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회
- 장르
- 클래식/오페라 - 클래식
- 일시
- 2012.05.15 ~ 2012.06.04
- 장소
- 명동대성당
- 관람시간
- 60분
- 관람등급
- 만 7세 이상(미취학아동 입장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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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8출연진
작품설명
드디어 바흐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바흐 음악의 정수이자 바이올린 음악의 경전과도 다름없는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총 여섯 곡)을 명동성당에서 연주한다. 정경화는 이 곡을 세 곡씩 나누어 2회에 걸쳐 완주하며, 이를 두 번 반복하게 된다.
정경화 음악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 바흐
1948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1967년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전 세계 주요교향악단과 협연하며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한지 40여년이 지났음에도 이 곡의 전곡 연주는 처음이다. 물론, 정경화는 일찍이 1974년 데카 레이블로 여섯 곡 중 파르티타 2번과 소나타 3번을 녹음하였으나 이는 본인이 회고하듯이 프로듀서 크리스토퍼 레이번의 급작스런 제안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후에도 종종 파르티타 2번 등을 독주회에서 다루긴 하였으나 전곡 연주는 시도한 바 없다.
2005년 9월 키로프 오케스트라와의 서울 협연 무대에서 손가락 부상을 입고 무리한 연주를 강행함으로써 연주활동을 중단하게 된 정경화는 2010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협연하면서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11년 8월 대관령 국제음악제, 12월 전국 순회공연, 2012년 1월 서울시향 신년음악회 등을 통해 음악적 근육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3월에는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지방 순회공연을 통해 모차르트, 베토벤, 프로코피예프 등의 소나타를 들려주게 된다.
레코딩에 앞서 만나는 정경화의 바흐
어느덧 60대 중반에 들어선 정경화가 필생의 프로젝트로 꼽는 것이 바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녹음, 그리고 모차르트와 베토벤 소나타 녹음이다. 30년의 레코딩 커리어를 통해 비발디에서 프로코피예프에 이르는 거의 모든 바이올린 협주곡과 실내악 작품을 연주하고 녹음하였음에도 유독 위의 셋만은 피해왔다. 아마 이 작품들의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정경화는 이제 이 작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레코딩에 도전한다. 그녀의 의사는 유니버설 본사에 전해졌고, 이미 대략적인 합의는 끝난 상태이다. 이번 공연은 레코딩을 통해 듣게 될 정경화의 바흐를 직접 먼저 만날 기회다.
정경화는 “제가 연주하게 될 바흐는 저의 내밀한 고백(personal confession)이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타향에서의 삶, 성공적인 인생, 결혼과 출산, 부상으로 인한 연주 중단, 그리고 어머니, 언니, 프로듀서 등 가장 가까웠던 사람을 떠나보낸 최근의 경험까지 그녀의 인생이 녹아있는 바흐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전,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19세기 후반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에게 전해지며 생명력을 다시 얻게 되었고 20세기 들어 발견된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짝을 이루며 바이올린 음악의 경전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 곡은 정경화에게 음악과 예술의 시야를 넓혀준 명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 역시 요아힘의 계보를 잇는 음악가로서 훌륭한 레코딩을 남긴 곡이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 ‘올드 스쿨’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시대악기 연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 정경화가 어떤 해석을 들려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여섯 곡으로 구성된 이 곡은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교대로 배치되는데, 소나타는 느린 악장과 빠른 악장이 교대로 이루어진 4악장 형식의 곡이며, 파르티타는 알르망드, 사라방드, 지그 등 춤곡이 배치된 음악이다. 소나타가 당대의 교회 소나타를 따르면서 종교적 깊이와 따뜻함과 엄숙함을 표출하고 있다면, 파르티타는 다소 세속적으로 서민적인 매력이 풍긴다. 또한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교대로 배치된 여섯 곡은 가장 낮은 g단조에서 시작하여, b단조, a단조, d단조, C장조를 거친 후 가장 높은 E장조로 마무리하게 되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어둠에서 빛으로’의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
샤콘느, 완전 무결한 걸작
이 곡의 중심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샤콘느’가 있다. 파르티타 2번의 마지막 악장인 이 곡을 두고 브람스는 “가장 깊은 생각과 가장 강렬한 느낌의 완전한 세계”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찬사는 거의 모든 음악가가 공유하는 것으로 정경화는 “모든 음악 중에서 으뜸에 속하지 않을까”라고 하면서 20대때부터 “자신이 죽으면 틀어주길 바라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음악학자들은 바흐가 사별한 첫 부인을 추념하는 음악으로 이 곡을 작곡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주제와 29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약 15분 가량의 대곡으로 크게 보아 단조-장조-단조의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유로움과 엄격함, 즉흥성과 형식미가 완벽하게 결합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승과 하강의 연주 순서. 과르네리 ‘엑스 로데’. 명동성당.
이번 공연에서 정경화는 첫 날에는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의 순서로 연주하고 둘째 날에는 파르티타 3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2번의 순서로 연주한다. 둘째 날의 순서가 통상적인 악보의 순서와 다른 것은 앞서 말한 ‘고양 또는 상승’의 배치보다는 ‘상승과 하강’의 배열이며, 이 맨 마지막에는 이 상승과 하강의 배열을 응축하고 있는 샤콘느가 자리하게 된다.
정경화가 사용하는 악기는 과르네리 델 제수(‘예수의 과르네리’라는 뜻으로,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주세페 과르네리는 악기에 IHS라고 적어넣었는데 ‘인류의 구원자 예수’라는 뜻이다)로, 그는 1980년대부터 화려하고 귀족적인 스트라디바리를 포기하고 인간적인 느낌의 과르네리를 선택했다. 1734년에 만들어진 이 악기에는 ‘ex-rode'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번 공연은 천주교 명동 성당에서 열린다. 1898년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의 음향은 독주악기 연주자와 감상자에게 최상이라고 할 만하다. 부드러운 음색과 풍부한 잔향은 정경화의 연주를 충분히 뒷받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