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 여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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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에 비해 더 큰 티켓 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공연계. 자연히 대다수 공연들의 서사 중심에는 남성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무대 위 여자 배우들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위키드><레베카><마타하리><드림걸즈>와 같은 대형뮤지컬을 필두로 최근에는 중소극장 무대에도 <키다리 아저씨><콩칠팔 새삼륙><레드북> 등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실력 있는 여배우들이 다양한 인물로 변신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제각기 다른 개성과 탄탄한 실력을 지닌 여배우들이 무대에서 활약 중인 가운데, 특히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 여배우들을 꼽아봤다.

 
파격과 당돌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얼굴 - 이예은
최근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이예은은 사실 근래 여러 해 전부터 공연계 관계자들로부터 주목해야 할 신인으로 꼽혀왔던 배우다. 그만큼 매 공연에서 그녀가 발산하는 존재감과 매력은 또렷했다. 이예은은 2010년 <미스 사이공> 앙상블로 데뷔, 앙상블간의 호흡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레미제라블>(2013) 앙상블을 거치며 실력을 쌓았다.
 
이예은의 이름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위키드>에서 엘파바의 동생 네사 로즈를 연기했을 때부터다. 힘있고 안정적인 가창력을 기반으로 질투심에 사로잡힌 네사 로즈의 분노와 절망을 앙칼지게 표현해내는 모습에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그녀의 이름을 기억했다. 이어 <킹키부츠>에서는 남자친구와의 새 삶을 꿈꾸는 니콜라로 변신, 역시 탄탄한 가창력과 당돌한 매력으로 시선을 잡아 끌었다. 쌍꺼풀 없는 눈매와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 작품마다 다양한 표정과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도 그녀만의 강점이다.  
 
이예은에 대한 믿음은 <베어 더 뮤지컬>(2015)에서 더욱 커졌다. 당시 이예은은 무뚝뚝한 표정 뒤에 복잡한 내면을 숨긴 소녀 나디아로 분했는데, 나디아가 룸메이트 아이비에게 느끼는 묘한 질투와 열등감, 연민과 애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이예은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드라큘라>(2016)에서 도발적인 뱀파이어 루시를 맡아 또 한번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 이예은은 내달 창작뮤지컬 <더 데빌>(2.14~4.30,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파우스트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여인 그레첸으로 분한다. <더 데빌>의 이지나 연출은 “이예은은 굉장히 매력있는 배우”라며 “얼굴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피지컬도 굉장히 좋다”라고 말했다. 이 당찬 여배우의 다음 무대가 기다려진다.
 
강렬한 목소리, 폭발적인 에너지 - 장은아
장은아는 2012년 <광화문 연가> 일본 공연을 시작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그녀의 나이(1983년생)를 생각하면 ‘늦깎이’ 데뷔였던 셈이다. 그러나 데뷔 전 10년 가까이 무명 가수 생활을 했던 그녀는 데뷔하자마자 다양한 작품을 오가며 무서운 속도로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쌓아 올렸다. 뮤지컬 데뷔 전 Mnet <보이스 코리아>에서 주목받았던 그녀의 장기는 단연 풍부한 표현력을 갖춘 깊은 목소리였다.
 
첫 국내 무대였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마리아를 시작으로 <머더 발라드>의 사라, 그리고 <서편제>의 송화 역에 캐스팅된 장은아는 신인답지 않게 안정감 있는 연기와 강렬한 목소리로 새로운 기대주로 자리잡았다. 그녀가 뮤지컬 무대에 안착한 데에는 “누구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 했다는 늦깎이의 간절함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데빌>(2014), <씨왓아이워너씨>(2015) 등을 거쳐 2016년, 성대 이상으로 하차한 김윤아 대신 출연했던 <레베카>는 장은아의 가능성을 또 한번 보여줬다. 불과 3주의 준비기간을 거쳐 무대에 오른 장은아는 저음과 고음을 폭넓게 넘나드는 댄버스의 넘버를 무리없이 소화하며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댄버스 부인을 탄생시켰다. 역대 최연소 댄버스를 향한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킨 무대였다.
 
이제 데뷔 5년차, 또 다른 꿈의 무대인 <아이다>(~3.11, 샤롯데씨어터)에 오른 장은아에 대해 <아이다>의 국내 협력연출 이지영은 “장은아는 매화같은 여인이다. 무대에 있을 때 그녀의 눈빛은 고고하고 음색과 자태는 그윽하다. 그러나 추위를 이겨내고 제일 먼저 꽃을 피워 내듯 그녀의 배우로서의 내면은 강하기 그지없고 열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노래의 절정에서 내지르는 그녀의 폭발적이고 원초적인 에너지는 늘 가슴을 뛰게 한다”고 극찬했다. 새해에도 이어질 장은아의 활약에 많은 관객들이 주목하고 있다.
 
순수와 광기, 불안을 오가는 청아한 목소리 - 이지수
이지수는 2012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코제트 역으로 데뷔했다. 데뷔 전 KBS <안녕하세요>에서 ‘뮤지컬에 미친 여고생’으로 출연해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를 열창하며 청아한 목소리로 주목받은 이지수는 대학진학 후 “경험 삼아” 응시했다는 <레미제라블> 오디션에서 코제트 역에 깜짝 발탁됐다. 당시 그녀의 캐스팅 소식은 큰 화제였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레미제라블>, 게다가 모든 배우가 원캐스팅으로 참여한 국내 첫 라이선스 공연에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이 발탁됐으니 관객들의 놀라움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지수는 첫 공연에서 관객들의 우려를 씻고 공연계 유망주로 당당히 거듭났다. 코제트라는 인물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순수함이었고, 이제 막 무대에 선 신인 이지수는 고음을 부드럽게 넘나드는 맑은 목소리로 그 순수함을 충분히 표현해냈다. 이후 <레미제라블> 재연을 거쳐 창작뮤지컬 시범공연 등으로 경험을 쌓은 그녀는 <프랑켄슈타인>(2015)에서 한 번 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넓혔다. 코제트가 상대적으로 큰 연기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캐릭터인데 비해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주연 배우들이 모두 1인 2역을 해내야 한다. 분량도, 고음의 넘버도 많다. 이 공연에서 이지수는 빅터의 약혼자 줄리아와 격투장의 하녀 카트린느를 소화했다. 이지수가 부모의 학대 속에서 거친 삶을 살아온 카트린느로서 부른 비극적인 넘버 ‘산다는 것’은 그간 순수한 소녀의 이미지로 그녀를 기억해온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 곡이었다.  
 
이후 조승우·양준모와 호흡을 맞춘 <스위니 토드>(2016)와 얼마 전 막을 내린 <블랙메리포핀스>에서도 이지수는 주어진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순수와 불안, 광기를 오가는 <스위니 토드>의 조안나와 유년시절 학대를 겪고 기억을 상실한 <블랙메리포핀스>의 안나를 거치며 이지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로서 자리잡았다. 스무 살에 데뷔해 이제 갓 스물 다섯이 된 이 배우는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지수는 오는 5월 중극장 뮤지컬에서 다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 공연계 평론가/기자들이 꼽았다,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 여배우(2010년 이후 데뷔 기준)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
이예은 - 개성 있는 캐릭터로 폭 넓은 배역을 소화해낼 수 있는 전천후 배우.
이지혜 - 전형적이긴 하지만 뮤지컬에 많은 보호해주고 싶은 여성을 지금까지 잘 소화해준 인물. 무엇보다 청순하고 깨끗한 고음은 타 배우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가창력.
이지수 - 맑고 안정적인 목소리에 귀에 속속 박히는 발성은 그녀의 큰 장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고, 작품 경험이 쌓여가면서 연기력도 발전하고 있다.
 
유석재 조선일보 기자
전나영 - 넘버 한 곡 부르는 동안 꿈을 꾸고 구름을 타며 바다를 건너 여행을 떠나는 듯, 그야말로 심금을 마구 흔들어대는 목소리.
이지혜 - 오소독스한 성악 발성 위에 무대 현장에서 갈고 닦으며 일취월장한 연기를 덧입다.
허민진(초아) - 뮤지컬의 꿈을 품고 밑바닥에서부터 피땀흘려 올라온 숨은 실력자. 곧 뮤지컬 무대를 장악하게 될 수도.
이지수 - 신선한 마스크와 목소리. 20대 주연 여배우가 드문 한국 뮤지컬계에 주목되는 배우.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장은아 - 악착같은 장은아 배우는 다양하고 풍부한 얼굴이 숨겨져 있다. 올 한 해, 더 발견해 보고 싶은 배우.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알앤디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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