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제113회 정기공연 - 춘향
- 장르
- 무용 - 한국무용
- 일시
- 2008.05.05 ~ 2008.05.10
-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관람시간
- 0분
- 관람등급
- 7세이상
전문가평
평점 0.0예매자평
평점 7전문가평
평점 0.0예매자평
평점 7출연진
작품설명
1. 국립창극단 ‘우리시대의 창극’ 시리즈
동시대의 언어와 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지난 2006년 유영대 감독이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기치가 정기공연에 '우리시대의 창극'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었다. 우리만의 전통양식을 개발하는 한편, 동시대의 언어로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극의 보편성을 따라 공감대를 넓히는데 주력하는 작품을 제작하여 우리 극과 음악의 즐거움을 새롭게 찾아내고자 했다.
이러한 기치로 처음 태어난 작품이 <십오세나 십육세 처녀>였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인당수에 빠진 심청의 나이가 십오세였고 정절을 지키기 위해 옥에 갇히는 춘향의 나이는 열여섯이었다. 효도와 사랑이라는 거대한 의미 앞에 순순히 몸을 바칠 수 있었던 그들의 열정과 강인한 의지를 통해 새로운 창극에의 열망을 담고자 했다.
우리시대의 창극 시리즈 두 번째는 <십오세나 십육세 처녀> 중 십오세 처녀의 이야기에 중심을 맞춘 <청>이었다.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공연이기도 한 <청>은 지난 2년 간 33회의 공연과 3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대작으로 화려한 무대, 판소리어법을 살린 새로운 곡 해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08년 5월 우리시대의 창극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춘향>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고, 한국적 해학미의 농익은 구성을 가진 우리의 영원한 고전 <춘향>은 영상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무대와 풍성한 국악 오케스트라로 <청>에 이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2. 해설자의 역할을 하는 도창은 더 이상 없다.
한 명이 아니다! 여러 명의 도창자들이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다.
국립창극단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연출가 김효경은 이번 작업에서 ‘춘향가’의 해학미를 부각시키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춘향가에 나오는 ‘도창’의 역할에 비중을 둔다. 도창의 사설과 소리에 해학적인 표현이 많기 때문이다. 2004년 <심청>을 연출할 당시 작품의 비장미를 살리기 위해 도창을 과감히 생략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선택이다.
이 작품의 도창자가 기존의 해설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여러 명의 남녀 도창자들이 등장해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시종일관 기동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춘향>은 총 2부로, 1부는 춘향과 몽룡의 탄생과 만남, 이별을, 2부는 변학도의 부임부터 춘향과 몽룡의 상봉으로 꾸며지는데, 코믹한 장면이 많은 1부에서는 도창이 많이 활용된다. 반면, 춘향이가 옥에 갇히면서 비장미가 부각되는 2부에서는 도창의 역할이 작다.
도창들의 몸짓도 독특하다. 봉산탈춤과 양주별산대의 걸음걸이가 응용되는 것이다. 이 같은 콘셉트에 부응하기 위해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봉산탈춤, 양주산대, 애크러배틱 등을 배웠다.
3. 사설과 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어려운 고사성어가 쉬운 우리 말로 풀이된다.
대본은 여러 ‘춘향가’ 창본 중 극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김연수 창본’을 토대로 김소희제와 정정렬제 등을 참고로 했다. 또한 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가 김용범이 ‘사랑가’, ‘단오풍경’, ‘변학도의 부임 중 노래’, ‘옥중 춘향의 편지’, ‘역졸들의 합창’ 등의 신작 가사를 창작했다.
이전에 창극은 우리 말로 부르는 노래 소리에도 자막과 해설이 필요했다. 이번 <춘향>에서는 어려운 고사성어나 고어들을 많은 사설과 소리를 쉽게 푸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여 창극을 보는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도록 했다.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실라요? 나를 어쩌고 가실라요?
인제 가면 언제 와요? 올 날이나 일러 주오. 동방화계 춘풍 시에 꽃 피거든 오실라요?
금강산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실라요? 사해 너른 바다가 육지가 되거든 오실라요?
마두각하거든 오실라요? 오두백허거든 오실라요?
운종룡 풍종호라 용가는 데 구름이 가고, 범 가는 데는 바람이 가니,
금일 송군 임 가신 곳 백년 소첩 나도 가지.”
춘향과 몽룡의 이별 장면 중 한 대목이다. 마두각[馬頭角]은 ‘말머리의 뿔’, 오두백[烏頭白]은 ‘까마귀 머리가 희어지다’를 뜻한다. 이별의 절절함을 슬픔의 정서로만 일관하지 않고 이처럼 웃음을 머금게 하는 사설과 소리들로 표현한 것이 눈에 띄는데, 기실 ‘춘향가’에는 이런 표현들이 무수히 많다. 이로써 독특한 해학미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미있는 말들이 마두각, 오두백 등 한자어를 통해 들려지면 바로 웃을 수가 없다. 이런 단어가 우리 말로 쉽게 풀어지면서 우리 창극 <춘향>의 해학미를 되살리게 된다.
4. 각종 디자인을 통해 해학미를 시각화한다.
무대장치, 영상, 의상, 소품 등에 재미있는 디자인이 담겨있다.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해학미를 크게 고려했다. 무대장치, 영상, 의상, 소품 등의 디자인에서 코믹한 요소들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무대장치는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이미지를 상징화했다. 춘향의 방은 색동의 이미지, 이몽룡의 방은 서책의 이미지, 월매의 집은 노리개의 이미지로 형상화했고, 광한루는 천상 세계의 누각을 상징하는 만큼, 구름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무대 전체를 아우르는 고정 프레임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장승을 활용해 희로애락의 표정들로 꾸몄다. 이들 무대장치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규격화해 조립이 간편하고 신속한 장면 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작품에서는 영상도 큰 역할을 한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동양적인 색감과 문양의 영상으로 풀어내어 ‘동양적인 판타지’를 만들어내려 했고, 장면 변화에 따른 공간과 정서, 상황 등도 다양한 영상을 통해 표현한다. 이를 위해 최신 프로젝트 장비(DL2)도 도입했다. 장면마다 바뀌는 도창들의 역할은 의상과 소품을 활용해 시각화한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도창들은 때때로 사물이 되기도 한다.
창극 <춘향>은 작품 전반에서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하여 표현하기 위해 여러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무대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컨텐츠로서 또 하나의 명작 탄생을 기대해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