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한도, 저도 이제 시작이니까요˝ <신과 함께_저승편>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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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을 관람한 사람이라면, 이번 시즌 캐스팅을 보고 익숙한 이름에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바로 조형균과 함께 진기한 역에 캐스팅된 서울예술단 소속 배우 김용한 때문이다. 지난 재연에서 사연 있는 원귀 역할로 씬스틸러 역을 톡톡히 해낸 그는, 이번 시즌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타이틀 롤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쌓아놓은 작품의 명성에 혹시 누가 되지는 않을까 캐스팅 직후부터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는 김용한. 벼랑 끝까지 밀어닥치는 부담감을 견딜 수 있었던 건 가장 늦게까지 연습실에 남아 끊임없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것뿐이었다고. 특유의 성실함으로 부담감을 이겨내고 첫 공연을 마친 김용한을 지난달 29일, 예술의 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드디어 어제 첫 공연을 마쳤어요. 지난 시즌에선 원귀 역으로 무대에 섰는데, 이번 시즌에선 진기한을 맡았네요. 데뷔 후 처음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배역을 맡은 지라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요.
초연과 재연에서 선배님들이 길을 너무 잘 닦아준 작품이다 보니, 연습 때부터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거기에다 같은 배역을 맡은 형균이 형도 저에겐 큰 산 같은 존재고요. 사실 오디션에서 합격했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 욕심이 나는 매력적인 캐릭터인지라 기쁜 마음이 앞섰는데, 연습을 들어가고 나니 마치 벼랑 끝에 있는 것만 같았어요. 아무리 나아가려고 해도, 나아가지는 못하고 낭떠러지에서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느낌이었죠. 부담이 정말 컸지만, 돌다리를 하나씩 두들겨보면서 가는 느낌으로 캐릭터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분석했어요.

Q. 그렇다면 용한 씨가 본 진기한은 어떤 인물이에요?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천재 같지만, 그 안에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갖춘 인물 같아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의뢰인과 교감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그렇고요. 저승에서 국선변호사가 되어 처음 변호를 맡다 보니 조금은 허술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면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심지어 진기한은 과민성 대장증후군까지 시달리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잖아요.(웃음) 진기한이라는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도 그런 부분 때문이었어요.

Q. 처음 변호를 맡은 진기한의 모습이 본인과 어느 정도 겹쳐 보였나봐요.
맞아요. 진기한이 난생처음 누군가의 변호를 맡은 것처럼, 저 역시도 지금이 배우로서 첫발을 떼는 과정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잘 됐던 것 같아요. 관문을 거듭해갈수록 발전하는 진기한의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이 나오더라고요. 작품 속에서는 진기한의 성장 과정이 잘 보일 수 있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긴장하던 사회 초년생이 조금씩 발전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싶어요.
 
Q. 친한 선배들이 많은 조언도 해줬을 것 같은데요.
서울예술단 단원 선배님을 포함해 많은 분들께서 조언해주셨어요. 특히 초연과 재연에 출연했던 (박)영수 형에겐 직접 연락을 드려 조언을 구하기도 했죠. 형이 연기했던 진기한에 구애 받지 말고, 제가 생각한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격려해주셔서 많은 힘이 됐던 기억이 나요.

또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창용이 형이랑은 <데스노트> 앙상블 시절 때부터 알고 지냈거든요. 형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을 정도로 친한 사이라 많이 의지가 돼요. 이번 공연을 하면서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체크해주고, 따로 대사도 많이 맞춰 주셨거든요. 정말 감사했어요.

Q. 지난해에는 원작 웹툰을 기반으로 <신과 함께-죄와 벌>이라는 영화로도 개봉된 만큼, 뮤지컬을 궁금해하는 새로운 관객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만의 매력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뮤지컬에선 최대한 원작 웹툰에 가깝게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진기한도 영화에선 찾아볼 수 없거든요. 원작의 좋았던 부분을 살리면서, 웹툰을 안 보신 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친절하게 담으려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노력하셨거든요. 그런 부분들에서 관객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요.

또한 생동감 있는 무대 예술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화려한 무대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멋진 군무를 라이브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Q. 얘기하다 보니 진기한의 엉뚱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데요.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장난도 많이 치곤 하는데요. 감출 수 없는 진지함은 타고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맡은 일은 잘 해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그게 좀 진지한 성격으로 굳어진 것 같아요. 저도 가끔은 답답할 때가 있어요. (웃음) 주변 분들은 섬세한 성격이라고도 얘기를 많이 해 주시더라고요.

Q. 배우의 꿈은 언제부터 꾸게 된 거예요? 원래는 모델이 꿈이었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모델을 하고 싶었는데, 모델 관련 학과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히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 TV에 나오는 모델 출신 배우들처럼 모델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거에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진 인문계로 수능을 봤다가, 연극영화과 진학을 결심하고 재수를 하면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죠.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만큼 입학 후엔 정말 열심히 학교에 다녔던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대학 들어오고 나서 노래를 제대로 처음 배웠거든요. 그 전까진 오히려 음치에 가까운 수준이었어요. 바이브레이션도 할 줄 몰랐으니깐요. 학교에서 매일 연습했어요. 주말, 명절 할 것 없이 매일 학교에서 불이 안 켜질 때까지 남아있었죠. 문이 잠겨 있는 날엔 담을 타고 넘어가서 연습하기도 했고요. 그 덕분에 지금 저보다 훨씬 훌륭한 선배님,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서울예술단 단원이 된 지도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었어요. 그동안 단원 생활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정말 시간이 빨리 가더라고요. 매 작품을 하나씩 마칠 때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단원이 되고 나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하다 보니 배우는 것들이 참 많아요. 위계질서와 규율은 물론이고요. 배우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들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매번 긴장과 이완의 연속이죠.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Q. 단원으로 생활하다 보면, 조직 내에서 내가 뭘 잘할 수 있는 사람일지 고민도 많이 하게 될 것 같은데요. 용한 씨가 스스로 생각한, 배우로서 나만의 무기는 뭔가요?
흔치 않은 기럭지와 젊음? (웃음) 사실 스스로 말씀드리기 참 쑥스럽긴 한데요. 끝까지 변치 않고 성실한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고, 공부해서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넘어, 외국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Q. 그럼 혹시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제가 앙상블로 출연했던 여러 작품에 다시 한번 출연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아무래도 그 작품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었으니까요. 데뷔 작품인 <그리스>의 대니도 해보고 싶고, <베르테르>의 베르테르도 해보고 싶고요. (기자 : 혹시 서울예술단 작품 안에서는 없나요?) 이번 <신과 함께_저승편>같은 경우도 원귀 역으로 출연했을 때, 언젠가는 진기한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꿈을 이뤘죠. 그리고 정말 나중에 (박)영수 형이 흔쾌히 물려주신다면, <윤동주, 달을 쏘다> 윤동주 역할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영수 형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역이라면 그 어떤 역할이라도 좋습니다. (웃음)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기 때문에 제가 어떤 배우로 비춰지고 싶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저는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스스로도 행복할 정도로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면, 관객들 역시도 그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더 알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벼랑 끝에서 성장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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