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장르
연극 - 연극
일시
2016.04.16 ~ 2016.04.24
장소
연우 소극장(대학로)
관람시간
80분
관람등급
만 11세이상

전문가평

평점 7.0

예매랭킹

0

전문가평

평점 7.0

예매랭킹

0
공유하기

공연 영상포토

더보기4

작품설명

“장례를 하루만 미루자”
온오프에는 세 명의 젊은이가 등장합니다. 살아있는 군인 한 명과 망인-죽은 군인-두 명입니다. 제대를 하루 앞둔 병장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적당히 약삭빠르고 적당히 선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원치않게 부대를 옮겨다니다가 이제는 방송실에서 제대를 하루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후임이 감전사로 죽었습니다. 한 해 수십 건 이상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일종으로 부대에서는 숨길 이유가 없는 죽음입니다. 하지만 하필 부대장이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간부들은 후임의 죽음을 하루만 미루자고 말합니다.

“죽은 놈은 죽었고 산 놈은 살아야지”
병장 역시 ‘죽은 놈은 죽었고 산 놈은 살아야지’라는 논리를 따릅니다. 어차피 다음날 장례를 치러주면 그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병장은 별다른 죄책감 없이 후임의 시신을 식당 냉장칸 안에 넣어두고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당직 근무를 섭니다. 그리고 10년 전 방송실에서 죽은 망인과 오늘 방송실에서 죽은 후임이 병장을 찾아옵니다.

“악은 평범하다”
‘나는 그저 시키는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하지만 사실 간부들은 병장에게 알아서 하라고만 말했습니다. 알아서 하라는 말을 명령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병장은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알아서 하라는 말을 ‘식당 냉장칸에 후임의 시신을 옮겨 놓아라’라고 해석했습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을까요?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내는 작업에 서명을 한 기술자 아이히만을 두며 악은 평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직사회의 수많은 기술자들이 자신을 조직의 방패 뒤에 숨길 때, 대체 어떠한 짓까지 할 수 있을까요? 부당한 명령에 총구를 명령자에게 돌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있을까요?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가 막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시험대 위에 선 인간”
병장은 일종의 시험대 위에 섰습니다. 거듭해서 죄를 지은 인간에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자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자신이 살기 위해서 군대의 취향과 습관에 자신을 끼워 맞춘 인간이 자신의 죄를 깨달을 수 있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인간은 조금 더 편하자고 동물과 식물에게 너무한 짓들을 벌이고 있어요. 전쟁은 끔찍하죠. 인류를 굳이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인간이 굳이 살아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해요. 대한민국에서 생명이 탄생할 때, 이 아이가 군대에 끌려가서 의미 없이 죽어가지 않는 사회를 꿈 꿀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는 위임권을 국가에 맡겼고 국가기구 중에 군대는 시민의 대리인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군대의 의문사는 결국 시민의 책임이에요. 국가에게 그 책임을 돌려서는 안돼요. 온오프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젊은이들은 희생되는데 나는 방관만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마음 안에서 싹이 트고 꽃을 피웠어요. 온오프는 죄책감이란 이름의 꽃입니다.

더보기

전문가 20자평

  • 평점 7
    유석재

    부당하게 망각되는 죽음들에 대한 서늘하고 밀도 높은 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