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그들은 한 공간 안에 있다. 그러나 서로 관계없다.
맨드라미꽃의 무대는 어느 하숙집이다. 그곳엔 4명의 하숙집 가족이 있고, 3명의 사람들이 하숙하고 있다. 그런데 서로 관계가 없다.
가족은 치매에 걸린 노옹,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진 노파, 식물인간 애비,하녀처럼 온갖 일을 하는 손녀 주혜이다.
하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숙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옆방 여자에게 처혼한 남자도, 그 청혼을 바은 여자도,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약없이 가출해 하숙하는 남자 정민은 하루 종일 방 안에 혼자 있다.
한 사람은 맨드라미를 보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였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본 것이 해바라기였다고 한다.
서로 아무 관계없는 곳에서, 주혜가 정민을 사랑한다. 하지만 정민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여자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되자 정민은 주혜가 지켜보는 가운데 면도칼로 손목의 동맥을 끊고 자살한다. 주혜가 정민을 사랑하는 동안, 주혜는 담 밑의 붉은 맨드라미 꽃을 보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였다. 어떤 사람은 무엇인가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노란 해바라기였다고 한다.
맨드라미는 꽃인가? 글쎄, 꽃이라고 하기에는 꽃 같지 않고, 꽃 아니라고 하기에는 꽃 같다.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그저 애매모호할 뿐, 기억하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맨드라미꽃은 확실한 결론도 없다. 이상한 연극이다. 그런데 이상하기 때문에 야릇한 매력이 있다.
싫어할 사람은 무척 싫어하고, 좋아할 사람은 엄청 좋아할 이상 야릇한 연극이 맨드라미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극작가 이강백의 ‘맨드라미꽃’ 사후지원 선정작으로 다시 무대화
우화와 비유로 비사실주의 작품을 주로 써서 ‘알레고리(우화)의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작가 이강백.
이와 같은 별명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정교한 논리로 구성 해 놓는 연극 맨드라미꽃.
작품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몽환적인 분위기. 무대 위의 현상이 과연 현실적으로 존재가 가능한 일들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2005년 공연 초반부터 평단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작품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후지원 선정작으로 결정되어 연초 다시 한 번 무대화 된다.

줄거리

오래된 한옥들이 밀집해 있는 하숙촌, 무대는 골목 안의 한 하숙집. 등장인물들은 여덞 명, 치매걸린 노옹, 노름에 빠진 노파, 식물인간 애비, 하숙집 살림을 맡은 손녀딸 주혜, 우체국 직원 미스박, 전당포 주인의 보디가드 인 장팔, 그리고 하숙생 정인과 그의 아우 영민이다. 정민은 결혼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집을 나와 하숙하고 있다. 정민과 아버지 사이를 오고가며 메신저 노릇을 하는 영민은, 형인 정민에게 질투심과 반감을 가졌다. 정민은 아버지의 여러 가지 다른 제안을 거부, 오직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고집한다. 하숙집 딸 주혜는 그런 집념의 정민에게 매력을 느끼고 서서히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정인은 자신이 사랑했던 애인의 죽음을 통보받고 자살한다. A는 B를 사랑하고, B는 C를 사랑하는 것이 삼각관계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주혜, 주혜는 슬프고 괴롭다. 그러나 그 슬픔과 고통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즉, 치매에 걸린 노옹도 느낄 수 없고, 노름에 빠진 노파도 식물인간 애비도 느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