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2016 연말 문화회식 트렌드

  • like2
  • like2
  • share
일 년 중 그 어느 때보다 회식 약속이 많은 연말. ‘먹고 죽자’식의 과도한 음주회식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직장인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공연이나 영화, 전시 등을 관람하는 문화회식이 환영 받고 있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회식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문화회식을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언제, 얼마나, 어떻게 하고 있을까? 올 한해 문화회식 트렌드를 공연계 중심으로 짚어봤다.
 
 
1. 문화회식 언제, 얼마나 하나?

“문화회식, 분기당 한번쯤 했어요”
 
“저희 팀은 분기별 1회 이상은 문화 회식을 했거든요. 저희 팀이 다른 팀에 비해 자주 하는 편인데 영화, 뮤지컬, 야구관람까지 내용도 다양했어요. 근데 이번 하반기에는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별로 못했어요. 회사가 어려운데 공연이나 보러 다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져서요..”
 
서울의 모 건설회사에 다니는 30대 회사원 김정철(가명) 씨는 문화회식이 더 자주 마련되길 기대한다. 평소 보고 싶었던 공연이나 영화도 볼 수 있고 만취한 상사 뒤치다꺼리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100세시대연구소가 지난 5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회식을 한달 평균 1.1회 한다. 분기당 한 번 문화회식을 가지는 정철 씨의 팀은 회식 세 번 중 한 번은 술집 대신 공연장과 영화관으로 간 셈이다.
 
문화회식의 빈도는 회사마다 상이하다. 하지만 회사의 경제적 여건은 문화회식 빈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회식은 기업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기업의 규모가 크고 실적이 좋을수록 자주 할 수 있다. 실제로 대기업은 월 평균 1.7회 회식하지만 소기업은 0.8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회식도 이런 함수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주는 안 해도 연말에는 한다

연말은 공연계 대목이다. 연인, 친구, 가족끼리 연말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예매사이트를 클릭하는 경우도 많지만 직장인들의 문화회식도 연말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극단 측 관계자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 등 문화회식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직장인 단체관람 문의가 가장 몰리는 시기는 연말 시즌“이라고 전했다. 국립극단 측은 지난 7월 개막한 연극 <아버지>의 단체 판매 비율은 전체 판매량의 1%였던 데 반해 12월 초 개막한 코믹극 <실수연발>은 단체관람예매가 20%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버지>에 비해 <실수연발>이 좀 더 희극적이고 대중적인 내용인 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20배에 달하는 단체관람률 차이는 연말 특수의 영향이 크다.
 
▲ 연말 공연장 로비에서는 문화회식 온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 공연 문화회식, 이래야 선택 받는다.

팀장부터 막내까지 다같이 관람… 쉽고 재밌고 화려할수록 선호

40대~50대 부서장부터 20대 신입사원까지 다양한 팀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문화회식이 되려면 공연내용은 가급적 이해하기 쉽고 유머코드가 많거나 볼거리, 들을거리가 풍부할수록 좋다. 지난 11월 개막한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문화회식용 공연으로 각광받아왔다. 80, 90년대 히트곡을 엮어 폭 넓은 연령대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고 화려한 춤, 쉬운 줄거리, 코믹한 대사까지 대중적 흥행코드를 두루 갖췄다. 최근 이 뮤지컬을 관람한 20대 후반 회사원 임성준(가명) 씨는 “그동안 팀장님의 배려로 주로 젊은 사원들의 취향을 반영해 관람할 작품을 선정하곤 했지만 직속상사의 만족 여부가 신경쓰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팀장부터 막내까지 모든 팀원이 아는 노래가 흥겹게 이어져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고 관람후기를 전했다.
 
▲ 폭 넓은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넘버 덕분에 문화회식용 공연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

기왕이면 회사에서 가까운 공연장으로

공연장의 지리, 교통적 여건도 중요한 변수다. 오후 6시경 일을 마치고 간단한 요기로 배를 채운 뒤 평일 기준 대부분의 공연이 시작되는 8시 전까지 공연장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회사와 가까운 공연장을 선호한다. 지난 12월 중순 뮤지컬 <구텐버그>가 공연되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로비에는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공연기획사 쇼온컴퍼니 관계자는 “단체관람 예약시 관객들의 정보를 세부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동대문, 종로 등 인근 지역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의 관람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설재영(가명) 씨는 “어떤 공연을 볼 지 먼저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에서 가까운 세종문화회관에서 어떤 공연을 하는지부터 보고 그 중에서 괜찮은 걸 선택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조금 거리가 있는 강남 지역 공연장에서 단체관람을 한 적도 있으나 퇴근 시간대에 교통도 불편했고 이동시간이 길어 밥도 못 먹고 공연을 봤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문화회식의 본래 목적을 따졌을 때 팀 단합과 추억만들기가 중요한 가치인 만큼 굳이 먼 공연장을 선택해 불편한 추억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이었다.
 
▲ 공연장의 위치도 문화회식 장소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변수다. 강북 지역 직장인들이 즐겨찾는 세종문화회관.
 
 
3. 문화회식을 유치하기 위한 공연기획사들의 노력

회사원 맞춤 공연 ‘특공’ 마련

공연기획사들은 단체관람 예약을 전화로 따로 받는 경우가 많다. 예매 사이트에 공지된 할인제도와는 다르게 인원수에 따라 별도의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 단체관람을 넘어 전관 예약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기업이 전석을 예매하면 소위 ‘특공’(특별공연)으로 불리는 특별회차가 마련된다. 이 경우 오후 4시나 6시30분 등 기업이 원하는 시간에 공연을 시작한다. 공연시작 시간이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문화회식 후 귀가시간도 빨라진다. 직장인들이 특공을 선호하는 이유다.
 
주로 객석 수가 많지 않은 중소극장에서 특공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극장이라 해서 특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아이다>를 공연 중인 신시컴퍼니는 “개막 후 50인 이상 단체 관람객이 150팀 있었고 폐막 시점까지 전관 예약이 10건 가량 잡혀있다.”고 전했다. 최근 <아이다>를 특공으로 관람한 서울 강남의 모 패션기업은 공연장 3층 객석까지 가득 채웠다는 후문. 친한 동료들과 함께 앉아 관람하다보니 관객반응도 더 뜨거운 것이 특별회차의 장점 중 하나다. 
 
▲ 뮤지컬 <아이다>가 공연되고 있는 1200석 규모의 샤롯데씨어터에서도 기업 단위 전관 예약이 드물지 않다.

공연도 싸게, 회식도 싸게 ‘회식 패키지’ 출시

공연장 주변 식당가와 연계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뮤지컬 <팬텀>,<몬테크리스토>, <아이다>, <오! 캐롤>, 연극 <실수연발>등의 공연기획사는 공연장 주변 음식점과 연계된 식사권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공연 관람 전에 간단히 식사하거나 관람 후 자연스럽게 식사나 음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다.
 
5만원 넘지 않는 영란티켓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위축됐던 문화접대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티켓 가격을 법 저촉선보다 낮게 책정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연극 <인간>을 제작한 그룹에이트 측은 최근 4만 9천원짜리 ‘영란티켓’을 내놓았다. 김영란법에 따른 선물상한가 5만원보다 천원 낮춘 것. 그룹에이트 측은 비록 큰 폭의 할인은 아니지만 행여나 법 저촉선에 딱 맞는 5만원짜리 티켓도 문제가 될까봐 걱정하는 회사원들이 좀 더 안심하고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전했다. 최근 한 클래식 콘서트 기획사는 30만원대 좌석을 2만 5천원으로 할인해 기업의 후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두 장씩 선물해도 5만원을 넘지 않게 만든 계산이다. 이 같은 할인정책은 선물받은 티켓으로 문화회식을 즐기던 직장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인 동시에 일반 관객들도 좀 더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글 / 구성 :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