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은 배우 김성녀의 첫 모노드라마로 2005년 6월 상연되어 전회기립박수의 기록을 세우며 큰 화제와 호평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김성녀 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그동안 끊임없이 재공연 요청을 받아오다 2007년 1월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아가는 이번 무대 역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시절, 벽 속에서 들려온 소리를 듣고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게 된 아이는 요정에게서 옛날 이야기도 듣고 춤도 추고 노래도 배우면서 둘도 없는 친구로 자라게 된다. 그러다 아이는 커가면서 그 요정이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해방 후 좌우익의 이념 대립 속에서 억울하게 반정부인사로 몰리게 된 아버지가 이념대립에 선봉에 선 사람들에게 쫓겨 벽 속으로 피신해 숨어살게 된 것이다.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흥미진진하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 각색하여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으로 탄생시켰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 상황과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했던 아버지의 애틋한 부성애, 그리고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 온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가족과 인간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고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줄거리
옛날에는 말이야 그런 요정이 어느 집에나 있었어. 지금도 먼 산이나 숲 속이나 연못 속에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마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법 진지하면서도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엄마의 말을 듣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지금 나의 딸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와 같은 그러나 그것은 아주 아주 나중 이야기입니다. 내가 어린 아이였던 193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 볼까요. 그 때 나는 요정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1950년대 말. 아이는 벽 속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듣는다. 아버지 없이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살던 아이는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게 되고 요정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아이는 소녀로, 어엿한 숙녀로 성장하면서 ‘벽속의 요정’과 둘도 없는 친구로 성장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 요정이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좌우익의 이념 대립 속에서 억울하게 반정부인사로 몰리게 된 아버지가 이념대립에 선봉에 선 사람들에게 쫓겨 벽 속으로 피신해 숨어살게 된 것이다.
한편 어머니는 행상으로 힙겹게 삶을 이어가다 베를 짜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을 되찾는다. 늦은 밤, 고단한 몸을 이끌고 베를 짜는 어머니를 도와 남몰래 수건을 뒤집어쓰고 베를 짜는 아버지... 세월이 흘러 숙녀로 성장한 딸은 결혼을 하게 되는데, 결혼식 직전 아버지가 짜준 베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벽 앞에 서서 갈라진 벽 틈 사이로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사면대상이 되어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되고, 그때부터 짧지만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자신으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아야만 했던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세상을 떠난다.
‘살아있다는 건 아름다운 것’이라며 아버지를 격려하며 살아온 어머니도 세상을 뜨고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된 딸은 어느 바람 부는 날, 벽 속에서 들려오는 무슨 소리를 듣는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워져야만 했던 아버지의 삶과 고난을 이기고 삶을 이끌어 온 어머니의 삶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무대 위에 감동을 한껏 펼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