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천만 가지 얼굴 담았다, 예리한 풍자·고발 공연들
- 2017.06.02
- 박인아 기자
- 5771views
우리는 만나는 사람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대개 그 가면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위선 혹은 위악에 가까운 것들이다. 남달리 예리한 눈을 가진 창작자들은 예로부터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그 가면을 후련히 벗겨내며 통쾌한 웃음 또는 서늘한 충격을 던졌다. 무대에서도 그런 예리한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식인의 우스운 모습 꼬집는
<신인류의 백분토론>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뜨거운 여름> 등을 만들어온 극단 배달서비스간다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작품이다.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특정 서사나 장면 전환이 거의 없는 이 공연은 유명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형식을 가져왔다. 공연이 시작되면 사회자와 여섯 명의 패널이 등장해 ‘창조론VS 진화론’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무대에 놓인 5대의 모니터가 이들의 표정을 생생히 비춘다.
“<백분토론>을 보다가 패널들이 자기 주장만 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이 공연을 구상했다. 그들의 코믹한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민준호 연출의 말처럼, 이 연극은 우리가 TV에서 종종 접했던 소위 ‘지식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일면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토론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논리와 감정의 경계가 무너지고, 패널들은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며 자기 주장만 하기 바쁘다. 상대편 패널에게 “남녀 사이에 흥분하면 안됩니다”라고 뜬금없이 느끼한 농담을 던지거나, 툭하면 삿대질을 하고 탁자를 쾅쾅 두드리는 모습이 우리가 대선 당시 TV에서 봤던 몇몇 정치인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물론 이 작품이 풍자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격렬한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등장인물들은 미생물학, 종교철학, 역사와 천문학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며 두뇌를 자극한다. 많은 책과 자료를 연구하며 유명 강사와 학자들의 특징을 깨알같이 포착해낸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공연은 오는 7월 9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이어진다.
애들보다 유치한 어른들의 속마음을 폭로하는
<대학살의 신>
11살짜리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가 부러졌다. 이 사건 때문에 만난 양쪽 집안의 부모들은 짐짓 점잖게 인사를 주고받지만, 이야기가 오갈수록 점차 흥분해 한없이 유치한 속내를 드러낸다. 급기야 이들의 만남은 한바탕 난투극으로 이어진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대학살의 신>의 내용이다.
물론 이 작품이 풍자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격렬한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등장인물들은 미생물학, 종교철학, 역사와 천문학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며 두뇌를 자극한다. 많은 책과 자료를 연구하며 유명 강사와 학자들의 특징을 깨알같이 포착해낸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공연은 오는 7월 9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이어진다.
애들보다 유치한 어른들의 속마음을 폭로하는
<대학살의 신>
11살짜리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가 부러졌다. 이 사건 때문에 만난 양쪽 집안의 부모들은 짐짓 점잖게 인사를 주고받지만, 이야기가 오갈수록 점차 흥분해 한없이 유치한 속내를 드러낸다. 급기야 이들의 만남은 한바탕 난투극으로 이어진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대학살의 신>의 내용이다.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 올리비에어워즈 최우수코미디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대학살의 신>은 아이들의 싸움을 계기로 만난 중산층 부부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다. 품위와 교양을 겸비한 듯 보였던 주인공들은 곧 교양 따위 내던지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자연히 그들의 위선도 드러난다.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애완동물을 밖에 내다 버린다거나, 고상한 척 하지만 실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남의 집 마당에 구토를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신랄한 대사들과 블랙 코미디 끝에 이 이야기는 제목처럼 ‘대학살의 신’이 휩쓸고 지나간 듯 강렬한 잔상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지성과 매너 뒤에 이기심과 폭력성, 편협함을 감춘 인간들의 모습을 선명히 담아낸 <대학살의 신>은 오는 6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지성의 탈을 쓴 이기심을 고발하는
<글로리아>
오는 7월 재연 무대에 오르는 연극 <글로리아>는 삼십 대 초반의 극작가 제이콥스-젠킨스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뉴욕의 한 잡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공연은 사람들이 가진 위선과 속물근성을 세밀하게 드러내고, 더 나아가 타인의 삶과 죽음에 철저히 무심할 뿐 아니라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려 드는 인간의 이기심을 폭로한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신랄한 대사들과 블랙 코미디 끝에 이 이야기는 제목처럼 ‘대학살의 신’이 휩쓸고 지나간 듯 강렬한 잔상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지성과 매너 뒤에 이기심과 폭력성, 편협함을 감춘 인간들의 모습을 선명히 담아낸 <대학살의 신>은 오는 6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지성의 탈을 쓴 이기심을 고발하는
<글로리아>
오는 7월 재연 무대에 오르는 연극 <글로리아>는 삼십 대 초반의 극작가 제이콥스-젠킨스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뉴욕의 한 잡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공연은 사람들이 가진 위선과 속물근성을 세밀하게 드러내고, 더 나아가 타인의 삶과 죽음에 철저히 무심할 뿐 아니라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려 드는 인간의 이기심을 폭로한다.
극은 잡지사 사무실의 일상적인 풍경을 비추며 시작한다. 백인 남성 딘과 동양계 여성 켄드라, 2년차 어시스턴트 애니는 적당히 상사의 비위를 맞춰가며 남을 헐뜯기 바쁘고, 아이비리그 출신의 인턴 마일즈는 종일 서류를 복사하거나 자판기 음료를 뽑아오며 하루를 보낸다. 얼핏 보기에 이들은 서로 친한 것 같지만, 실은 성별·학벌·직위·인종 등을 따지며 엄연히 서로를 차별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사무실에서 늘 ‘왕따’ 취급을 당했던 여직원 글로리아가 나타나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사건을 벌인다.
그 사건 이후를 다룬 2막에서도 작가의 통렬한 고발은 이어진다. 평소 유명 작가를 꿈꾸던 주인공들은 생존자 혹은 목격자라는 이름으로 그 사건에 대한 책을 쓰고, 서로를 비방하며 견제한다. 겉으로는 지성인의 얼굴을 한 그들이 실은 그 사건을 통해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소외된 자들은 끝내 변함없이 소외되고 마는 현실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글로리아>는 오는 7월 14일부터 8월 13일까지 볼 수 있다.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신시컴퍼니 제공
그 사건 이후를 다룬 2막에서도 작가의 통렬한 고발은 이어진다. 평소 유명 작가를 꿈꾸던 주인공들은 생존자 혹은 목격자라는 이름으로 그 사건에 대한 책을 쓰고, 서로를 비방하며 견제한다. 겉으로는 지성인의 얼굴을 한 그들이 실은 그 사건을 통해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소외된 자들은 끝내 변함없이 소외되고 마는 현실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글로리아>는 오는 7월 14일부터 8월 13일까지 볼 수 있다.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신시컴퍼니 제공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