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의 허위 꼬집는다, 류승범·박해수 나선 <남자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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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을 초연한지 20년 만이다. 해마다 공연을 다시 하고 싶었지만, 적역인 배우를 찾기 쉽지 않았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돌아오게 되어 굉장히 기대가 크다.”
 
조광화 연출이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첫 작품으로 데뷔 당시 선보였던 연극 <남자충동>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1997년과 2004년, 단 두 차례 공연한 후 13년 만에 세 번째로 올리는 무대다. 그가 “수없이 (출연을) 거절당했다”고 말한 영화배우 류승범과 <프랑켄슈타인><됴화만발>등을 함께 하며 ‘조광화의 페르소나’로 불렸던 박해수가 주연으로 나섰다.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연극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남자충동>은 작은 폭력조직을 이끄는 청년 이장정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다.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를 추앙하는 이장정은 강한 남자, 존경받는 가장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가 좌충우돌하며 벌이는 사건들은 역설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남자다움’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남자충동>은 안석환, 오달수, 엄기준 등 굵직한 연기파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충무로의 인기 연기파 배우 류승범과 최근 연극 무대를 넘어 <푸른 바다의 전설><육룡이 나르샤>등 드라마에서도 활약 중인 박해수가 주인공 이장정 역을 맡았다.
 
조광화 연출은 지난 19일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진행된 <남자충동> 연습 공개 자리에서 두 주연 배우를 향해 “꼭 함께하고 싶었던 배우들”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류승범에게는 기획사를 통해 여러 차례 대본을 전달해왔고, 박해수에게는 2010년 <풀 포 러브> 때부터 출연을 제안했다고.
 
“요즘 공연 문화트렌드가 전반적으로 소프트해지는 것 같다. 특히 뮤지컬의 경우 야들야들하고 다정다감한 캐릭터가 점점 더 인기더라. 배우들도 그런 경향에 익숙해져서인지 날것 같은 거친 에너지를 발산하는 배우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남자충동>의 이장정은 야생마 같은 무모한 인물이고, 동시에 어처구니 없이 허풍을 떠는 단순하고 부드러운 면모도 있다. 그 두가지를 다 갖춘 배우가 필요한데 류승범과 딱 맞았다. 박해수도 남성적인 우악스러움과 부드러운 모습, 유머가 모두 있는 배우라 <풀 포 러브> 때부터 같이 하자고 했다.”(조광화)
 
2003년 <비언소> 이후 14년 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하는 류승범은 “대본을 보고 이 작품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를 상상해봤더니 굉장히 해보고 싶더라. 예전에는 호기심에 대학로에 와봤다면, 이번엔 과연 연극 예술이 어떤 것인지 체험해보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남자충동> 출연 배경을 밝혔다. “처음엔 숙지해야 할 것들이 많아 혼란스러웠는데 굉장히 즐겁게 배우고 있다. 배우로서 굉장히 큰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출연 중인 박해수는 2015년 <유도소년> 이후 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어려운 작품이라 과연 내 나이에 연기할 수 있을까 두려웠는데 류승범 선배와 함께 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나는 연극을 기반으로 하는 배우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연극을 하다 보면 관객들에게서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배우들은 30여분간 1막의 일부 장면을 시연했다. 가장 먼저 연습실 중앙으로 나선 류승범은 긴장한 기색 없이 거칠고 투박한 야생성을 지닌 이장정을 노련하게 연기했고, 박해수 역시 그간 무대에서 보여줬던 탄탄한 연기를 펼쳤다. 노름에 빠져 “다 죽어도 열 손가락 남아있으면 화투칠 거라고!”라고 외치는 아버지(손병호·김뢰하)와 그런 남편에게 지쳐 집을 나가려는 어머니(황정민·황영희), 자폐증을 가진 여동생(송상은·박도연) 사이에서 어떻게든 강한 가장이 되어 가족을 지키려는 이장정의 위태로운 노력이 연기파 배우들이 주고받는 호흡 속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황강록 음악감독이 연주하는 묵직한 베이스 음악도 극에 강렬함을 더했다.
 
1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연극 <남자충동>은 그간의 시대 변화를 담아 수정된 버전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조광화 연출은 “20년 전 초연 즈음 영화계에서는 <넘버3>와 <초록물고기>가 개봉됐고, 이후 수많은 조폭영화가 나왔다. 당시 사회에 난무했던 폭력, 센 척하는 강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다. 지금은 때리는 가부장이나 폭력이 많이 사라진 것 같지만, 그건 착시현상 같다”며 “사람들이 비싼 차·집 등 가짜 욕망을 좇아가는 와중에 소외된 가장들이 폭력으로 무력감을 분출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가 왜 폭력을 자행하는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변화될 드라마의 방향을 설명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 속에 우리 시대 남자들이 쫓는 ‘강함’과 폭력의 허위성을 드러내는 <남자충동>은 2월16일부터 3월26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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