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안재욱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더 책임감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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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에서 애국심 넘치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를 연기했던 배우 안재욱이 다시 한 번 독립운동가 역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바로 뮤지컬 <아리랑>을 통해서다. 2015년 초연 당시 <아리랑>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신혼여행까지 공연 후로 미뤘던 안재욱은 이번 재연에서 더욱 깊어진 연기로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본 공연을 앞두고 런쓰루 연습에 한창인 안재욱을 지난 12일 종로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아리랑 초연 당시 공연 준비 때문에 신혼여행까지 미뤘던 걸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작품에 대한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재연을 누구보다 기다렸던 배우 중 한 명이다. 아리랑이라는 민요가 옛날부터 쭉 이어져 온 것처럼 뮤지컬 <아리랑>도 초연을 하면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졌었다. 다행히 재연을 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민요처럼 뮤지컬 아리랑도 계속 오랫동안 사랑받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2년 만에 다시 <아리랑> 재연을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초연을 보신 분들에게 배가 되는 기쁨을, 처음 보시는 분들에겐 새로운 감동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초연에는 열정 하나로 부딪혔다면, 이제는 더욱 더 완벽한 공연을 보여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숙제 검사를 맡는 학생의 마음이다. 그래서 연습 과정이 더 힘든 것 같다.

송수익이라는 무게감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연기하면서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절실하게 느낀다. 송수익은 나라를 생각하는 절절한 마음으로 쓰러진 민초들을 이끌어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송수익 같은 분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기에 지금 이 시대가 유지되는 것 아닌가. 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연기하고 있다.

치성으로 새롭게 합류한 윤형렬과의 호흡도 기대된다. 확실히 새롭게 분위기 전환이 된 듯한 느낌이 있다.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이 남다르다 보니 초연에 출연한 배우 대부분이 재연에 참여했다. 일부만 캐스팅이 바뀌었는데, 같이 연습해보니 또다른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합류한 것 같다. 기존 배우들이 중심축이 되어 조화롭게 잘 이끌어가려 한다.
 
<영웅>에 이어 독립운동가 역할을 또 맡았다. 일부러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픈 역사를 지닌 민족이다 보니 시대극엔 독립을 간절히 원했던 민족의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 별로 없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영웅>이나 <아리랑>을 하다 보면 더 뜨거워지는 것 같다.

한류스타 1세대로서 이런 역할을 계속 맡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선택에 대해 조심스러웠기도 하고. 결정에 대해 책임은 내가 져야 하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올바른 역사 인식이 없는 한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해외 팬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내용일 수 있지만 우리 역사의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소재로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알리는 것이 목표인가. 누군가를 계몽하기 위한 작품은 아니기에 그렇게까지 큰 목표를 삼은 건 아니다. 우리나라 관객이든 해외 관객이든 계몽적인 측면보다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들면 이 작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작품마다 각자의 소재가 있듯이 <아리랑>에서도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중심 소재일 뿐이다. 절대 무언가를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매체 활동보다 무대 활동이 유독 더 잦은 느낌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부터 드라마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령층이 어려지다보니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작품을 무조건 할 수도 없다. 여러 제약이 많아 매체 활동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뮤지컬에 많이 출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굉장히 솔직한 대답이다. 늘 후배들한테 하는 얘기다.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잘 해야 한다고.

혹시 연극 무대에는 다시 설 생각이 없나. 90년 대 이후 연극 무대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좋은 작품을 찾고 있다. 누구에 의해서 짜여진 캐스팅이 아닌, 내가 생각하기에 호흡이 맞는 배우들 2~3명이 나오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근데 작품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20여 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글쎄, 열심히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자부할 수 있지만, 고집이 너무 센 배우였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틀이 너무 견고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 덕분에 지금까지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안재욱이 만들어 놓은 틀이라는 게 뭔가. 사생활 관리에 있어서 나름대로 엄격하게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술은 좋아하지만(웃음). 또한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나름대로 기준 같은 것들이 있었고.

말 그대로 그런 틀 덕분에 아직까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팬들 사랑도 대단하다 들었다. 아직까지는 계속 활동하니깐 그런 것 아닐까?(웃음) 사실 팬이 없는 배우는 초라한 것 같다. 무대, 조명, 음향이 다 준비되어 있는데 객석이 비어 있으면 얼마나 슬프겠나. 그러다 보니 감사한 마음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려고 하는데 현실적인 여건상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통해 무대에서 직접 만날 기회 많이 만들려고 한다.

오랫동안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나? 요즘 후배들을 보면 신체적인 조건부터 끼까지 타고 난 친구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노래연습만 위주로 하는 것 같다. 노래 연습만큼 연기에 대해 고민도 같이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극의 흐름과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노래만큼 연기 연습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결혼 후 얼마 전 예쁜 딸까지 생겼다.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은데. 많이 달라졌다. 여유가 생김과 동시에 책임감도 늘어난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결혼을 하면서 심적인 여유가 많이 생긴 걸 실감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무언가를 선택할 때 이젠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책임감도 생기더라. 결론적으론 긍정적인 쪽이 배가 된 듯하다.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되나? 연기할 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결혼 후에 <영웅>, <아리랑> 같은 작품들을 하는 거 보면 모르겠나?(웃음) 로맨스가 없는 작품 위주로 하고 있지 않나.

아내인 배우 최현주는 <시라노>에서 애정 연기를 많이 하던데? 안 그래도 중간에 키스신 하나 정도는 빼도 되지 않냐고 얘기했다. 남편은 이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데, 복귀 시켜 놨더니 다른 남자 품에 안겨서(웃음). 개인적으로 <시라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까지 잘 해낼 줄 몰랐다. 그 전까지는 클래식을 전공한 친구이다 보니 정적인 역할들만 잘 소화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역할은 동적인 캐릭터임에도 너무 잘 소화해내더라.

<아리랑>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해준 얘기는 없었나. 작품에 대해서는 서로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이다. 대신 평상시 건강 관리 등을 잘 신경 써준다. 목이 안 좋을 땐 약도 잘 챙겨주고, 식사 한 끼라도 차려주려고 하고. 사실 약의 효능보단 그 사람의 마음이 전달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는 것 같다.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서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보이도록 하겠다.
 
안재욱은 인터뷰 내내 어떤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 대답은 기자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식없이 솔직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그가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던 '오랫동안 사랑받은 비결'이 떠올랐다. 바로 그럴듯한 포장보단 솔직한 메시지로 진심을 전달하려는 그의 매력 덕분 아닐까.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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