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안톤 체홉은 왜 사할린에 갔을까?
얼어붙은 대지와,
몰아치는 바다와,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의 그림자만 하염없이 일렁이는,
신(神)조차 눈을 감아버린 곳에.

체홉으로부터 시작된, 예측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과
삶의 본질에 대한 연극적 탐구!!
상상력으로 그려낸 안톤 체홉을 위한 오마주!!


이 극은 안톤 체홉이 사할린 섬을 여행하고 돌아온 이후 발표한 단편소설 <공포>를 바탕으로 소설 속 화자인 ‘나’를 ‘안톤 체홉’이라 설정하여 새롭게 희곡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작가 고재귀가 이 극을 쓰게 된 이유는 근대적 인간에 대한 재조명을 위해서다.

19세기말, 20세기 초 러시아의 지식인이 보여주는 솔직한 인간성은 삭막하게 개체화된 21세기 대한민국의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즉 가난하고 낮은 자들에게 보여주는 깊은 동정과, 욕망을 바라보는 차디찬 이성, 그 욕망을 어찌하지 못하고 고통 받는 연약함.. 이들이야말로 진실치 못한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근대적 인간의 모습이며, 19세기말 러시아와 21세기 초 우리 사이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져야 할 인간성에 대한 진솔한 물음과 대답이다.

줄거리

사할린, 유배지로 악명 높은 러시아 변방의 섬.
극중 주인공 안톤 체홉은 험난한 사할린 여행에서 돌아와
농장을 경영하는 친구 실린의 집을 방문한다.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실린의 아내 마리.
조용한 시골 마을, 주인공을 찾아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
‘위대한 작가, 위대한 지식인’이라 불리는 체홉은 이들을 관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