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977) 은 미국 극작가 마샤 노먼(Marsha Norman, 1947~ )의 첫 작품이다. 
마샤 노먼은 주립병원에서 정신지체아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였는데, 그 중 한 명인 13세 여자 아이가 극의 모델이 되었다. 은 미국연극비평가협회(American Theatre Critics Association)에 의해 ‘가장 새로운 연극(the best new play)’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1977-1978 최우수 작품집(The Best Plays of 1977-1978)>으로 요약 출판되기도 했다. 이 연극의 성공으로 마샤 노만은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그 후 <잘자요, 엄마>로 퓰리처상뿐만 아니라 4번이나 토니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는 등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출옥’이란 뜻의 은 오랜 감옥 생활 후에 가석방 하여 세상에 나온 여인 알리의 이야기이다. 알리는 알린으로 이름까지 바꾸며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세상 밖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과거의 인물로 기억하고 대한다. 알리는 매춘과 살인 등을 저질렀던 과거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전과자이자 여성으로 살아갈 현실은 감옥의 삶보다 낫지 않다고 느낀다. 또 과거 범죄와 연관된 인물들이 등장해 알리를 설득하며,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도록 유혹한다. 하지만 진짜 감옥(부정하고픈 과거의 나)에서 나오는 방법은 자신의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이루어짐을 이 작품은 이야기 하고 있다. 

미국 켄터키 주의 루이빌이라는 곳에서 ‘알리’와 ‘알린’이라는 두 여인과 7명의 주변인으로 구성된 원작을 이번 공연에서는 ‘부산’을 배경으로 ‘정미’와 ‘정화’라는 인물로 각색을 했다. 남성주변인물은 한 명의 남자배우가, 여성주변인물은 한 명의 여자배우가 모두 연기함으로써 정미와 정화의 삶에 끼치는 주변인물들의 영향을 보다 더 강조하였다. 극중 인물과 상황을 동시대로 끌어와 관객에게는 보다 쉬운 이해를, 창작자들에겐 창의적 활동의 유희를 안겨다 주는 이번 작품으로 진정한 나아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줄거리

정미는 살인죄로 8년간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아들 민이와의 새 출발을 기대하며 부산에 있는 동생집에 기거를 마련한다. 감옥 안에서 목사님의 영향으로 매춘과 폭력을 일삼던 과거의 자신을 버리기 위해 정미에서 정화로 이름조차 바꿨다. 하지만 출소한 첫날부터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녀의 과거를 상기시킨다. 엄마는 정미가 아버지로부터 당한 성폭력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냉담한 모습으로 그녀를 대하고, 옛 애인이었던 갈태는 범죄를 저질렀던 그녀의 모습을 상기시키며 다시 매춘을 제안한다. 오랫동안 그녀를 돌봐왔던 교도관 현석은 끊임없이 추근거린다. 정화가 아무리 새 사람으로 변화하려 해도 그녀는 여전히 주변사람들에겐 과거의 정미인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화는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정화는 자신과 같은 재소자였던 윗층집 희주에게 자신의 난폭했던 과거와 오랜 독방 생활을 고백하며 오열한다. 희주는 과거의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언해주는데…