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매장 : 창작예찬

장르
연극 - 연극
일시
2008.07.04 ~ 2008.07.13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시간
120분
관람등급
만 14세이상

전문가평

평점 4.0

예매자평

평점 9

전문가평

평점 4.0

예매자평

평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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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작가의 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늘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려면 어제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어제란 해방 전후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근대사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던 작던 공통적으로 무언지 감추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해방과 6.25와 분단이란 격변의 세월 앞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어 하는 <그 말 못할 사연들>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나는 작품 접근에 있어, 본질의 문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을 피하고, 멀찍이 조망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응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숲을 봐야하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히 말해 멀리 봐야 객관적으로 정확히 보인다.
굳이 영감은 얻었다면 30여 년 전 소개되었던 <헤럴드 핀터>의 초기 작품 세계이다. 그는 모든 것이 구체적이기를 바라는 당시 연극무대에 전혀 구체적이지 않는 모호한 접근방식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사실주의 연극이 판을 치는 그 시기에 <핀터는 왜 모호함으로 접근했어야 했는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심도 있게 들여다봤어야 했다. 직설법으로 말할 수 없는 사연들이 멀리 숲과 전체를 보는 방식을 터득하게 해 준 것 아닐까.
모호함이 끝내 모호함으로 끝나면 실패다. 또한 형식을 위한 형식도 실패다. 형식은 자기 색깔에 맞는 독특한 내용을 담아내야하며, 모호함의 차용은 구체성을 향한 수단일 뿐이다. 즉 모호함의 중첩이 이룩해 놓는 전체적인 또렷함, 이 접근 방법(형식)은 내가 쓰던 종래의 극작법에서 탈피, 새로운 변화를 꾀하자는 시도이기도 하다.

작품 주제
작품 주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이다.
우리 사회가 병든 구석이 있다면 무슨 병인가 분명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처방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은 매우 복합적이며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단초는 일제 식민시대와 해방과 6.25로 이어지는 격변의 근대사 속에 숨어있지 않을까.

70을 바라보는 <두열>은 반공 일선에서 청춘을 불사른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은 집안에만 칩거하며 가면에 집착하는 이상한 삶을 살아간다. 무언지 부끄러운 것이 있고, 감추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다.
그의 부인 옥자는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샤워를 하는 이상한 증세를 가지고 있다. 몸을 씻는 게 아니라 과거를 씻으려는 결벽증 같다.
담하나 사이 바로 옆집은 사돈 <박암>의 집이다. 그의 부인 <소임>은 하루 왼 종일 홑이불을 뒤집어쓰고 사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오늘이 그날이냐?” 고 묻는다. 이불속에 숨어있어야 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이며, 그날이 오면 홑이불을 벗어던지고 뛰어나가 춤추고 노래하며 만세를 부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임은 “그날이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고 한숨 진다. 소임은 <그날>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비극의 날이었다는 것을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럼 다음 세대인 그들의 아들과 딸들은 어떤가?
박암의 아들 <경수>는 외간 여자를 침대로 끌어드린다. 불륜을 즐기기 위해 지하실에 비밀의 침실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의 부모들이 감춰야 할 게 많듯 경수는 침대속의 흔적을 감추기에 바쁘다. 남편의 불륜을 보다 못한 처 <미준>이 짐을 싸들고 집을 나온다. 갈 곳은 친정(바로 옆집) 밖에 없다.
양쪽 집에서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기는데, 미준이 친정으로 돌아오면서부터 두 집안의 오래된 비밀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악취의 진원지를 찾아 지하실을 파내려 가는데, 모든 역사가 그렇듯 가해자 입장에 섰던 쪽은 “그냥 덮고 가자”고 얼버무리고, 피해자는 “끝까지 파보자” 고 소리친다. 그리고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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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20자평

  • 평점 4
    노이정

    이렇게 직설적이고 앙상한 알레고리를?

  • 평점 4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희곡과 연출이 통하지 않았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