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고통’을 주제로 한 영화적 스케일의 대서사시

“한 생명이 타고 있는 불길, 목숨이란 괴로운 것이다.”
“고통이 있다! 고통의 원인이 있다! 고통의 소멸이 있다! 고통의 소멸로 가는 길이 있다!”

영국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lf)는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영어라는 언어가 ‘햄릿’의 생각과 ‘리어’의 비극을 표현할 수 있어도 두통이 주는 몸의 경련을 표현할 길이 없다.” 울프의 말은 개인이 느끼는 고통은 명백히 존재하지만 언어를 통해서 그 아픔을 공유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 안에서 각 개인이 마주해야 하는 고통은 단순한 말로 치환될 수 없는 만큼 쉽게 외면 받아 왔다.
<비명자들 2>는 바로 이 고통의 찰나에 집중한다. 작/연출 이해성은 <비명자들 2>라는 신작을 통해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시키면서 더욱더 깊어진 극적 상상력을 무대 위에 발동시킨다. 그러나 고통에 대한 이해성의 사유는 깊어졌지만, 그 고통의 무게는 오히려 아름답게 승화된다. 사회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속에서도, 고통을 극복해나가는 사람들의 의지와 힘에 대한 그의 믿음이 아프면서도 따스하다. <비명자들2>는 ‘고통’을 주제로 한 서정시이자, 영화적 스케일을 담은 한 편의 대서사시가 된다.

줄거리

“목을 잡으면 고통이 고스란히 너에게로만 갈 거야.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놓지 마.
목을 놓는 순간 더 큰 고통이 몰려올 테니까.”

티베트.
보현은 중국 군인들에게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는 티베트인들의 살육 현장을 목격한다.
장소가 서울로 바뀌고, 비명자가 출몰하자 파사 대원 요한은 비명자의 목을 잡아 꺽은 후에 파사한다.
여러 차례 비명자들이 출몰하고, 그럴 때마다 요한은 이들을 처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파사의 현장에는 늘 기자 세은이 따라다닌다.
그는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하면서 직접 비명의 고통을 체감한다.
‘비명자들’이 하나의 커다란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파사 행위의 도덕적 모순과 이를 용인하려는 ‘파사 현정법 입법’을 둘러싼 공청회가 열린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비명자들’의 존재는 확산되고 그 출몰도 잦아진다. 그러던 중, 티베트에서 무고한 죽음을 목격했던 보현이 비명자가 되어 동료인 요한 앞에 서게 되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