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어떻게 늙을 것인가

  • like0
  • like0
  • share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지난해 대히트를 쳤던 트로트곡 ‘백세시대’의 첫 소절이다. 가사처럼 육십 세면 아직은 젊은 나이, 인생 2막 혹은 3막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 그렇다면 이 백세시대에 행복하게 잘 늙어가는 길은 무엇일까? 뮤지컬/연극 무대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사랑, 그리고 용기 <맘마미아!>

한때 아마추어 그룹의 리드싱어였으나 지금은 작은 모텔의 여주인이 된 마흔 살 도나. 스무 살 난 딸 소피의 결혼식을 앞둔 그녀는 소피가 자신 몰래 초대한 옛 남자친구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십 년 전 한여름 ‘썸’을 탔던 세 명의 남자를.

이십 년 만에 마주한 세 명의 ‘전남친’들은 도나에게 당혹스러운 존재다. 소피는 그들 중 누가 자신의 아빠인지 알고 싶어하지만, 실은 도나도 그걸 몰라 미안하고 창피하다. 게다가 세 남자는 아득히 멀어진 청춘을 씁쓸히 떠올리게 한다. ‘댄싱퀸’이었던 왕년에 가졌던 활기와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 삶에 지친 도나의 모습이 아이를 키워내느라 눈깜짝할 새 십 수년을 흘려 보낸 여느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

그런 도나의 인생을 바꾼 건 사랑과 용기다. 한때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그러나 점점 커가면서 속을 알 수 없게 된 딸의 뒷모습을 울적하게 바라보기만 하던 도나는 망설임 끝에 옛 애인 샘의 고백을 받아들인다. 지난 20년간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샘의 이야기에 그녀 역시 용기를 내어 새로운 변화를 향해 한 발짝 발을 내딛는 것이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 있든 작은 용기와 새로운 만남이 있다면 얼마든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맘마미아!>는 알려준다. ‘I have a dream’, ‘Dancing Queen’ 등의 흥겨운 넘버가 청춘으로 되돌아간 듯한 뜨거운 열정과 설렘을 객석까지 전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모든 것을 향해 열린 마음 <해롤드 앤 모드>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 나오는 여든 살 모드는 열 아홉 살 해롤드가 청혼까지 할 만큼 너무도 매력적인 할머니다. 그녀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며 저도 모르게 조금씩 갖게 되는 타성이나 선입관, 권위적인 태도가 전혀 없다. 오히려 늘 처음 보는 것처럼 작은 것들에 감탄하고, 어떤 것에도 고집이나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스스럼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하나씩 해보자”가 인생 모토인 그녀는 도심 속 시들해진 나무를 뽑아다 공기 좋은 곳에 심기도 하고, 한참 나이 어린 소년 해롤드를 친구로 사귀기도 한다. 열린 마음은 황혼의 나이에도 늘 새로운 경험과 만남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그런 모드의 모습은 죽음만을 생각하며 갖가지 자살 방법을 연구하던 해롤드를 변화시킨다. “세상에서 죽는걸 즐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지.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죽는 것은 아니야. 인생으로부터 후퇴하는 것이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라는 모드의 말은 해롤드에게도, 객석의 관객에게도 죽을 때까지 씩씩하게 진짜 삶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런 그녀가 생의 마지막 순간 해롤드에게 남기는 말은 “이제 나가서 사랑해줘. 이 세상을.”이다. 모든 것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 그리고 더 나아가 따스한 사랑과 너그러운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면 누구든 그녀처럼 멋지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만 안 해도 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얼마 전 ‘꼰대 자가 진단법’이 온라인상에서 유행했다. 1)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반말을 한다. 2) 대체로 명령문으로 말한다. 3) “oo란 oo인 거야.” 식의 진리명제를 자주 구사한다…등의 체크리스트다. 2012년 공연된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여기 열거된 행동양식을 집대성한 듯한 어른들이 등장한다. ‘왕따’ 가해자의 부모이며 교사인 이들은 이기심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약자를 함부로 대하고, 온갖 엉터리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의 아이를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둔갑시킨다. ‘왕따’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이 연극은 ‘나만 옳다’고 우기는 어른들이 사회를 장악할 때 얼마나 큰 부조리가 생겨날 수 있는지 경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멋지게 늙어가는 법을 배우기 전에 은연중 ‘내가 옳다’는 생각에 매여있지는 않은지부터 점검해보자. 나쁜 점을 피하려는 노력만 해도 ‘잘 늙어가기’의 반은 성공하는 것 아닐까.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DB, 샘컴퍼니 제공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like
  • like
  • share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