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이라는 예술의 한 종류는 매 공연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낸다.
그 어떤 연극 작품도 영화처럼 재생이나 반복이 졸재 할 수 없다. 그래서 무대는 늘 의심할 여지도 없이 즉흥적이고도 새로운 감정과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 혹독하지만 매력적인 특성은 사실 매 순간 예기치 못한 삶 속에서 몸을 담고 살아가는 우리 인생의 모습들과 많이 닮아있다. 누가 나에게 내일이 완벽하게 약속되어 있는 삶을 살라고 한다면,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을 모르는 삶이기에 우리는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의욕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니까.

Live! 바로 지독히도 현재형인 이 단어가 이번 공연을 만들어 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장 원촉적으로 내 인생에서, 또한 내가 연극을 궁긍적으로 추구하는 이유에서 말이다. 어렵고 두렵지만 그렇기에 더 기대되고 흥분 될 수 밖에 없다. 만드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보는 이들도 그렇기를 바란다. 앞서 공연의 포인트를 말하자면, 라이브적인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디어적인 요소가 주가 되는 이 공연에, OHP라는 언뜻 친숙한 기계가 프로젝터와 같이 이용된다. 미디어 아트와 연극의 크로스오버가 부수적인 것이 아닌 중심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공연인 셈이다.

줄거리

정체성 부재 부르주아에서 고귀한 야만인으로..
때는 폴 고쟁이 서거한지 얼마 되지 않은 1903년의 어느 여름날. 무대는 한 대형미술관의 공개 인터뷰 장소이다. 무대에는 액자 두개가 매달려 있고, 무대의 가운데는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고갱의 유일한 부인이었던 에이미, 죽어가던 고생을 극적으로 도와준 카트린느, 고갱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타히티 여자 아타, 이 세명의 여자가 각각 무대에 올라와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 목적은 단 하나 - 그녀들은 죽고 난 뒤 갑자기 유명해진 고갱이, 타히티에서 그린 미술품들이 모두 자기의 소유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히 밝힌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대작을 완성하자마자 자살을 시도 했던 고갱. 그는 정말 누구일까? 그는 냉혈한일까? 야만인일까? 아니면 고귀한 화가였을까? 고갱의 대작이 마치 고갱의 전쟁보다 치열했던 지난 날을 상징하듯 거칠고 거대한 삼베천 위에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