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안희정 모두 기립박수 보냈다…뮤지컬 <아리랑>과의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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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차 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조정래)
 
“마지막 장면에서 김성녀 선생님이 다 함께 ‘아리랑’을 부르자고 하시는데 그때 (가슴에서) 뭔가 콱 올라왔어요. 우리가 한 형제임을 느끼게 해준 고선웅 연출님께 감사드립니다.”(안희정)
 
조정래 작가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창작뮤지컬 <아리랑>에 대해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지난 12일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다. 이날 함께 뮤지컬을 관람한 두 사람은 공연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아리랑>의 고선웅 연출, 배우 김성녀·안재욱·박지연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경림이 사회를 맡고 180여 명의 관객이 참여한 이날의 행사는 <아리랑>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한 대화가 오고간 뜻깊은 자리였다.
 
조정래 작가 “공연 볼 때마다 감동 벅차올라”
안희정 도지사 “무대 위 역사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 다할 것”  


지난달 25일 개막한 <아리랑>은 조정래 작가가 쓴 동명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일제 강점기 전북 김제와 만주를 배경으로 감골댁 가족과 의병 송수익 등 민초들의 투쟁사를 생생히 담아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홍도>의 고선웅이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원작을 압축해 약 2시간 40분 분량의 뮤지컬로 담아냈고, 김대성 작곡가가 ‘진달래와 사랑’ ‘어떻게든’ 등 오랜 여운을 남기는 넘버들로 감동을 더했다.
 
이날 네 번째로 뮤지컬 <아리랑>을 관람했다는 조정래 작가는 공연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했다. 극 중 감골댁이 아들에게 ‘꼭 장가가야 혀’라고 당부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는 그는 “그 대사의 뜻은 우리 민족이 장구히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다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고, “소설 <아리랑>은 조정래의 것이고, 뮤지컬 <아리랑>은 고선웅의 것”이라며 고선웅 연출에게 힘을 실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조정래 작가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이 자리에 함께 했다. 그는 청년시절부터 <태백산맥>을 비롯한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고. 조정래 작가도 안희정 도지사에 대해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들 중에서 눈 여겨 보고 10여년 전부터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라고 그간의 인연을 밝혔다. 공연장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 올랐다는 안 도지사는 “오늘 무대에서 봤던 그 역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 역사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때와는 다르게 풀어보고 싶은데 그게 안 돼서 죽을 맛”이라고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도지사가 “망각될 뻔한 우리 역사를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어주신 조정래 선생님과 이를 무대로 보여주신 문화예술인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직업 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하자, 조정래 작가는 “지나간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그게 되돌리는 것”이라고 화답해 박수를 자아냈다.
 
고선웅 연출 “관객들의 심장 속 ‘아리랑’을 발화시키고자 했다”  

소설 <아리랑>과 그 안에 담긴 한민족의 아픈 역사는 뮤지컬 <아리랑>의 무대를 함께 만들어온 고선웅 연출과 배우들에게도 이미 특별한 의미가 되어 있었다. 12권의 원작을 뮤지컬로 각색하는 동안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는 고선웅 연출은 “(조정래) 선생님께 결례가 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관객들의 심장 속에 있는 ‘아리랑’을 발화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밖에 있는 배우들까지 늘 노래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로 <아리랑>에 대한 배우들의 깊은 애정을 표현한 감골댁 역 김성녀는 “이렇게 좋은 캐릭터를 맡아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연한다는 것이 늘 고맙고 새롭다”고 말했다. 김성녀는 안희정 도지사에게 “정치하는 분들이 (문화예술인들을) 크게 도와주시기보다 먼저 공연장에 자주 찾아와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의병 송수익 역의 안재욱은 “해외 팬들에게 사랑받는 한류스타로서 일제 침략의 역사를 다룬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올바른 역사 인식이 없는 한류는 의미가 없다”고 답해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는 “다행히 저를 좋아하는 팬들이 이해해주셔서 편하게 무대에 서고 있다”며 “처음엔 사투리 연기와 한복이 어색해서 마지막 연습 때까지 불안감을 느꼈는데, 무대에 오르는 순간 ‘안 했으면 큰일날 뻔 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감골댁의 딸 수국으로 분하는 박지연은 “첫 공연 때는 정말 많이 떨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공연을 하고 싶다”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아리랑’을 부를 때는 (관객과의) 경계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모든 벽이 무너지고 다 하나가 되는 것 같다”고 무대에서 느끼는 벅찬 감정을 생생히 표현했다.
 
이어 관객들과의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한 관객이 “대하소설을 쓰는 동안 고통을 이겨내게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조정래 작가는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한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 많은 작품을 쓰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진행되는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화두로 꺼낸 관객에게는 조정래 작가가 “역사를 모르면 그 비극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힘주어 답해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행사는 플레이디비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채널 [보고싶다]에서 단독 생중계됐다. 행사의 전체 내용은 [보고싶다]의 해당 게시물(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뮤지컬 <아리랑>은 9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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