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는 나의 인생작” 김우형, 아이비
- 2016.12.16
- 이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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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는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 "
김우형 씨는 6년 만에 다시 라다메스를 맡게 되었죠. 아무래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김우형 : 정말 순간순간 뭉클해요. 일단은 <아이다>란 작품과 관련된 추억들이 많아요. 우리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옛 순간들이 있잖아요. 저한테는 이 작품을 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하다 보면 종종 울컥하고 그렇더라고요.
당시에 이 역할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 하셨잖아요. 그런데 정작 연기를 하면서 그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들었어요.
김우형 : <아이다>에 처음 출연했던 그 때가 배우 생활 5년차를 맞이한 시기였어요. 제가 30대에 접어든 때기도 했고요. 그러던 와중에 개인적인 삶에 있어 어려움이 찾아왔어요. 역시 무대 위에서도 잘 안 풀리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에요. 큰 슬럼프가 왔었어요. <아이다>란 작품을 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항상 아쉬움을 남긴 채 무대를 내려왔고, 이제 뮤지컬 배우를 관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다>는 제게 있어 꿈의 작품이었는데, 하필 슬럼프가 그 때 겹쳤던 거죠.
그런데 무대에서 결국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런 과정을 함께 한 작품이다 보니 제겐 더 소중한 작품이 됐던 거죠. 한 번은 꼭 작품을 다시 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이루어져서 너무 좋아요. 지금은 무대 위에서 훨씬 자유롭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객석에서 그것이 전달될 거라 믿고요.
부담 탓에 무대공포증까지 생겨
아이비 씨는 매 인터뷰마다 언젠가는 암네리스를 해보고 싶다 얘기할 정도로 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직접 이 역할을 맡아보고 나니 어떠세요?
아이비 : 관객으로 봤을 때는 정말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캐릭터였는데, 막상 직접 무대에 서니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지금까지 저는 저의 끼에 의존하는 발랄하고 즐거운 역할만 맡았었는데, 암네리스는 심각하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소화해야 하는 역할이거든요. 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관객들의 평가가 두려워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무대공포증까지 생기게 됐죠.
어느새 제가 가수 생활을 포함해서 무대에 선 지도 벌써 12년이 됐거든요? 그런데 가장 좋아하고 소중히 여겼던 무대가 두려워지다 보니 ‘작품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관객분들의 성원 덕분에 많이 회복했고, 점점 무대가 다시 즐거워지고 있어요. 아마 작품이 끝나고 나면 암네리스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 같아요.
부담스러웠다고는 하지만,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해지는 아이비 씨의 암네리스 연기는 인상적이었어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암네리스를 연기할 때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었나요?
아이비 : 아무래도 연기력을 키우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그래서 부담도 많이 됐던 거고요. 목소리 톤에도 차이를 두려고 노력했고요. 무엇보다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사실 제가 성격이 급하다 보니 종종 대사 실수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역할은 후반부에 심각하게 변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제 스스로 실수가 용납이 안 되는 거에요.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으니깐요. 그래서 제 스스로 극에 완전히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김우형 씨도 마찬가지로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일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김우형 : 마찬가지에요. 어떻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죠. 저는 그래서 캐릭터를 가능한 쉽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이 사람이 가장 멋있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요. 생각해 보니 남자가 가장 멋있어 보이는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철저히 무너지는 순간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전반부에 남성성을 더 부각하려고 했어요. 관객 분들이 라다메스를 보면서 저 멋진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저렇게까지 무너져?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요.
<아이다>의 가장 큰 매력
이번 시즌 <아이다> 역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우형 : 무엇보다 <아이다>는 너무 재밌어요. 2시간 40분이 짧다고 느끼는 작품이 많지 않거든요. 근데 <아이다>는 제가 보면서도 시간이 금방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쉬워요.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불멸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잖아요. 보시는 분들이 아마 뜨겁게 사랑했던 순간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조명도 정말 아름답고, 음악이 너무 좋아요. 엘튼 존 천지잖아요. 여러 뮤지컬의 요소를 평균치 이상 가지고 있다 보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들 간의 팀워크도 좋다고 들었어요.
김우형 :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그랬었어요. 모두가 다 알진 않았으니깐요.그런데 작품을 하다 보니 출연 배우들 모두가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배려하는 게 배우에겐 매우 중요하거든요. 자기 개인의 욕심보다는 상대 배우들을 배려하는게 있어서화합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아이비 : 특히 은아가 완전 수다쟁이에요. 은아의 주도로 수다를 떨다 보니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죠. 작품 하면서 이렇게까지 수다를 떤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죠. 다들 둥글둥글한 사람들이에요.
아이는 내 에너지의 근원
김우형 씨는 지난 3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경사스러운 일도 있었죠. 아무래도 이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김우형 : 주변에서 그런 말씀 많이 하더라고요. 일단 조금 힘은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지만 에너지를 더 많이 받아요.
아이비 : 저희는 더 유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개그감도 늘고요. (웃음)
김우형 : 좀 더 여유로워지더라고요. 보통 아이를 낳고 나면 ‘열심히 일해야겠네’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일을 더 안하고 싶더라고요. 조금 더 여유롭게 일하고 싶어요. 아이라는 존재가 저를 아예 다른 세상으로 끌고 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아이비 씨도 주변에 행복한 가정생활하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진 않나요?
아이비 : 김우형 씨도 민우혁 씨도 모두 결혼을 하셨잖아요. 그런 모습 보면서 부럽기도 하지만…… 뭐랄까. 아직 전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결혼은 하고 싶은데, 결혼을 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일을 못 하게 되니깐요.
아이비 "이젠 뜨겁게 사랑하는 역 맡고파"
김우형 "양질의 공연 위해 끊임 없이 관리해야"
특히 올해는 하고 싶은 일들을 다 이뤄 내셨잖아요. <위키드>의 글린다부터 <아이다>의 암네리스까지 원하는 역할들을 다 해보셨는데, 또 욕심이 나는 역이 있나요?
아이비 :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다음 번에는 사랑이 이뤄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두 번 연달아 약혼남에게 배신당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나는 언제쯤 사랑이 이뤄질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 작품에선 뜨겁게 사랑하는 역할을 하고 싶네요. 사실 어떤 작품이든 칭찬 받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괜히 무리해서 소화할 수 없는 역을 맡았다가 제 커리어나 작품에 누가되는 건 조심하는 편이거든요.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적당한 역할로 관객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김우형 씨는 배우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신가요?
김우형 : 계속 건강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배우는 나이가 들면 점점 하나 둘씩 기량이 망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걸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배우의 몫이거든요. 배우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는 동안 관객들에게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는게 목표에요.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관리하고 자제해야죠.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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