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대표 연출가들의 새해 기대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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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니아들이 감독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고른다면, 공연 마니아들은 공연을 보기 전 연출가의 이름을 확인한다. 새해에도 연극/뮤지컬계에서는 그간 많은 작품에서 고유의 개성과 통찰력을 빛내 온 스타 연출가들이 활약할 예정이다. 어떤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공연계 거장들과 대표 연출가들이 선보일 2017의 공연을 살펴봤다.
 
연극계 거장들의 무대  

수십년 간 무대를 지키며 인간을 향한 깊은 성찰을 담아온 거장 연출가들이 올해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원로연극제 개막작으로 <태>를 선보였던 오태석 연출은 현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도토리>를 공연 중이다. <도토리>는 멧돼지들을 위해 산 속 도토리를 남겨주려 애쓰는 지적장애인 일렬이와 삼렬이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풍자하는 연극.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오태석 연출은 오는 5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또다른 대표작을 무대에 올린다.
 
작년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인물들을 서서히 압박해오는 무대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서늘하게 표현했던 한태숙 연출은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신작 <1984>를 공연한다. 조지 오웰의 동명소설을 영국 작가들이 각색한 작품으로, 거대 시스템 속에 짓눌린 개인의 저항과 좌절을 그린다.
 
(위) 오태석, 이윤택 연출 (아래) 한태숙 연출
 
연희단거리패를 이끄는 이윤택 연출은 새해 첫 작품으로 장 쥬네의 희곡 <하녀들>을 오는 22일까지 공연하고, 이후 굿을 연극화한 ‘굿극’ 시리즈 <오구-죽음의 형식><씻금><초혼>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오구-죽음의 형식>은 동해안의 별신굿에서, <씻금>은 경기 도당굿에서, <초혼>은 제주도 칠머리 당굿에서 모티브를 따와 민중의 한과 굴곡진 역사를 담아냈다. 이윤택 연출은 신작 <동물원 이야기>도 준비 중이다. 모두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보금자리 30스튜디오에서 펼쳐진다.
 
예술세계 넓혀가는 중견 연출가들
여러 무대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탐색해가는 중견 연출가들도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인기작과 신작을 고루 선보인다. 현재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청춘예찬>(~2.12)을 공연 중인 박근형 연출은 이후 지난해 초연했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한 번 더 무대에 올린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2015년 한국, 1945년 일본, 2004년 이라크 등 각기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짓밟는 전쟁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박근형 연출은 이후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위) 박근형, 조광화 연출 (아래) 김광보 연출
 
서울시극단장으로 재임 중인 김광보 연출은 3월 31일부터 4월 23일까지 <왕위 주장자들>을,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에틱스 VS 모럴스(가제)>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둘 다 신작이다. 입센의 대표작 <왕위 주장자들>은 군주, 귀족, 교회를 각각 대표하는 세 인물이 권력을 차지하려 벌이는 각축전을 그린 작품으로, 공교롭게도 대선과 맞물려 권력에 대한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전망이다. <에틱스 VS 모럴스>는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과 윤리의 충돌에 주목한다. 김광보 연출은 이 연극을 통해 <악당의 조건>이후 11년 만에 장우재 작가와 협업하게 됐다.
 
조광화 연출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2월 1일부터 5일간 열리는 갈라콘서트 를 시작으로 <남자충동>(2.16~3.26, TOM 1관)과 <미친키스>(4.7~5.14, TOM 1관), 그리고 신작(제목 미정)을 무대에 올린다. 1997년 초연 당시 유수의 연극상을 휩쓸었던 <남자충동>은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를 추앙하는 이장정 등의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가 규정하는 ‘남자다움’의 희극성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미친키스>는 다섯 남녀의 엇갈린 관계를 통해 육체적 정열 뒤에 도사린 공허를 드러낸다.  
 
고선웅, 장유정 연출
 
연극과 뮤지컬, 창극과 오페라를 오가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고선웅 연출은 새해에도 분주히 활약할 예정. 먼저 2015년 동아연극상 4관왕, 대한민국연극대상 3관왕에 오르며 극찬받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2.12)을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다. 복수를 위해 가족까지 희생하고 20년간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키워낸 정영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으로, 이미 대부분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이어 4월에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이어 또 한 번 국립창극단과 함께 작업하는 창극 <흥보씨>(4.5~16,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7월에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초연했던 조정래 원작의 뮤지컬 <아리랑>(7.25~9.3,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공연한다. 초연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선보인다고. 10월에는 또 다른 신작 <라 빠르망>(10.18~11.5, LG아트센터)를 무대에 올린다. 원작은 프랑스 영화감독 질 미무니가 직접 쓰고 연출한 영화로, 파리에 사는 여섯 남녀의 사랑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 이 영화를 무대화하기 위해 직접 감독을 수소문하기도 했다는 고선웅 연출이 어떤 멜로 연극을 탄생시킬지 주목된다.
 
한편 고선웅 연출이 지난해 국립극단과 선보였던 <한국인의 초상> 시리즈를 올해는 <그날들>(2.7~3.5,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장유정 연출이 이어간다. 장유정 연출은 9월 8일부터 10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한국인의 초상2>를 통해 그녀의 시야에 포착된 현대 한국인들의 천태만상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지나, 왕용범 연출

뮤지컬계 스타 연출가들의 활약
뮤지컬계에서는 대표적인 스타 연출가 이지나와 왕용범 연출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현재 <인 더 하이츠>(~2.12,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를 공연 중인 이지나 연출은 이어 2014년, 2016년 각각 초연했던 <더 데빌>(2.14~4.30, 드림아트센터1관)과 <곤 투모로우>(11월,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오마주한 <더 데빌>은 3인극이었던 초연 버전을 4인극로 바꿔 선보인다고. 연말에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엮은 신작 <광화문 연가>(12.15~2018.1.14,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무대에 올린다. 고선웅 연출이 대본을 쓰는 이 작품은 기존의 동명 뮤지컬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담는다.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이 이끌 <벤허>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작이다. <벤허>는 친구의 배신으로 노예가 된 유대인 귀족 벤허가 펼치는 복수극으로, 동명 영화에서 펼쳐졌던 스펙타클한 전차 경주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지 관심을 끈다.
 
* 공연 평론가/기자들이 꼽은 2017년 활약이 기대되는 연출/작품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
고선웅의 <흥보씨> - 고선웅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작품과 연극적 형식을 잘 조화시켜 연극성을 극대화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특히 전통 연극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는 전통적인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적절히 변형시켜 그 작품만의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흥보씨> 역시 <변강쇠 점 찍고 옹녀>와는 또 다른 창극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유석재 조선일보 기자
고선웅의 <라 빠르망> - 창극, 뮤지컬, 리얼리즘극, 오페라에 이어 이번엔 프랑스 코미디에 도전한다고? 어떤 작품에도 인생의 페이소스와 스타카토 스타일의 유머를 새긴 그만의 인장이 기대된다.

 
 연극 <라 빠르망> 포스터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고선웅 연출 - 최근 몇 년, 고선웅 연출의 작품은 늘 기대를 갖게 했고 때론 매우 만족을, 때로는 뒤통수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최근 연극 <탈출>을 보고 초반 40여분을 끌고 가는 장면에서 연출의 과감함 '선택과 집중'을 볼 수 있었었다. 용기 있는 과감한 시도라 생각하며, 올 해 올릴 작품도 매우 기대되는 바. 주저하지 않고 꼽았다.
 
김일송 공연 칼럼니스트
오경택 연출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 잘못 발송된 이메일로 시작되는, 가정이 있는 여자와 미혼 남자의 흥미진진한 러브스토리. 원작을 뛰어넘기는 어렵겠지만, 원작을 충실히 옮기기만 해도 흥미진진할 듯 하다.
 
고선웅 연출의 <라 빠르망> - 이 작품 역시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라 빠르망>은 로맨스, 멜로를 미스터리로 풀어낸 영화로, 최근 내놓은 작품마다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고른 평을 받고 있는 고선웅의 연출작이라 더욱 기대된다. 원작과 리메이크작(<당신이 사랑하는 동안>) 중 어떤 결말을 선택했을지, 아예 다른 결말을 준비하고 있을지 특히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프로스랩,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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