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바람이 일 어난다!·¨ 살아야겠다! ’라는 시구(詩句)에 서 시작됐다. 그 바람은 결단(決斷)하는 자들
이 맞게 되는 삶의 풍파(∫亘軋波)라 여겨졌다. 그 시구를 본 순간, 내 뇌리에는 결단의 두 괴물이
다가왔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簒奪)한 수양대군과 살생부(殺生簿)로 조선을 농락(籠絡)
한 한명회였다.
조선조 대표적 인 쿠데타인 계유정난(癸酉靖難)은 1453년 (단종 1)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 수양대
군이 정난(靖難)의 설계자 한명회 등과 손잡고, 나이 어린 조카 단종의 고명대신(雇頁命大臣) 김종
서·황보인·정분 등 삼정승(三政丞)을 비롯한 정부의 핵심인물을 죽이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셋째 아들 안평대군(安平大君)을 강화로 축출(逐出)·사사(賜死)한 뒤 정권을 잡은 사건이다.
부당한 폭력으로 권력을 잡은 자들은 그들의 행위를 스스로 미화하고, 패한 자들을 악으로 만든다. 흔히 있는 일이다. 대체로 .그러한 역사적 사건은 ‘부당했으나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선택’ 혹은 ‘대의명분(大義名分)도 없는 폭거(暴擧)’ 등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선명하게 같린다.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세조)에게 도 늘 위와 같은 두 가지의 평가가 공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그 사건 당시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잡은 이들은 죽어서도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다시 죽고 산다. 그들에게 대항하다 죽는 이들의 행위 역시 새로운 평가에 의해 불멸(不滅)이 되어 그 숭고함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것은 각자의 숙명 (宿命)이다.
이 두 가지 평가에 대하여 어떤 미화도 폄하도 아닌, 자신의 깅르 숙명처럼 걸어가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췄다. 고된 삶의 바랍이 불어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꿋꿋이 그 일어나는 바람을 맞으며 살아야 한다. 계유정난의 거사 당시 치열했던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거센 바람을 맞고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의 숙명에 대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줄거리

때는 조선조 세조 말기, 세조정권을 만든 1등 공신 한명회와 신숙주는 역적이란 누명을 받고 의금부(조선시대 감옥) 갇힌다. 망자가 보이는 한명회의 앞에 함께 세조정권을 만들었으나 얼마 뒤 세조에게 처형당한 동지, 양정의 모습이 보인다.
양정은 말없이 한명회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분다. 한명회는 그런 양정을 바라보며 ‘살아야겠다.’고 선언한다. 잠시 뒤 세조가 등장하고 양정 사라진다. 신숙주는 자고 있다. 세조는 한명회, 신숙주에게 죄가 없는 걸 알고 그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니 곧 풀려날 것이라 안심을 준다.
그러나 한명회는 세조의 마음 한편에는 한 줌의 의심이 있다는 걸 간파한다. 한명회를 잘 알기에 놀라지 않는 세조.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 둘은 세상은 뒤집었던 그날의 일을 추억한다. 세조일당들에게 죽은 망자들이 등장하여 추억에 빠진 그 둘에게 휘파람을 분다.
20년 전, 거사당일. 수양대군(세조)의 사저. 수양대군, 책사 한명회, 또 다른 책사 권람, 무사 양정, 승정원(왕의 일과를 기록하는 부서) 관료인 신숙주가 모여 조선의 실권자인 김종서를 죽이고 정권을 탈취할 모의를 한다. 전체계획은 이미 대부분 짜여 있지만 김종서를 어찌 죽이냐는 확정이 안 난 상황.
수양은 마지막으로 한명회에게 계책을 묻자 그는 직접 김종서의 집으로 찾아가 김종서 죽이자 제안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 허나 위험부담이 너무 큰 계책. 그러나 수양은 그 계책을 택하다.
김종서의 집에 도착한 수양일행, 과연 그들의 거사는 성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