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장례를 하루만 미루자”
온오프에는 세 명의 젊은이가 등장합니다. 살아있는 군인 한 명과 망인-죽은 군인-두 명입니다. 제대를 하루 앞둔 병장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적당히 약삭빠르고 적당히 선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원치않게 부대를 옮겨다니다가 이제는 방송실에서 제대를 하루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후임이 감전사로 죽었습니다. 한 해 수십 건 이상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일종으로 부대에서는 숨길 이유가 없는 죽음입니다. 하지만 하필 부대장이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간부들은 후임의 죽음을 하루만 미루자고 말합니다.

“죽은 놈은 죽었고 산 놈은 살아야지”
병장 역시 ‘죽은 놈은 죽었고 산 놈은 살아야지’라는 논리를 따릅니다. 어차피 다음날 장례를 치러주면 그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병장은 별다른 죄책감 없이 후임의 시신을 식당 냉장칸 안에 넣어두고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당직 근무를 섭니다. 그리고 10년 전 방송실에서 죽은 망인과 오늘 방송실에서 죽은 후임이 병장을 찾아옵니다.

“악은 평범하다”
‘나는 그저 시키는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하지만 사실 간부들은 병장에게 알아서 하라고만 말했습니다. 알아서 하라는 말을 명령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병장은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알아서 하라는 말을 ‘식당 냉장칸에 후임의 시신을 옮겨 놓아라’라고 해석했습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을까요?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내는 작업에 서명을 한 기술자 아이히만을 두며 악은 평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직사회의 수많은 기술자들이 자신을 조직의 방패 뒤에 숨길 때, 대체 어떠한 짓까지 할 수 있을까요? 부당한 명령에 총구를 명령자에게 돌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있을까요?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가 막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시험대 위에 선 인간”
병장은 일종의 시험대 위에 섰습니다. 거듭해서 죄를 지은 인간에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자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자신이 살기 위해서 군대의 취향과 습관에 자신을 끼워 맞춘 인간이 자신의 죄를 깨달을 수 있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인간은 조금 더 편하자고 동물과 식물에게 너무한 짓들을 벌이고 있어요. 전쟁은 끔찍하죠. 인류를 굳이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인간이 굳이 살아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해요. 대한민국에서 생명이 탄생할 때, 이 아이가 군대에 끌려가서 의미 없이 죽어가지 않는 사회를 꿈 꿀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는 위임권을 국가에 맡겼고 국가기구 중에 군대는 시민의 대리인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군대의 의문사는 결국 시민의 책임이에요. 국가에게 그 책임을 돌려서는 안돼요. 온오프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젊은이들은 희생되는데 나는 방관만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마음 안에서 싹이 트고 꽃을 피웠어요. 온오프는 죄책감이란 이름의 꽃입니다.

줄거리

병장이 제대를 하루 앞둔 날, 후임 강병균이 방송실에서 감전사로 죽었다. 부대의 간부들은 후임의 죽음을 하루만 미루기로 결정했다. 부대장이 연락 두절 상태였고 그 누구도 먼저 나서서 이병의 죽음을 발표하려고 하지 않았다. 부대장의 근무지 이탈 중 일어난 사고사라서 만에 하나 부대장에게 해가 될까봐 눈치껏 행동한 결과였다. 병장은 별다른 죄책감 없이 후임의 시신을 식당 냉장칸 안에 넣어놓았다. 병장은 ‘비전투원 손실 방지 및 자살 예방교육’ 예행연습 방송을 실시한다. 병장 이외의 부대 총원은 푸세식 화장실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부대의 정비 기술자가 방송실을 찾는데…

캐릭터

말년 병장 김민호 | 제대를 하루 앞둔 어느 날, 후임의 시신을 식당 냉장칸에 넣어 놓았다. 감전사로 죽은 후임. 부대장의 근무지 이탈 중 일어난 안전사고. 간부들은 누구도 먼저 나서서 죽음을 발표하지 않았고, 눈치껏 장례를 하루만 미루기로 합의했다

망인 상병 김주영 | 10년 전 죽은 상병은 탈영 처리가 되었다. 그의 어미는 10년 전에 그를 찾으러 나서서 실종되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아무도 나서지 않아서 죽은 그가 자신의 시신을 찾는다.

망인 이병 강병균 | 오늘 아침에 죽은 이병은 감전사로 죽었다. 그는 맡은 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죽었는지조차 모른다. ‘지금 이 마이크를 잡으면 내가 죽을까? 설마...?’ 그는 감전사일까, 자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