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림다방

장르
연극 - 연극
일시
2019.11.07 ~ 2019.11.10
장소
지인시어터(구.알과핵소극장)
관람시간
100분
관람등급
만 15세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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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풍림다방이라는 어느 시골다방의 지리적 공간은 현대인들의 삶의 자전 주기를 결정하는 자본이라는 바람에 의해 쉽게 삶의 모든 영역이 가혹하리만치 휘날리다 못해 삶의 질서 지체가 훼손되어버리는 현대인의 삶의 터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비극적인 자본 중심적인 사고관이 낳게 될 묵시적인 파국은 오늘날 대부분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는 「풍림다방」 연극을 통해 진행되는 등장인물들의 '돈의 발견'이 단순히 이야깃거리로서의 서사를 넘어서 가치가 자본에 함락당한 현재의 복잡한 자화상을 떠올리게 하여서 매우 불온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결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삶을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기본적인 덕이라는 사실 자체가 오래된 사극처럼 빛바랜지 오래고 오히려 사람이 결과라는 효율 중심의 매개로 당당하게 이용당하는 세태를 능력으로 간주하는 공감대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돈의 발견'은 기회의 발견인 동시에 더 나아가 기회의 쟁취이고, 이 쟁취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도모하며 그것을 위해 알리바이를 짜는 범죄를 사회는 이제 성과라는 이름으로 미화하며 현대인들을 길들이기에 이르렀다. 연극 「풍림다방」은 우리끼리 싸우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 교란의 책임을 묻는 작품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삶이 뿌리째 뽑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해져버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희생자들을 가리킨다. 이 희생은 대한민국 사회가 현대 산업화의 가파른 절벽을 오르다 도태된 모든 이들의 추락을 상징한다. 정교한 자본주의로 산업화가 옮겨 오면서 강력한 나머지 잔인하기까지 한 적자생존의 동물들에게나 있을법한 후기 산업화의 생존의 법망을 피하지 못하고 추락한 이들은 모두 뿌리째 뽑힌(uprooted)자들이다. 이들이 다시 생존의 링 위에 올라와 살아내고자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떨어뜨리게 된 모든 삶의 가치들은 사실상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사회는 이뿌리 뽑힌 자들이 한 번 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며 이러한 배려가 가능해질 때 비로소 인간 사회는 진보한다. 극 중에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최소한의 권리와 의무가 주어지는 사회 등록이 결락된 인물, 봉필은 이 모든 사회적 배려의 기회로부터의 이탈을 상징하며 이 이탈은 뼈아픈 가치의 몰락이라는 다른 이들의 알리바이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고 희생당하는 도구로 이용당하기에 이른다. 모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이들에게 '돈의 발견'이라는 기회가 극중 에필로그로 제시되는 '공유'라는 가치로 흐르지 못하고 매우 병리적인 이기심으로 타락한 '자기만의 기회'로 오염될 때 그 사회가 보여주는 파국의 뼈아픈 미래의 질감이 어떠한지를 본 연극은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본 공연은 현대사회에 어떤 기시감을 낳게 하는 '절멸'을 지향하고 기획되었다. 이 다가오는 절멸은 분명히 피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에필로그에 사족처럼 달아 두었다. 분명 현대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치들이 매 순간마다 우리 앞에서 그 선택으로부터 외면당한다. 그리고 본 공연은 그 외면의 결과가 어떤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지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각색이 되었다. 아울러, 제도라는 시스템의 붕괴 혹은 의도적인 제도의 고립이 보여주는 사회상을 어느 시골마을의 허름한 다방이라는 공간으로 옮겨 그 고립된 제도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뿌리 뽑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란, 기본적인 삶을 위해 생활하는 섭생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야생에 생존하는 축생에 가깝다는 불편한 사실을 국중 서사 아래에 면면히 흐르게 하는 장치를 고려해 두었다. 본 공연이 시작되면 검은 슈트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링 안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때론 강압적으로 독려하며 싸움을 시키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이는 극중 인물인 대성의 꿈 장면을 오프닝으로 삼은 것이다. 이때, 대성의 대사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여온다. “우리는,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물고뜯고 지지고 볶고 살게 되어 있었던 거라고.” 만약에 이렇게 말한 대성의 생각이 맞는다면 인류는 그 기원으로부터 지금껏 그리 크게 변화하지 않은 채 살아온 셈이 되어 버린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도들을 고안해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사람의 의견이 무시되지 아니 한 채로 뿌리 뽑힌 자들의 그나마 남아 있는 뿌리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잔인한 바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다시 흙으로 그들의 삶이 자리의 뿌리를 드리울 수 있는 제도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 제도와 관심의 흔적들을 아직도 인간 사회에서는 하나의 신화처럼 간직하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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