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트] 네가 내 친구이긴 한 거야?

‘네가 내 친구이긴 한 거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오늘은 ‘뒤통수치다’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소위 말하는 뒷골이 지끈 아파올 만큼의 뒤통수 맞기.
여기서 치는 사람은 자신이 타이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뒤통수를 맞는 사람은 자신이 맞을 것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결과론적으로는 ‘뒤통수치다’라는 말이 완벽한 자동사로 나온 것이 아닐까?

연극 [아트]에서는 종종 ‘네가 내 친구이긴 한 거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고 한다. 그것은 심한 배신감 등 매우 불쾌하고 역겨운 감정도 있겠지만 본질 안에는 친구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도 함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내 친구이긴 한 거야?’ 라는 말은 달리 말하면 ‘넌 내 친구야. 그런데 지금 내 뒤통수를 친 것은 바로 너란 말이야. 이걸 어떻게 받아 들이라는 말이지?’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분노 아니 어떻게 말하면 애정이 깊어 애증이 되는 것처럼 똑 같은 폭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그 ‘뒤통수’를 냅다 친 가해자와 폼나게 맞은 피해자만이 존재하게 되어 둘 사이에는 분노만이 남아 있어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어느 쪽이 풀어야 하고 어느 쪽이 분을 풀어줘야 하는지는 자명하게 나와있지만 서로 역할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미처 깨닫지 못한 어느 상황에 느닷없이 내게 해를 끼친 친구에게 과연 ‘우정’이라는 것을 논할 수 있겠는가. 그건 ‘우정’에 있어서 ‘살인’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 생각할 때에는 ‘우정’에서 비롯된 ‘인정받음’일 수도 있다. 억울한 논리로 상해를 입었을 때 ‘우정’이라는 것에 금이 가는 ‘억울함’과 ‘노여움’이 서려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친구’라서 통할 수 있는 방법은 ‘소통’이다. 흔히 말해 호탕하게 서로 소통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는 할 말이 변명일 뿐일 것이고, 피해자는 따지고 들 것이 자명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 보았을 때 ‘네가 내 친구이긴 한 거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고 이야기할 정도의 무게감은 존재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흔히 말하는 말장난으로 본다면 그것은 ‘우정’이라는 울타리가 굳게 쳐져있어 그 공감대로 인해 말장난이 아닌 진심이 깃들여 있는 ‘솔직함’을 보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말로 안될 것은 없다. 그러나 말만 많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해프닝으로 아니면 서먹한 감정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솔직하게 서로 소통해서 오해가 남아있지 않는, 해프닝에 가깝지만 ‘우정’에 금이 가지 않는 해프닝으로 남기를 누구든 바랄 것이다. 악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우정’을 기본으로 시작하는 것이기에 서먹한 감정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만 미온으로 남아있게 될 그 무언가는 또 홍역처럼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풀어나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친구라는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한 주축이 될 것이다.

[아트]처럼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면 문제는 훨씬 쉬운 곳에서 풀릴 것이라는 대답을 내어 놓는다. 그것이 친구라고. 그것이 우정이라고. 그래서 다분히 남자들도 수다스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값싸게 느껴지는 수다가 서로의 진심을 말하는, 서로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정이란 상대방의 모습을 그대로 보아 주어야 하며, 서로 돌봐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현대인간들에게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게 하는 무대이다. [유쾌한 연극 아트: 고명환, 남성진, 유연수 & 문천식, 김지완, 장준휘]로 뭉쳐진 친구들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들여다 보자. 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내 뒤통수를 쳤던 수 많은 인간들을 생각하며, 삼가 조의를 표하고 싶으나 행복한 무지개를 띄우고 싶은 이 착한 심정의 친구를 잃지 말기를 권하게 된다. “친구야! 뒤통수 치지 말고 앞통수를 쳐줘. 아니면 독소를 내뱉더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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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엔터테인먼트부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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