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 레인

장르
연극 - 연극
일시
2013.12.21 ~ 2014.01.29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관람시간
90분
관람등급
만 13세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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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군 바로 그 공연

2006년 뉴욕 스테이지 앤 필름(New York Stage and Film)과 바사 대학교(Vassar College)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개발된 <스테디 레인>은 2007년 9월 시카고 드라마티스트(Chicago Dramatists)에서 초연을 하게 되고 이 공연을 통해 시카고의 공연 비평가들이 꼽은 ‘2007 연극 Top 10’에 선정된다.

그리고 정확히 2년 후인 2009년 9월,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이 된다.
바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것. 두 배우는 이 작품을 자신들의 연기 경력을 위한 도전으로 삼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주간 판매액 116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판매 수익을 이끌어내며 브로드웨이 비(非)뮤지컬 부문 판매수익 1위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해 타임지가 선정한 2009년 Top 연극에서 2위에 오르며 평단에서도 인정받는 작품이 되었다. 이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브로드웨이를 넘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미국 전역으로 공연을 이어갔고 2013년도에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일본 등 세계 전역에서 공연됐다.

재빠르게 영화화도 추진 중이다. 2인극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풍부한 이야기와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는 <스테디 레인>의 영화화는 이 공연에 깊은 감흥을 받은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서 진행되며, 주연을 맡았던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 역시 영화에도 참여할 예정이라 한다.

무대에서 만나는 리얼‘Real’ 느와르

정의와 공정함에는 별 관심 없는 두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스테디 레인>은 사방이 늪지대인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두 남자의 필연적 몰락을 그려낸 작품이다.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인물 군상들을 상반된 두 캐릭터를 통해 그려내며 본격 느와르의 진수를 맛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 희대의 연쇄살인마 '제프리 다머(Jeffrey Dahmer)'의 실화를 차용한 이 공연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이 바로 지금, 현실의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사건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매섭게 각인시킨다.

대니는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법과 규율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잘못된 신념의 지반 위에 지어진 그의 스위트 홈은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 아닌 비극으로 질주하는 폭주의 근원이 된다.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도 갖지 못한 채 ‘술’로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버텨내는 조이에게 현실은 ‘그냥 살아지는 어떤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인생을 지켜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결국 비극의 운명으로 끌려들어간다.

<스테디 레인>의 '느와르'라는 장르는 비극을 더욱 비극적으로 그려내며 작품을 어두운 기운으로 가득 차게 하고 관객을 어둡고 음습한 나락으로 이끌고 가는데 성공한다. 관객은 가랑비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작은 사건이 결국 온 몸을 흠뻑 적셔 더 이상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종결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깊이 있고 시적이며 마음을 뒤흔드는
가장 매혹적인 2인극

조명 핀이 켜지면 나란히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시청률 조사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말로 시작해 말로 종결되는 이 연극의 시작은 마치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친구가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서로를 비방하며 우정을 공고히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관객에게 전한다. 두 사람은 90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고 때로는 서로 치고 받는 대사를 통해, 때로는 혼자만의 독백을 통해 이들에게 일어났던 일을 드라마틱하게 전달한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롯, 욕설이 뒤섞인 말들을 서슴지 않는 이탈리안-아메리칸인 대니는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는 마초적인 남자이다. 반면 조이는 어딘가 움츠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내성적인 남자의 느낌을 풍긴다. 이토록 다른 두 남자의 팽팽한 대화와 시적인 독백은 관객들에게 전체 이야기의 퍼즐을 완성해 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이들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모든 대사들은 때로 감정적으로, 때로 시적으로, 가끔은 논리적으로 변주되며 관객을 대사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며 단 한 순간도 내버려두지 않고 몰입시킨다. 놀랍게도 <스테디 레인>은 두 캐릭터가 쏟아내는 방대한 대사의 양만큼 관객의 감정을 더욱 밀도 있게 응집시켜 나간다.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 모든 스토리를 대사로 밀어붙이는 이 연극은 그 어떤 액션이나 스릴러보다 놀라운 서스펜스를 전달한다.

너무나 다른 대니와 조이의 무차별적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관객은 어느 새 한 어둑한 시카고 뒷골목에서 인생이 송두리째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진 남자의 이야기를 마치 실제로 겪고 나온 것 같은 실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Less is More
‘마이너스’의 미덕이 만들어낸 무대 효과

<스테디 레인>은 대사와 독백만으로 이뤄진 2인극이다. 이는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대사와 공간'이라는 공연의 가장 최소한의 요소로 관객들이 이 작품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테디 레인>은 거창한 무대 장식, 등장인물의 정서나 극의 의미를 내포한 음악, 화려한 조명 등의 관객의 이해를 돕는 모든 과장된 요소를 과감하게 생략한 작품이다. 오히려 이러한 모든 효과들을 덜어냄으로써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캐릭터가 걸치고 있는 흔한 의상들과 낡은 의자 몇 개, 그리고 취조실을 연상케 하는 무대. 그 어렴풋한 무대 위의 핀 조명은 두 배우의 머리 아래로 정확하게 쏟아져 내려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비주얼은 조명이 비추는 두 배우의 얼굴이다. 모든 것이 대사로 전달되는 이 작품에서 두 남자는 이 작품의 얼굴이자 목소리이고 원칙이자 무드이며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그 자체인 것이다. 또한 그들의 얼굴과 대사는 바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이 작품 속 가장 매력적인 무대 디자인이다. 여기에 때때로 등장하는 최소한의 음향효과와 절제된 사운드 트랙은 의도 하지 않은 척 효과적으로 끼어들었다 나가기를 반복하며 극에 활기를 더한다.

이처럼 모든 것을 되도록 줄여나가는 ‘마이너스’의 미덕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이 작품의 비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비워낸 무대 공간위로 대사와 연기가 흘러 넘치고 두 캐릭터의 뿜어내는 에너지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때일 것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결핍된 그 순간, 관객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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