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안 될 그 공연·영화 속 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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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났던 1945년 8월 15일. 그 뜻깊은 날을 앞두고 우리 역사 속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모두 각 장르에서 손꼽히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만남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이다. 그러나 출연진의 화려한 면면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들이 갖는 의미다. 멀리는 한일합방부터 가까이는 1980년까지, 우리 역사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이 작품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들을 되새기게 한다. 바로 지금, 놓치면 안 될 작품 속 결정적 순간을 들여다보자.

 
“숨통이 맥혀 가슴만 탁탁”
1905년 11월 17일, <아리랑>의 민초들을 울게 한 을사조약의 순간  

 
동명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리랑>은 한일합방을 앞두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던 1905년 즈음 시작한다. 전북 김제의 한 마을에서 농사짓고 살아가던 감골댁 가족과 양반 송수익 등은 땅과 식량을 빼앗아가는 일본인들에게 저항하던 중 한양으로부터 을사조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1905년 11월의 일이다.
 
을사조약으로 더욱 본격화된 일제의 침략은 주인공들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 놓는다. 감골댁의 딸 수국은 일제의 앞잡이에게 유린당하고, 그 복수를 하려던 득보는 감옥에 갇힌다. 치욕스런 소식에 통탄하던 송수익은 의병을 일으켜 일제에 항거하고, 일제의 폭압을 견디다 못한 주인공들은 결국 1막 마지막에 이르러 고향을 떠나 만주로 향하게 된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이들의 애끓는 울음이 21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점차 고조되며 가슴이 터질듯한 울림을 전한다.
 
“한 사람이라도 살믄 우리가 이기는 거여”
1945년 8월 6일, <군함도>의 주인공들을 생사의 기로에 몰아넣은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순간  

 
626만 관객을 돌파한(8월 8일 기준) 영화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일제 강점기 ‘지옥섬’이라 불렸던 군함도(하시마 섬)에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 처세술 좋은 악단장 이강옥(황정민)을 비롯한 조선인들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등의 거짓말에 속아 군함도로 끌려간다. 그 후 남자들은 해저 1천 미터의 막장으로, 여자들은 유곽으로 보내져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인부들의 숱한 죽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일본군 밑에서 주인공들은 겨우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중 1945년 8월 6일, 필리핀과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 본토를 본격적으로 공격하던 미국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다. 이 사건으로 일본의 전세는 급격히 기울고, 패전을 감지한 군함도의 일본군은 조선인들을 모두 갱도에 가둬 수장시키려 한다. 일본 천황이 항복을 선언하기까지 남은 기간은 단 4일, 생사의 기로에 선 <군함도>의 주인공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을 계획한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해내려는 박무영(송중기) 등의 분투와 뒤이어 벌어지는 일본군과의 격전이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1980년 5월 20일, <택시운전사>의 인생을 바꿔버린 금남로의 한 순간


“사우디를 가봐라, 그래야 대한민국이 좋은 줄 알지.”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혀를 차던 택시 운전사 김만섭(송강호). 사글세 독촉에 시달리던 그는 높은 운임을 제시하는 외국인 손님을 발견한다. 광주에 내려갔다가 저녁까지 다시 서울로 데려다 주면 10만원을 주겠다는 그 손님을 재빠르게 차에 태운 김만섭은 신이 나서 광주로 향한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는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상상치 못한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5.18 광주민주항쟁이 발발한 지 이틀째, 5월 20일의 오후다.
 
개봉 일주일 만에 540만 관객을 돌파한(8월 8일 기준)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항쟁을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택시 운전사 김만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은 당시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력하게 죽어갔는지, 그 진실이 광주 밖에서는 얼마나 철저히 은폐됐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끔찍한 참상 속에서도 서로 연대하고 독재에 항거했던 시민들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전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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