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시련>은 매카시즘적인 마녀사냥에 맞서 자신의 명예와 존재가치를 지켜가는 순교자의 삶과 희생을 밀도 있게 그려낸 아서 밀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밀러는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과 1600년대의 마녀재판을 연결하여 극단적 이데올로기와 집단적 광기에 의해 파멸하는 개인의 인권과 그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세일럼의 마녀재판을 매카시즘이 거세게 일던 당시의 미국현실에 교묘하게 결합하여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비판을 가함으로써 비단 특정 사건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초월성과 가치를 획득하여 삶에 대한 보편성과 영원성을 제시한다.
<시련>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내세우는 명분은 다르더라도 집단과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의한 광기와 희생,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끈질긴 투쟁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반복되는 역사성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집단적 정의라는 허울과 비양심이 어떻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고 거짓으로 죄를 고백하게 하는지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타락한 정의와 부정한 집단에 맞서는 소시민의 도덕적 용기와 진실을 발견하게 한다. <시련>은 거대한 '악'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진실한 '선'을 메시지로 전한다.
줄거리
1692년 메사츄세츠 주의 세일럼 마을에서 어른들이 경건하고 도덕적인 종교적 생활에 짓눌린 10대 소녀들이 벌거벗은 채 춤을 추며 악마의 의식을 거행한다.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었던 패리스 목사의 딸인 베티가 쓰러지면서 사람들은 베티에게 악마가 들었다고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베티의 친구인 애비게일은 가정을 꾸리고 있는 농부 프락터와의 육체적 욕망에 사로잡혀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를 죽이려는 충동에 빠진다. 사람들에게 춤추는 모습을 들킨 소녀들은 자신들의 끔찍한 행동에 악마가 찾아들었다고 거짓을 고백하게 되고, 마을을 온통 마법과 악마에 관한 아우성으로 떠들썩하게 만든다.
소녀들의 집단 광란에 의해 세일럼의 사람들은 마녀재판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둘 교수대의 희생자로 사라지지만, 프락터 부인을 향한 아비게일의 증오심은 식을 줄을 모른다. 소녀들의 거짓과 권력자의 위선에서 비롯된 세일럼의 마녀 재판은 종교의 중압감이 더해지면서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게 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던 프락터는 끝내 순교자의 길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