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남자라면 오랜 기간 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동안 생각의 한 부분에 남아있는 추억이다. 군대 이야기는 살면서 한 동안은 술자리 대화를 주도했던 소재였고, 사회생활 속에서도 불가능에 대한 도전, 조직사회에서의 규율, 협동심과 책임감 등을 언급할 때 자주 비유되는 남자들의 중요한 정신세계 중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이 되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말은 군 생활을 통해서 조직원으로서의 인내와 포용, 규율 준수와 책임감 등을 습득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군대라는 조직사회가 남성 중심의 일반적 사회생활과 본질적인 면에서 유사함이 많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군대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국방의 의무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각자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폐쇄된 상명하복의 조직사회이다.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은 조직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인성, 학력, 성장 배경 등은 따지지 않고 누구나 졸병시절에는 설움을 겪고 시간이 지나면 고참이 된다. 고참이 되어서 자신이 받았던 고통을 졸병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경우는 흔하게 일어난다. 고참들이나 장교들은 조직사회의 질서를 위한 규율과 폐쇄된 사회라는 특성을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교묘히 이용한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기득권 세력의 모순과 조직사회의 부조리한 생리와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군대생활을 통해 습득한 생존 방법이 사회에서도 통용되고 군대를 다녀와야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모순된 사회에서 각자의 이해타산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이 만들어낸 지금의 우리 사회를 군대에서 벌어진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바라본다. 우리 사회는 사회 통합을 외치지만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고 계층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이러한 우리 현실과 다름이 없는 군대사회에서 들어난 '일병 이윤근'의 극중 행동은 고통 받는 사회약자의 생존을 위한 절규이다. 일병 이윤근은 모순된 조직사회의 희생자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사회의 모순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고통에서 탈출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생활에서 이윤근 같이 성공하기는 정말로 어렵다. 타락하고 모순된 사회와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구성원들... 우리 모두가 꿈꾸고 갈망하는 사회와는 멀게만 느껴진다.

줄거리

일류 대학 재학 중에 군대에 간 일병 이윤근은 고졸 고참들에게 구타와 비인격적 대우를 받으며 힘겹게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후배인 한상수 이병이 고참 노희얼을 내무 부조리로 신고하고 이를 이윤근에게 덮어씌워서 더욱 고통스러운 군생활을 하고 있다.
고통과 분노의 날을 보내던 이윤근은 결국 고참들이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그들을 내무 부조리로 신고한다.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그리고 소대장은 자신의 안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 문제를 그들의 이해타산에 맞게 처리하려고 한다. 또한 이윤근을 괴롭혔던 고참들은 제 각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자신의 이해타산에 맞게 상황을 진술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윤근은 영악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건을 마무리짓고, 나머지 군복무를 마치고 군대사회와 다름없는 이해타산에 얽힌 사회로 향한다.

캐릭터

이윤근 | (22세/남) 현역 일병. 명문대 경제학과를 나온 재원이다. 머리도 좋고 행동도 빠르나 자신과 수준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타인들과는 멀리하지 않되 가까이 하지도 않는 계급주의자.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군 생활을 하다가 같은 부대 선임 병장 노희열을 내부 부조리로 고발했다는 의혹을 받고 부대 선임들에게 매장을 당한다. 이후 후임 이병이자 대학 후배인 한상수가 진짜 고발자이고 자신에게 의혹을 쓰게 한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을 먹는다. 그 일을 개기로 그는 인간사의 근본의 이해관계라 정의하고 뛰어난 두뇌로 부대 선임들을 농락한다.

한상수 | (21세/남) 현역 이병. 이윤근의 후임이자 대학 동문 후배이기도 하다. 이윤근이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부대 인물. 자신을 괴롭힌 선임 노희열을 소원수리로 고발한 뒤 고발자를 찾는 선임들이 수사망을 좁혀지자 이윤근에게 혐의를 떠넘긴다. 이후 그것이 죄책감이 되어 이윤근의 선임들 대한 복수를 돕는다.

김성욱 | (23세/남) 현역 병장. 이윤근 부대에 최고참. 내부 부조리를 즐기나 징벌을 모면하기 위해 후임 상병라인들에게 명령하여 부조리를 시키는 책임회피형.

강선구 | (21세/남) 현역 상병. 부대의 2번째 최고참. 주특기는 물론 군대네 정치도 잘하지만 고졸 출신인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명문대 출신인 이윤근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노희열 병장 사건이 터졌을 때 이윤근을 제일 먼저 괴롭힌 인물.

박재열 | (22세/남) 부대 내 상병 막내. 단순하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처음에는 이윤근을 잘 대해주려 했지만 정없는 그에게 정나미가 떨어지게 된다. 그 뒤 노희혈 사건을 개기로 이윤근를 괴롭히는데 동참한다. 이윤근이 선임들을 고발했을 때 간부들에게 변명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만큼 뒤끝은 없는 인물.

중대장 | (31세/남) 이윤근에 속한 소대의 중대장, 전형적인 보신주의형 인물.

행정보급관 | (51세/남) 소대내의 병사생활을 총 관리하는 간부.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촉과 일처리로 부대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진실을 가공하여 상부에 보고한다. 중대장의 성향과 잘 맞아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소대장 | (25세/여) ROCT로 온 여성장교. 순수하고 정의로운 성격으로 병사들의 고충을 세심히 들으려 한다. 그러나 자신의 성향과 상극인 중대장, 어차피 보고해 봤자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는 걸아는 병사들의 간부불신으로 이래저래 치이며 고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