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스와 그레텔’은 작가 최인훈의 여타 작품과는 다르게 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교적 최근의 역사를 소재로 하여 전쟁 범죄와 개인의 신념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독일의 어린이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작품 구성의 기본틀로 삼고 있으며 유태인 집단 학살에 연루된 독일 전범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작품이 내포한 본질적 의도는 우리나라의 남북 분단 문제, 이데올로기 문제 등을 심도 있게 조망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직도 분단 문제 해결에 한 치의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한스와 그레텔’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또한 정치 사상적 신념과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적 권리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의 갈등을 통해 개인의 존재적 가치는 결국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기도 하는 작품이다.

줄거리

30년째 정치적인 이유로 수감되어 있는 한스 보르헤르트는 언제나처럼 간수 X에게 자신의 석방을 주장한다. 그러나 X는 석방을 위해서는 세 가지 선서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보르헤르트는 진실을 증언하지 못하는 침묵에는 선서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보르헤르트는 그를 생명처럼 사랑하는 아내 그레텔의 편지와 그녀가 보낸 '보리수' 음반을 받고 옛날 일을 회상한다. 1943년 아내 그레텔과 휴가를 떠나기 위해 준비하던 보르헤르트는 총독 히틀러의 명령을 받고 급히 그를 만나러 간다. 히틀러로부터 중대한 명령을 받은 보르헤르트는 이 엄청난 사실과 자신의 양심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600만 유태인을 학살하라는 것은 히틀러라는 악마 혼자의 생각이지 전체 나치당원들의 뜻이 아니라는 진실을 알리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사랑스런 아내가 보낸 편지를 읽던 보르헤르트는 사상이 다른 자신과 그레텔이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던 그레텔의 아버지, 스토크만을 회상한다. 공산당원 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소련에서 죽음을 당한 사건으로 인해 나치즘에 매력을 느낀 청년이었던 보르헤르트는 사상의 양보 없이 그레텔의 사랑을 얻어 결혼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