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 연극 <1984>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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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대라고 한쪽에서는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세계 강대국들이 독재적 힘을 과시하고 있는 현실이 불길하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고전으로 불리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무대화한 연극 <1984>의 지휘봉을 맡은 한태숙 연출가의 말이다.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1984>의 프레스콜에서는 관객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이 작품에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조지 오웰의 <1984>는 가상의 인물 빅브라더의 감시 하에 모든 것이 통제되는 미래를 음울하고도 생생하게 담은 걸작으로 꼽힌다. 그가 1949년에 <1984>에서 예언한 미래는 지금 현 시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작품은 당에 의심을 품게 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를 중심으로 전체주의 체제에 반기를 든 개인의 심리와 그 최후를 냉철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초연된 로버트 아이크와 던컨 맥밀런의 각색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이 각색본의 공연은 한국에서는 처음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소설에는 없는 미래의 북클럽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북클럽에 모인 사람들은 과거에 쓰인 책의 내용이 허구인지, 진실인지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액자형 형식을 취한 이 작품은 책의 내용으로 점점 들어가면서 어떤 것이 과거이고 현실 또는 미래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런 형식은 원작의 묵직한 주제 의식을 다양한 시점으로 넘나들게 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갖게 한다. 또한 겹겹이 쌓아 올린 무대는 작품 속 통제 사회를 잘 구현시키고 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당을 위해 과거 기록을 삭제하거나 조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당은 권력의 극대화를 위해 가상의 인물 빅브라더를 내세워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등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한다. 그는 체제 유지를 위한 당의 통제에 대해 점점 불신감을을 키우고 결국에는 최후의 결말을 맞게 된다.

주인공 윈스턴 역에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인 이승헌이 연기하며, 윈스턴을 형제단으로 이끄는 내부당원 오브라이언 역에는 베테랑 배우 이문수가 캐스팅되었다. 당이 정한 규칙을 잘 지키는 듯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모험을 즐기는 인물로 나오는 줄리아는 정새별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동안 고전을 많이 연출한 한태숙 연출은 "진실과 모순에 갈등하는 주인공 윈스턴에 대해 관객들이 몰입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조지 오웰이 말한 빅브라더라는 개념에 대해 "강대국들의 과도 정치의 행태는 모두가 동감하는 사실이고, 시대가 발전할수록 비밀리에 사람의 심리를 엿보는 것은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다. 지금이 평화시대라고 한쪽에서 이야기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편에서는 염탐하는 것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그릇된 상황에 대해서 진실을 파헤쳐 가는 작품을 하면서 창작진으로서 참여의 기쁨을 느낀다. 70년 앞을 내다보고 쓴 조지 오웰의 예언적이고 암울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강조했다.

이승헌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적절한 시의성 때문에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시의성이라 함은 어느 시대나 다 필요한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지 않나'라는 의구심을 던져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태숙 연출은 “고연옥 작가와 윤색을 할 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중언어, 빅브라더, 사상경찰 등 낯설게 다가오는 말들이 관객들에게 작품과의 간극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다. 말을 다듬는 데 힘써, 관객들이 쉽게 연극 속으로 들어가길 바라며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연극 <1984>는 10월 20일 개막하여 11월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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