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문극장, 올해는 우리 안의 ‘갈등’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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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사회에 유효한 갈등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으며 서로에게 적응하고 돌파구를 찾아가는 긍정적인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두산아트센터의 강석란 예술감독, 김요안 프로듀서의 말이다. 지난 2013년부터 해마다 ‘예외’ ‘모험’ ‘불신시대’ 등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이와 관련된 공연, 전시, 강연 등을 선보여온 두산아트센터가 올해는 ‘갈등’이라는 주제 아래 이달 말부터 약 네 달간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을 진행한다. 남북분단을 비롯해 세대간 갈등, 난민과 부적응 등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들을 다뤄보겠다는 취지다.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는 공연 4편, 전시 1편, 강연 10편, 영화 3편 등 총 18편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연은 안은미컴퍼니의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3.25~26, 연강홀)를 시작으로 <목란언니>(3.28~4.22 스페이스 111), <죽음과 소녀>(5.2~14 스페이스 111), <생각은 자유>(5.23~6.17 스페이스 111)로 신작 1편과 재공연작 3편이다. 
 
안은미 안무가
 
첫 번째로 펼쳐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할머니들의 춤을 통해 몸과 세대가 빚어내는 여러 형태의 움직임과 충돌을 형상화한 공연이다. 2011년 두산아트센터 초연 후 참신한 형식으로 화제에 오르며 해외 각국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이번 공연에 대해 안은미컴퍼니의 안은미 예술감독은 “작품의 기본 구성요소는 똑같지만 좀 더 탄탄해진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춤을 추다 보면 무용수들의 몸과 그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바뀌기 때문에, 5년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김은성 작가, 전인철 연출가
 
이어지는 공연은 탈북 여성 조목란의 시각으로 남한의 여러 갈등과 부조리를 들여다보는 연극 <목란언니>와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죽음과 소녀>다.
 
2011년 두산아트센터에서 <목란언니>를 처음 선보였던 김은성 작가와 전인철 연출은 2013년 재연 후 4년 만에 다시 하게 된 이번 공연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재공연 자체는 반갑지만, 그때 다뤘던 주제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으로 남아있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목란언니>는 2010년 겨울부터 2011년까지 쓴 작품이다.  당시 남북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안 좋아져서 사람들이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면서 <목란언니>를 썼는데,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기뻐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작품의 시의성은 아직 살아남은 것 같다.”(김은성 작가)
 
“초연은 이명박 정권, 재연은 박근혜 정권 시기였다. 초연 때는 극 중 유신정권이나 남한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관객에게 유머로 다가갔는데 재연 때는 관객들이 경직된 얼굴로 받아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한 관객이 '김정은 만세'라는 대사를 듣고 일어나 배우들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이제 2017년인데, 관객들이 어떤 얼굴로 이 연극을 보게 될지 궁금하다.”(전인철 연출)
 
김재엽 연출가, 배우 양종욱
 
<죽음과 소녀>는 아르헨티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칠레의 독재정권을 모티브 삼아 쓴 희곡으로, 2012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 연출은 이 작품으로 2014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제작발표회에 양손프로젝트를 대표해 참석한 배우 양종욱은 “초연 후 5년 지났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은 같지만 그간 관점도 생각도 달라졌다. 우리에게 덜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 그때 했던 것들 중 어떤 것이 지금도 유효할까를 계속 토론하고 있다”며 <죽음과 소녀>도 2017년 현 시점에 맞춰 달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공연은 <알리바이 연대기>의 김재엽 연출이 준비한 신작으로, 그가 2015년 1년간 독일에 체류하며 얻은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연극 <생각은 자유>다. 김재엽 연출은 독일에서 쓴 일기와 노트, 현지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난민’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과 베를린의 사회에 대해 그릴 예정.
 
김재엽 연출은 “베를린 예술가들이 당대의 정치적 문제들을 다루는 것을 지켜보며 예술이 정치와 어떻게 관련을 맺어야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세월호 문제나 태극기 집회 등을 보면 한국사회에는 일제강점기와 전쟁, 독재를 거치며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거나 혹은 자기 정체성이 조작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또 여전히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까 봐 근심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다양한 의미에서의 ‘난민’에 대한 성찰을 무대에 담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에서는 작가 샌정, 홍범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회 <또 하나의 기둥>(4.12~5.27)이 열린다. 두산갤러리 정진우 큐레이터는 “한 개인이 타자들과 맺는 관계, 미묘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지점을 설치와 회화 작업으로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와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가 함께 기획한 10편의 강연은 오는 27일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진행하는 '우리 시대 갈등의 종단면과 횡단면'을 시작으로 경제적 갈등, 인권, 미디어와 갈등, 젠더 갈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영화는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밀그램 프로젝트>를 비롯해 <무산일기><대답해줘>가 준비돼 있다.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의 영화/전시/강연 상세프로그램은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www.doosanartcenter.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비롯한 4편의 공연은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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