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빵빵…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 담았다,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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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는 스타일의 뮤지컬을 만들었다. 주성치 영화 같은 공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세련되기도 한 공연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끊임없이 유머를 던지고자 했다.”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의 연출을 맡은 김태형의 말이다. 연출가의 말대로 지난 13일 언론에 일부 공개된 <홀연했던 사나이> 무대에서는 황당한 상황과 배우들의 찰진 호흡이 어울려 빚어진 독특한 유머가 빛을 발했다. 배우들 역시 “이런 연기는 처음”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오세혁 작가가 애초 연극 대본으로 만들어 2011년부터 공연했던 작품을 뮤지컬화한 것이다. 뮤지컬 작업을 위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김태형 연출과 <리틀잭>의 다미로 작곡가가 2013년 오세혁 작가와 의기투합했고, 올해 정식으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1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딱 하루만’ ‘홀연했던 사나이’ ‘헤이 미스터 탐’ ‘신이여 라면과 커피와 김치를’ 등의 넘버를 포함해 약 40분의 주요 장면이 공개됐다. 극은 극중 어른과 아이를 오가는 ‘승돌’의 현재에서 출발해 그가 유년기를 보냈던 ‘샛별다방’으로 이동한다.
 
샛별다방에는 혼자 다방을 운영하며 승돌을 키우는 마담 홍미희와 승진길이 막힌 만년 선생 황태일, 사랑을 꿈꾸는 종업원 김꽃님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만태 등이 모여 고단한 일상을 버티고 있다. 딱 하루만 영화 같은 사랑을 해보기를, 떼 먹힌 월급을 받기를, 돈 걱정을 하지 않기를 바라던 이들 앞에 정체 불명의 한 사나이가 홀연히 나타난다.
 
비범한 행색의 사나이는 탐 크루즈가 자신의 친구라느니, 헐리웃으로부터 시나리오 의뢰를 받았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말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샛별다방 사람들은 그에게 빠져들어 자신도 시나리오에 출연시켜 달라고 조른다. 사나이의 허풍을 믿고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그려보는 샛별다방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이 짠한 감동과 웃음을 전했다.
 
김태형 연출은 이번 작품에 단순한 유머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희극은 웃음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말한 그는 “사나이는 사실 사기꾼에 가까운 캐릭터지만, 그 순간만큼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나’를 꿈꾸게 하고 어린 승돌에게도 영향을 준다. 지금 우리 시대도 모두가 지금과는 다른 자신을 꿈꾸게 하는 시대다. 우리의 말과 작품도 누군가에게는 꿈을 주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다방에 놓인 어항과 이를 확대한 모양의 천장 프레임 역시 언젠가 어항(다방)을 탈출해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를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다미로 작곡가는 음악에 대해 “이 작품이 희극이긴 하지만, 노래로 웃기려고 하지 말고 진정성을 담아야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황과 반대로 굉장히 진지하게 부르는 노래가 많다. 또한 소극장이지만 대극장 같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 그렇게 작곡과 편곡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소감을 전했다. “나는 개그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사나이 역 박민성은 “대본을 받아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관객들을 웃겨야 하다 보니 정말 부끄럽더라. 발가벗은 채로 무대에 선 느낌도 들었다”고 코믹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일부러 웃기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철판을 깔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태일 역의 박정표는 “연출님이 극중 상황에 진지하게 임하되 절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내가 쓸 수 있는 힘을 최대한 다 쓰고 있다. 이런 연기를 하는 게 처음”이라고 말했고, 마담 홍미희 역의 임진아 역시 “<이블데드> 좀비 이후 최대치의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사나이 역의 정민·박민성·오종혁과 승돌 역의 유승현·박정원·강영석, 홍미희 역 임진아와 임강희, 황태일 역 윤석원과 박정표, 김꽃님 역의 백은혜와 하현지, 고만태 역의 김현진과 장민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4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볼 수 있다.  
 
글/구성: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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