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살에 공연하겠다"는 약속 지켜낸 박정자의 연극 ‘해롤드와 모드’…오승훈, 임준혁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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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의 거장 박정자와 공연계 샛별 임준혁과 오승훈이 지난 22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함께하게 된 이유는 바로 오는 5월 개막을 앞둔 연극 ‘해롤드와 모드’를 위해서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자살을 꿈꾸는 19세의 소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는 파격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 연극과 뮤지컬로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들에서 재 생산되며 스테디셀러로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한국 초연되어 현재까지 총 일곱 차례 공연되었는데, 그중 초연을 제외한 여섯 번의 공연 모두 박정자가 모드 역으로 출연하였다.
 
올해 공연되는 ‘해롤드와 모드’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바로 박정자가 80세에 올리는 ‘해롤드와 모드’이자 그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 항상 애정을 표하며 “80세까지 '해롤드와 모드'를 공연하고 싶다”고 공언했었다.

지난 22일 열린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에서 박정자는 “80살을 기다렸는지 기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여러분과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이 자리에 오면서 그동안 함께한 모든 시간과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해롤드와 모드’와 7번째 만난다. 2003년에는 1회로 공연을 끝낼 줄 알았다. 작품을 하면서 관객들과 만날 때 저보다 관객들이 더 좋아하더라. 그 모습을 보고 여든 살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처음 연극을 시작했던 그 마음으로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과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덧붙여 “어떤 사람은 왜 90살까지도 할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이제 더 이상 욕심이 없다. 아주 사뿐하고 가뿐하게 ‘해롤드와 모드’를 이쯤에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번에 연출을 맡아준 윤석화 씨가 모드 역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전 객석에 앉아서 모드를 즐겁게 바라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모드의 상대역 19세 해롤드 역에는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준혁과 오승훈이 더블캐스팅되었다.

임준혁은 “개인적으로 연극을 오랜만에 하게 되어 기쁘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 해롤드를 충실히 분석해서 무대에서 연기하겠다. 저는 선생님이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하실 줄 몰랐다. 그래서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 연습 초반인데 선생님이 하나하나 에너지를 써서 알려 주신다. 지금까지 했던 공연에서 이렇게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작업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서 박정자, 윤석화 선생님과 함께한다는 그 자체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흐뭇한 미소로 어린 배우들를 바라보던 박정자는 “연극은 더블 캐스팅이 거의 없는 편인데 이번에 두 해롤드를 만나서 더 배로 사랑의 보따리를 늘려야 할 것 같다. 이번 공연 역대 해롤드 역의 배우들을 초대해 오승훈과 임준혁의 무대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준혁과 함께 해롤드 역으로 나오는 오승훈은 "며칠 전에 선생님이 연습 중에 맛있는 간식을 사준 적이 있다. 그 시간이 선생님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항상 저희를 챙겨 주시려고 하는 마음을 느낀다"고 연습 중에 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작품 안에서 해롤드가 사랑을 배워가고 성장해간다. 저도 이 작품을 통해 큰 계단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힘들 때도 있겠지만 치열하게 연습해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해롤드와 모드’는 평소 박정자와 인연이 깊었던 신시컴퍼니 대표인 박명성 프로듀서가 제작을, 배우 윤석화가 연출을 맡는다.

박명성은 “이 작품을 2008년에 봤다. 벌써 13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때 박정자 선생님이 정말 여든 살이 되면 함께 연극을 하자고 약속했다. 그때 그 약속을 정말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이 건강관리를 잘하셔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드린다. 오랜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연극의 힘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렌다. 선생님이 80살이 되셔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 자체가 배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라고 말했다.

윤석화는 "2003년 박정자의 '19 그리고 80' 첫 공연에 제작자로서 참여했다. 10년 전 이 공연의 마지막 연출은 네가 맡아달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왔다. 선생님 80살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선생님과의 약속, 우정, 이런 모든 것이 이 작품에 녹아있다. 만만치 않은 코로나 시대에 기꺼이 함께해준 신시컴퍼니에 정말 감사하다. 아름다운 정원에 멋진 꽃밭을 만들 수 있도록 아주 행복하고 감사하게 이 작품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구 배우들의 아름다운 조화가 빛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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