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제작의도
30년 왕비로써의 일생은 그녀에게 슬픔과 고통, 절망은 많이... 환희나 기쁨은 조금만 안겨주지 않았을까... 명성황후의 뜨거운 체온과 그 찬란하고 깨끗한 눈길이 무대 뒤편에서 환상처럼 떠오르는 모습을 꿈에서 보듯이 공상하면서 이 연극을 제작하였다. 조선조, 실질적으로는 마지막 왕비라 할 수 있는 명성황후는 우리 근대사의 한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역사속의 그녀, 정치 권력자였던 그녀를 상상하기보다 한 여인으로서 명성황후를 만나기 위해 이 연극을 제작하였다. 실존했으나 만나지 못한, 만날 길이 없는 그녀를 역사 밖으로 끌어내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녀의 사상과 감정, 인간됨을 찾아내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열정과 욕망이 사람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듯 그녀에게 이런 감정들을 불어넣고 그녀의 육성을 재현해보려 했다. 어쩌면 담대하고 엄격하고 선렬하였으되 다정다감한 감성과 지극한 모성애를 지니고 한 남자 앞에서는 매혹적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녀, 명성황후가 태어나고 자란 배경을 살펴보면 요조숙녀였음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그녀가 개화혁명기 격류 속에 놓인 조선을 어느 열강국가에게도 뺏기지 않으려 마지막 발버둥 치던 심란하고 복잡했던 심경을 상상해보면 연민이 앞선다. 이 연극을 모노드라마로 제작한 이유 중의 하나가 그녀의 목소리로 그녀의 표정으로 몸짓으로 그녀의 내면을 토해내게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80여분동안 명성황후와 잠시 만나 긴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함께 하는 시간은 어떠할까...

줄거리

100년을 넘어 거기에 10년도 더 지나 110년 만에 세기를 뛰어넘어 오늘로 외출을 나온 명성황후는 자문하듯 말 한다. ‘나, 명성황후의 진실은 뭘까요?!’ 여권이 전적으로 부인되던 유교 정신의 남성시대에서 혹독한 시절을 살았던 그녀는 역사의 흐름, 그 한 자락에 흔적으로 남은 자신의 존재가 과거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려 한다. 아들과 남편 즉, 왕자와 왕을 지키는 일이 곧 국가와 백성을 지키는 일과 동일하다고 통감한 왕비는 정적들과 맞서 치열한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조선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침몰해 가고 있었다. ‘눈에 부딪히는 모든 것이 슬프고 애닯기만 하다.......’ 중얼거리며 자신은 죽은 후에 백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도 평온하지 못 할 것이라 슬퍼한다. 명성황후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역사가들의 진실게임 속에서 부활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외친다. ‘역사의 진실은 사람이 죽는다 해도 같이 죽는 건 아니다. 나, 명성황후 최후의 모습이 어떠하였을 것인가. 여러분의 가슴으로 상상해 보세요 ’. 그녀의 부르짖음은 이어진다. ‘진실에 관한 진실, 비극과 아픔이 뼈에 사무치는 그런 진실이라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거 아닌가요?’ 명성황후는 오늘, 밀레니엄 시대에 외출해서 대한민국 여성들이 우먼파워를 넘어 양성평등의 시대, 아니 여성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음을 목격한다. 그녀는 오늘의 대한민국여성들이 너무 오버하고 있는거 아니냐 걱정(?)한다. 고귀함도 애욕도 정권욕도 다 모다 사라지고 한 세월이....... 우리의 생애가 하룻밤 꿈일지도 모르겠다... 소곤거리며 그녀는 외출을 끝낸다. 화려한 대례복 자락을 바닥에 끌며 실루엣 조명 속에서 뒤 돌아보는 그녀..... 조선왕국 최후의 왕비가 사라져가는 모습이 아련한 통증으로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