알아. 니 영혼 끝없이 서린 그 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 몸이 되기 위해 서로를 사랑해. 그건 Making Love, Making Love.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시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at’s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헤드윅은 미국에 와 믿었던 남자는 떠나버리고 영원히 양쪽을 구분해 줄 것 같았던 베를린 장벽은 무너져 버린다. 엄마에게 전화해볼까 하지만 그는 엄마와도 연락이 끊긴 상태. 첫 남자가 선물로 줬지만 거들떠도 보지 않던 가발을 찾아 거울을 본다. 넌 누구니? 슬프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가슴에 꽂히는 잔잔한 곡.

WIG IN A BOX
오늘 같은 세상 어지런 이밤. 트레일러 타운 불빛이 꺼지면 난 외로워. 난 지쳐, 슬픔에 터질 거 같아. 이제 여행을 떠날 시간. 내 얼굴엔 메이크 업, 카셋 테잎 노래, 가발로 마무리하면 어느새 난 미소짓는 미인대회 여왕님. 언제까지나 나는 잠들면 안돼.

지난간 내 과거들과 여자로 변한 날 보면 요지경 세상사 신기한 인생. 지금은 술 한잔 들이키고 바라봐 벨벳상자 속 선물 받은 내 가발. 내 얼굴엔 메이크 업, 리듬 앤 블루스. 예쁜 선물 가발을 쓰면 어느새 난 영화 속의 올린 머리 공주님. 꿈에서 깨어 긴 밤 지날 때까지.

멋진 가발과 화려한 메이크 업. 세련된 패션센스까지 잘난 척 예쁜 척 여잔 많지만. 하든지, 말든지. 나는 나 세상 단 하나. 이 세상 누구보다 멋진 나. 내 얼굴엔 메이크 업. 카셋 테잎 노래. 이 예쁜 선물 가발을 쓰면. 어느새 난 찰리스 앤젤 미스 파 라라셋. 꿈에서 깨어 긴 밤 지낼 때까지.

Shog! 짧은 단발 컷 핀컬 파마도 소제지 컬스 치킨 윙스 모두 널 위해. 강력 blow dry 꽁지머리 나이아가라 파마도. 뽀글뽀글 지지고 볶고 모두 널 위해. 그건 모두 널 위해. 그건 모두 널 위해.

내 얼굴엔 메이크 업, 카셋 테잎 노래. 이 예쁜 선물 가발을 쓰면 어느새 난 무대에 선, 노래하는 펑크 락 스타. 난 이제 다시 돌아가지 않아!

헤드윅의 밴드 ‘엥그리 인치’는 자신의 성기에 남아있는 1인치의 흔적을 말한다. 실패한 수술로 남자도, 여자도 아닌 혼란을 가져다 준 ‘1인치의 살덩이’. 화려한 화장과 부푼 가발, 섹시한 드레스로 가렸지만, 이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날 사랑한다면, 내 밑의 이것도 사랑하란 말이야” 깊은 자괴감과 슬픔으로 몸서리친다. 헤드윅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가발을 벗어 던지고, 몸을 감쌌던 짧은 스커트를 던져버리고, 몸부림 친다.

Midnight Radio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My Dream, My Song. 내리치던 여름, 세찬 폭풍처럼 사라지는 꿈.
Breath. Feel. Love. 날아 가라. You Know you are free. 꿈틀대는 영혼, 붉은 심장처럼 너와 난 하나.

넌 하늘 저편 밝은 별. 들려오는 소리 미드나잇 래디오. 넌 하늘 높이 날으는 발레리나. 들려오는 락앤롤.

이 세상 모든 락앤롤러스. 변치말고 지금처럼 서로 안고 끌어주고 모두가 하나된 이밤.
넌 하늘 저편 밝은 별. 들려오는 소리 미드나잇 래디오. 넌 외로운 세상 지친 영혼. 지지말아, 포기말아 그래서 우린 락앤롤러스. 영원한. Your Rock and Roll. 손을 들어- 손을 들어- 손을 들어- 손을 들어-

이 작품의 마지막. 헤드윅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가발, 옷을 벗어버리고 실체를 드러낸다. 허물을 벗긴 그의 모습은 오히려 남자에 더 가깝다. 그와 함께 공연을 하던 남자 이츠악. 그 역시 정체성에 의문점을 남겨둔다. 그들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단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뮤지컬 [헤드윅] 中 'Midnight 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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