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노벨 문학상 수상자 루이지 피란델로의 국내 초연작 <엔리코 4세>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이탈리아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는 희곡작가 가운데 드물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현대 부조리극의 기반을 닦은 작가이다.
2007년은 희곡작가 루이지 피란델로가 탄생한지 140년이 되는 해로 극단 숲은 그의 말년의 대작 <엔리코 4세>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연하고자 한다.
정통 연극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피란델로의 말년의 대작을 공연함으로써 정통극의 무대화와 관객과의 만남을 이뤄내며, 정극의 존재감과 가치를 다시한번 일깨워 줄 것이다.
특히 피란델로의 희곡은 자기 정체성과 삶의 방향성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줄 것이다.
∥ 정통 연극으로 극의 깊이와 재미를 선사하는 ‘극단 숲’
극단 숲은 보다 진지하고 인간과 삶 자체의 의미를 재조명 할 수 있는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취지로 지난 2002년 창립되었다. 따라서 극단 숲은 오늘의 연극이 점차 진지함과 깊이를 잃어가고 가벼움과 재미만을 쫓는 안타까운 추세를 벗어나 관객들에게 ‘무게감과 재미’를 동시에 전해주고자 루이지 피란델로의 대작 <엔리코 4세>를 선정하여 공연한다.
이번 <엔리코 4세>공연을 통해 극단 숲은 관객들에게 루이지 피란델로라는 희곡 작가를 소개하는 동시에 진지한 연극도 충분히 재미와 신선함을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극단 숲은 이번 작품을 통해 순수 예술 형태로서의 연극 알리기가 통해 좀 더 가속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현실과 환상의 괴리, 그리고 고통을 이야기하다
-현대 부조리극의 아버지, 루이지 피란델로 말년의 대작 <엔리코 4세>
현대의 부조리 극작가의 모태가 된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세계는 인생과 환상, 실제와 현실, 자아와 허상의 대립적 구도를 주로 다루고 있다. 피란델로는 이러한 대립적 구도를 꿰뚫고 지나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만남을 깊이있게 파헤친다.
이 작품에는 인생이란 실재를 비춰주는 다양한 거울과 같은 장치들, 즉 가면, 놀이, 동일한 외모, 거울, 시간과 공간의 고착, 동일한 상황 등이 이용된다. 이것을 통해 행복과 자기만족 그리고 자아의 안정이라는 환상과 실제의 삶이 갈등, 대립, 융합하는 모습이 표현될 것이다.
작가는 <엔리코 4세>에서 역사 속의 이름을 지니고 있는 인물을 차용하여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엔리코 4세가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포기하고 미치광이와도 같은 연극을 현실에서도 계속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의 부조리, 관계가 억누르는 고통은 작가의 삶과도 맞닿아있다.

줄거리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엔리코4세(하인리히4세)의 의상을 입고 사육제 행렬에 참가했다가 말에서 떨어진 뒤 자신이 진짜 엔리코 4세라는 광기에 사로잡힌 한 부유한 귀족이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서서히 광기에서 깨어 나온다.
그는 움브리아에 있는 자기 집을 옛 황제의 궁처럼 개조하고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모두 옛 황제시대의 의상을 입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말에서 떨어지게 된 것은 실제로는 음모에 의한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사모하던 마틸다 후작부인을 둘러싼 벨크레디 남작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는 음모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광기에서 깨어났어도 그는 현실로 돌아오고자 하지 않는다. 사랑하던 여인도 잃은지 이미 오래고 현실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그가 미쳐있는 동안 보였던 허황된 환상의 세계에 대한 조롱뿐이다.
그렇지만 그의 조카는 자기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그를 치유하는데 모든 것을 다 건다. 그래서 그는 의사와 엔리코 4세의 옛 연인이었던 마틸다, 그녀의 연인이자 엔리코 4세의 원수인 벨크레디 백작 그리고 그들의 딸 프리다와 함께 엔리코 4세를 찾아온다. 그리고는 내실에 걸린 마틸다와 엔리코 4세의 옛 그림과 똑같이 그녀의 딸 프리다와 자신이 과거의 기억을 살려내는 연애장면을 보여준다.
잠시 엔리코 4세는 광기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 연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간파하고 프리다를 마치 자신의 옛 애인인양 포옹하고 애무한다. 이때 그의 속내와 멀쩡함을 간파한 그의 연적이자 추락사건의 주모자인 벨크레디가 그가 연기한다고 다그치자 엔리코 4세는 그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가짜 엔리코 4세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허상 속에 자신을 맡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